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음주 처벌이 가능할까. 사고 후 도주했다가 스무시간이 지나 출두한 이창명은 정황상 다분히 음주가 의심된 상황이었지만 단호하게 부인했다. /KBS 해피FM |
[더팩트|강일홍 기자] 법조인들 사이에 우스갯소리로 회자되는 말이 있다. 이름하여 '1도2부3돈4입이다. 1도(逃), '무조건 도망부터 하고 봐라'. 무엇보다 36계 줄행랑이 최고이고, 수사기관은 용의자들이 해외로 달아나지 못하게 출금조치를 한다. 2부(否), '발뺌을 하라'. 앞 뒤 가릴 것 없이 부인으로 일관하란 얘기인데, 수사기관이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그만이다. 3돈(錢)은 돈이나 배경으로 막는 것이고, 4입(入)은 이도저도 다 안통하면 그때 들어가라(감옥행)는 얘기다.
이창명은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했다가 20시간이 지나 경찰에 출두했다. 상황과 정황상 다분히 음주가 의심된 상황이었지만 단호하게 부인했다. 경찰이 뒤늦게 음주를 측정해보니 음주측정기기상 혈중 알코올농도 역시 0%였다. 음주로는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후 여론이 들끓자 경찰청장의 강력한 처벌의지가 나왔고, 국과수 혈액감정 등 다각도의 처벌근거를 찾는데 고심한다. 그리고 며칠만에 대반전이 일어난다.
사건 일주일 만인 지난달 28일 경찰은 이창명을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했다. 음주 추정치인 위드마크를 이창명에게 적용한 결과 혈중 알코올농도 0.16%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위드마크란 음주운전 사고 후 시간이 많이 경과돼 운전자가 술이 깨버렸거나 한계 수치 이하인 경우 등에 음주운전 당시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도로교통법상 알코올 농도 0.1% 이상은 거의 만취인 상태로 면허 취소 수치로 분류된다.
위드마크 적용, 혈중 알코올농도 0.16%. 여러가지 정황상 이창명(사진 가운데)이 음주를 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문제는 이창명이 술을 마셨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KBS '출발드림팀 시즌2' |
◆ 이창명이 가진 식사자리, 4시간 동안 소주 6병에 생맥주 9잔
이창명이 술을 마신 정황은 수사결과 속속 드러났다. 사고가 일어난 날 이창명은 일행과 식사자리에서 상당한 양의 술을 주문했고, 술도 마신 것으로 추정됐다. 일행 중 한 명의 증언에 따르면 모두 6명이 함께 한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이들은 500cc 생맥주 4잔에 2잔이 추가됐고, 뒤이어 41도짜리 고급소주 2병과 일반소주 4명, 마지막으로 생맥주 3잔이 추가됐다. 4시간 동안 소주 6병에 생맥주 9잔이 주문됐다.
이를 단순히 머릿수로 나눈 음주량만을 놓고보면 소주 한병에 색맥주 한잔 정도를 마신 셈이 된다. 경찰은 이를 음주측정 공식으로 계산해 0.16%라는 음주측정치를 환산했다. 또 CCTV에 나타난 차량 주행 장면과 이창명이 대리기사를 불렀던 점을 근거로 음주운전 사실을 단정했다. 여러가지 정황상 이창명이 음주를 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렇다면 이런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창명은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 무엇보다 이창명이 술을 마셨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 가능성이 틀림없다고 해서 단정하거나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필자는 한때 술을 많이 마셨지만 최근 10년 내에 거의 술을 마시지 않는다. 피할 수 없는 술자리에 참석해 분위기상 꼭 마셔야할 경우라도 맥주 1~2잔에 그치고, 주로 물을 마신다. 만약 이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더구나 4시간이 흘렀다면 말이다. 심증과 정황만으로 처벌할 수 없는 이유다.
거짓 증언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경찰이 음주 추정치인 위드마크를 적용해 이창명을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했지만 실제 처벌 여부는 불확실하다. /KBS '출발드림팀 시즌2' |
◆ 일단 도망부터 가고, 부인하고, 그래도 안되면 돈으로 막아라
이창명은 지금 거짓말을 한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당초 '술을 전혀 안 마셨다'고 했지만 누가 봐도 술을 마신 건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마셨더라도 얼마나 마셨는지는 그 양을 계량화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찰의 추정대로 정말 음주 취소 수치만큼 마셨는지, 필자의 경우처럼 아주 소량만 마셨는지는 알 수 없다. 함께 참석한 지인들이나 방을 드나들면서 주문에 응한 식당 종업원들이 증언조차도 추정에 불과할 뿐 '사실'로 단정할 근거는 없다.
이창명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못마땅한 건 대중스타의 책임감 때문이다. 그런데 처벌은 쉽지 않다. 그는 교통사고 후 도망을 가고 증거를 인멸했다. 그리고 뒤늦게 나타나 음주와 관련된 일체의 사실을 부인했다. 이제 남은 일은 돈(변호사 수임료)으로 막으면 된다. 입증해낸 것은 겨우 식사자리에서 총 주문된 술의 양을 참석자 숫자로 나눠 추정한 수치에 불과하다. 입건은 했지만 기막힌 '1도2부3돈4입'의 방정식을 처벌로 풀어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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