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호, 강제전성기 맞이. 개그맨 조세호가 억울해하는 표정 하나로 그동안 쌓아왔던 캐릭터와 이미지의 빛을 보고 있다. /이덕인 기자 |
설(레는) Re(플) : 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도 오셨는데 조세호는 안 왔나요?
[더팩트 | 김경민 기자] 개그맨 조세호(34)가 머털도사의 능력이라도 배워야 할 판이다. 이곳저곳에서 "왜 조세호는 안 왔느냐"는 소환 명령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프로불참꾼'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억울한 누명을 썼지만 그를 둘러싸고 누리꾼의 웃음이 끊이지 않으니 개그맨으로선 '진짜 프로'답게 멋진 한 골을 넣은 셈이 됐다.
조세호가 '프로불참꾼'이 된 것은 지난해 6월 방송된 MBC '세바퀴'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지면서다. 이 방송에서 김흥국은 조세호에게 대뜸 "안재욱 결혼식에 왜 안 왔어?"라고 묻는다. 조세호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누구요?"라고 확인한 뒤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라고 대답한다. 졸지에 조세호는 전국 각지에서 "왜 안 왔느냐"는 꾸지람을 듣는 처지가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흥국과 조세호의 대화를 담은 영화 포스터 패러디가 등장했다. 배우 조승우도 엄현경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조세호한테 왜 내 '헤드윅' 마지막 공연에 안 왔냐고 전해달라"고 패러디 물결에 동참했다. 누리꾼 역시 소소한 가정사부터 회식 자리까지 조세호를 부르며 "안재욱 결혼식엔 꼭 가야겠다" "본인 돌잔치는 가고 부모님 결혼식엔 왜 안 갔어요? 불효자" "조세호 씨, 흥궈신 덕분에 강제 전성기 맞고 어리둥절" 등 재치 있는 댓글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조세호, 누명 쓴 이유. 조세호(오른쪽)가 김흥국(왼쪽)으로부터 안면이 없는 안재욱 결혼식에 불참했다고 혼이 났다. /'세바퀴' 방송 캡처 |
당당하게 묻는 김흥국과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하니 있다가 급하게 항변하는 조세호의 조화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라는 평가다. 앞뒤 맥락과 상관없이 뜬금없는 멘트를 날리는 김흥국의 캐릭터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진지하게 억울해할수록 더 놀리고 싶은 조세호만의 캐릭터가 큰 웃음을 터뜨린다. 그동안 그가 쌓아왔던 이미지와 상황이 딱 맞아 떨어진 효과다.
조세호는 지난 2001년 SBS 6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양배추'라는 예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초반에는 만화 캐릭터 같은 외양과 과장된 액션을 취하는 개그 코드로 다소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예능계의 변화를 재빠르게 파악하고 그만의 장기를 십분 살리면서 '웃기는 방송인'으로 자리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그는 입담이 무기가 되는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최홍만과 휘성 두 사람 성대모사만 가지고도 센스 있는 상황 설정을 더해 매번 다른 웃음으로 연결한다. 연기적인 개그와 순발력을 잘 버무리는 똑똑한 방송인의 능력이다.
조세호 유행어 패러디. 조세호와 김흥국의 대화를 패러디한 포스터들이 나왔다. /차오루 인스타그램, 엄현경 인스타그램, 온라인 커뮤니티 |
공격하는 것보다 당하는 걸로 웃기는 건 더 힘들다. 억울해하는 캐릭터는 완급 조절에 실패하면 자칫 자극적인 '진상' 캐릭터로 굳어지거나 밋밋하게 묻힐 수 있다. 조세호는 당할 때 당하고 따질 때 따지며 상대방과 주고받는 호흡 안에서 재미를 만들어내니 진부하지 않다. 특히 그에 대한 '호감'이 바탕에 있으니 유행어 하나로 '국민 소환'을 받는 것일 터다.
4년 전, 한 가수의 쇼케이스 무대 뒷편에서 조세호를 본 적이 있다. 한창 그가 '행사 뛰는 방송인'으로 발품을 팔던 때였다. 짧은 시간 몇 마디 되지 않는 대본이었지만 어떤 톤이 더 재밌는지 주변인들에게 묻고 또 물었다. 웃기려고 시도한 대목에서 반응이 심심치 않으니 머리를 싸매고 골똘히 고민에 빠진듯 진지한 개그맨 조세호의 모습이었다.
그랬던 그가 한순간에 거만한 '불참의 아이콘'이 된 상황이니 더욱 흥미롭다. 억울하게 맞이한 '강제전성기'이지만 누리꾼의 경조사 소환이 아닌 방송사 러브콜은 모르는 곳이어도 일단 받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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