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이혼 조정법원 출석. 아내 정모 씨와 이혼소송 중인 가수 나훈아가 지난 26일 오후 경기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포커스뉴스 제공 |
[더팩트|강일홍 기자] 가요계 황제, 이른바 '가황'으로 불리는 나훈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다. 수많은 별들이 뜨고 지는 연예계에서 수십 년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훈아가 2008년 1월 이후 8년 만인 지난 26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팬들의 궁금증도 끝없이 증폭되고 있다. 도대체 그토록 긴 잠행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10년 가까이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고도 생활에 지장이 없나? 무대로 돌아올 가능성은 있나 없나? <더팩트>는 나훈아의 잠적 8년에 얽힌 궁금증을 다각도로 풀어봤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 나훈아는 8년째 장기 잠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도 월 5000만원 안팎의 저작권료와 꾸준한 음반판매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 DB |
◆ 5000만원 안팎 저작권료 수입과 음반판매 수익
첫번째 궁금증은 수입과 생활이다. 그가 장기간 활동을 하지 않고도 생활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 이유는 엄청난 저작권료 덕분이다. 나훈아는 음악신탁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로부터 월 평균 5000여만원의 저작권료를 받는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가요계 원로 작곡가 A씨는 "나훈아씨는 50년 가수생활 중 모두 3000여곡을 불렀고, 이중 800여곡이 자작곡일 정도로 대단한 가수"라면서 "한때 매월 1억 남짓 수익을 냈으며 10년 가까이 활동을 하지 않는 지금도 여전히 저작권료가 많은 이유"라고 말했다.
수익과 관련해서는 국내 성인가수중 유일하게 음반 판매수익을 내는 가수란 점도 특이하다. 나훈아는 히트곡도 많지만 열성팬층도 타 가수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디지털 음원시대인 지금도 나훈아의 음반은 수요가 많은 편이다. 그의 히트곡들은 음반으로 제작돼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나훈아의 전원주택형 건물 1층 사무실에는 현재 여동생 최경혜씨가 음반관련 일을 챙기고 있다.
경기 양평에 있는 나훈아의 전원 건물에는 그의 여동생 최경혜씨가 음반관련일을 하며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더팩트 DB |
◆ 8년째 장기간 은둔생활 어떻게 가능했을까?
나훈아가 철저하게 은둔 생활을 할 있었던 비결은 뭘까? 그는 최근 까지도 미국을 중심으로 여행을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 있는 동안 나훈아는 일정한 거주지 대신 몇 곳의 호텔을 포인트로 정해두고 움직였다.
휴대전화도 소유하지 않고, 국내 지인 등 소통이 필요할 경우 호텔 프런트에 남겨놓은 쪽지 메모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여동생 최경씨와도 이런 방식을 취했다. 간혹 그의 움직임이 사람들에게 목격되더라도 금방 흐지부지 된 것도 철저하게 증거를 남기지 않은 007 행적 때문에 가능했다.
◆ 조정법원 갑자스런 출석 이유는 불이익 해소
나훈아는 지난 26일 오후 3시55분 이혼소송이 진행 중인 경기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 '깜짝' 등장했다. 줄기차게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 정수경씨와 달리 그는 여전히 이혼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두차례 진행되고 있는 아내 정수경 씨와의 이혼소송 과정에 단 한 차례도 법정에 나오지 않다가 갑자기 이날 법원에 출두했다. 이 때문에 그 배경에 더욱 궁금증이 일었다.
우선 '반드시 이혼 vs 이혼은 절대 불가'로 아내와 입장 차가 극명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그가 조정법원에 출두하지 않았을 경우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견해다. 조정이 결렬될 경우 곧바로 재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 자신의 이혼불가 의지를 밝혔을 것으로 보인다.
나훈아가 2008년 1월 25일 괴소문에 대한 기자회견 이후 8년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도대체 그토록 긴 잠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더팩트 DB |
◆ 중단된 무대, 컴백 언제쯤에나 가능할까?
이 부부분은 그의 컴백 여부와도 연결돼 있다. 나훈아의 콘서트는 2006년 12월을 끝으로 10년 가까이 중단됐다. 이듬해인 2007년 5월 예정됐던 서울 세종문화회관 콘서트는 대관까지 예약된 상태에서 취소하기도 했다.
나훈아의 컴백의 전제는 공연할 여건이 완벽하게 구비돼야 한다는게 정설이다. 가요계에서는 그가 괴소문에 휩싸이고 이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을 가질 때만 해도 길어야 2~3년 후면 컴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데뷔 45주년과 50주년 등 기념비적인 해에도 무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가요계 1세대 원로 매니저인 가넷엔터테인먼트 김성일 대표는 "나훈아는 돈이나 그 밖의 어떤 다른 이유로는 무대에 서지 않는다. 그는 아무리 개런티를 많이 줘도 공연컨셉트가 맘에 들지 않으면 포기할만큼 자신의 공연에 대한 자존심이 크다"고 말했다.
나훈아는 지난해 MBC가 그의 데뷔 50주년 및 광복70주년을 기념하는 컴백콘서트를 제안했지만 나훈아로부터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무대는 의미가 없다"는 불가 통보를 받았다. 실제로 나훈아는 데뷔 이후 단 한번도 떠밀려서 무대에 서 본 일이 없다. 현재로서는 누구도 컴백여부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 은둔 생활이 10년 가까이 길어진 이유는?
그의 컴백이 오리무중에 빠진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아내 정수경 씨의 이혼소송이다. 그가 괴소문 이후 여행을 다니며 새로운 음악구상을 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던 시기에 터진 돌발변수였다.
김성일 대표는 "나훈아 씨는 최상의 상태에서만 공연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음악작업을 하거나 차라리 여행을 하며 휴식을 취한다"면서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이런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생각될 즈음 난데없이 이혼소송이 그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나훈아의 아내 정수경씨는 지난 2011년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해 2013년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2014년 정씨는 2014년 10월 다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두 사람은 1983년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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