[TF씨네리뷰] '계춘할망' 할머니, 맘 편히 위로받는 뭉클한 감동
입력: 2016.05.06 12:00 / 수정: 2016.05.06 08:23

계춘할망 할머니라서 보여줄 수 있는 고유의 사랑. 영화 계춘할망은 손녀를 향한 할머니의 대가성 없는 사랑을 담는다. /콘텐츠난다긴다 제공
'계춘할망' 할머니라서 보여줄 수 있는 고유의 사랑. 영화 '계춘할망'은 손녀를 향한 할머니의 대가성 없는 사랑을 담는다. /콘텐츠난다긴다 제공

'계춘할망'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불러보고 싶은 '할머니'

[더팩트 | 김경민 기자] 할머니는 손주를 '내 새끼'라고 부른다. 부모와 달리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데도 맹목적인 내리사랑을 쏟아붓는다. 그 자체로 아름답고 뭉클하다. 영화 '계춘할망'(감독 창)은 할머니라는 존재만이 품고 있는 감성을 담아 위로와 함께 건넨다. 누구나 알지만 항상 그리운 할머니의 토닥이는 손길을 마음 놓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계춘할망'은 제주도 해녀 계춘(윤여정 분) 할머니와 손녀 혜지(김고은 분)가 12년 만에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계춘과 6살 손녀 혜지는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다. 하지만 계춘은 시장통에서 어린 혜지를 잃어버리고 세상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다가 12년 후 혜지가 미아 찾기 광고를 보고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는다.

계춘은 꿈에 그리던 손녀가 돌아왔다는 기쁨에 젖는다. 그런데 훌쩍 큰 혜지는 계춘의 기억 속 혜지와는 다르다. 혜지는 불량한 무리와 어울리면서 거친 삶을 살아와 빛보다 어둠에 익숙하다. 우연히 만난 할머니의 따뜻함이 조금 어색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네 편이 되겠다"고 마음을 활짝 열고 있는 계춘 덕분에 점점 익숙한 어둠에서 벗어나 빛을 느끼기 시작한다.

윤여정과 김고은의 케미. 계춘할망에서 윤여정(왼쪽)과 김고은이 주고받는 이미지 조화가 감동을 배가한다. /콘텐츠난다긴다 제공
윤여정과 김고은의 '케미'. '계춘할망'에서 윤여정(왼쪽)과 김고은이 주고받는 이미지 조화가 감동을 배가한다. /콘텐츠난다긴다 제공

재회한 할머니와 손녀의 일상은 지극히 평범하다. 코믹한 상황이나 웃기는 대사가 없는데 영화 중간중간 웃음소리가 터진다. 여전히 6살 소녀를 대하는 듯한 계춘과 밥을 먹여주는 계춘에 몸 둘 바 모르는 혜지의 '케미'가 재밌다. 계춘과 혜지가 거리감을 좁혀가고 다시 진짜 할머니와 손녀로 재탄생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물론 이야기는 할머니의 사랑이 영화 소재로 사용될 때 예상할 수 있는 대로 진행된다. 계춘과 혜지의 갈등과 해소하는 방법은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반전이 있다고 하나 소소하다.

그래도 눈물이 나는 건 오히려 드라마가 아닌 익숙한 우리의 인간극장을 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쥐어짜는 슬픔으로 통곡하게 만들지는 않지만 그저 계춘의 마음을 느끼다 보면 깊은 곳에서 울컥 치밀어올라 조용히 눈물이 흐른다.

익숙하지만 울컥하는 할머니의 이야기. 계춘할망은 뻔할 수 있는 할머니의 사랑을 평범하지만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콘텐츠난다긴다 제공
익숙하지만 울컥하는 할머니의 이야기. '계춘할망'은 뻔할 수 있는 할머니의 사랑을 평범하지만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콘텐츠난다긴다 제공

계춘과 혜지의 일상에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건 윤여정과 김고은의 호연이다. 김고은은 영화 곳곳을 채우는 제주도 풍경과 어우러져 청량감을 준다. 찢어진 스타킹을 입은 불량소녀도 단정한 교복을 입은 학생도 잘 어울린다.

윤여정은 극 안에서 어떤 손녀와 붙어도 손색없을 진짜 우리네 할머니가 된다. 할머니의 사랑은 연인 간의 사랑과는 달리 표면적으로 폭발시킬 장치가 없어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윤여정은 눈빛과 목소리만으로 따뜻한 온도를 전달하는 연기 내공을 발휘한다. 김희원 신은정 양익준 최민호 류준열 등 조연들도 제각기 제 몫 이상을 다한다.

'계춘할망'은 슬프지만 마음은 따뜻해지고 누군가 그리워지게 하는 영화다. 당장 그리운 이의 품에 안길 수 없더라도 그를 마음에 되새겼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위로를 받을 수 있다.

한편 영화는 러닝 타임 116분, 15세 이상 관람가, 오는 1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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