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4등' 정지우 감독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면 더할 나위 없겠죠"
입력: 2016.04.20 10:20 / 수정: 2016.04.20 10:20

4등이 어때서? 영화 4등 정지우 감독이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4등이 어때서? 영화 '4등' 정지우 감독이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게 시간을 줘야"

[더팩트|권혁기 기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지난 2010년 KBS2 '개그콘서트'의 코너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이라는 코너의 유행어였다. '웃픈'(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 세태를 반영했기 때문일까? 2007년 KBS 22기 공채로 데뷔한 박성광을 인기 개그맨 반열에 올려놨다.

영화 '4등'(감독 정지우, 제작 정지우 필름, 국가인권위원회)은 등수를 우선시하는 스포츠계의 체벌 문화를 정면으로 다뤘다. 종종 이슈로 등장하는 불편한 소재를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낸 정지우 감독을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났다.

'해피 엔드' '모던보이' 등 연출작마다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정지우 감독은 '은교'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인 '4등'을 연출하게 된 계기부터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4등'은 12번째 프로젝트죠. 개인적으로는 2005년 '다섯 개의 시선'(연출 박경희, 류승완, 정지우, 장진, 김동원) 중 '배낭을 멘 소년'을 연출한 경험이 정말 좋았죠. 이번에 장편 제안을 받아 기쁘게 연출하게 됐습니다."

정지우 감독은 '4등'을 위해 많은 취재를 했다. 인권과 수영을 어떻게 접목시킬지 궁리를 하면서 취재를 시작했다. "되도록 많은 수영인들을 만나려고 노력했다"며 "수영대회를 하는 수영장, 생화체육관, 수영클럽, 국가대표 수영 훈련장까지 찾아갔다"고 회상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남자 정지우. 정지우 감독은 국가인권위의 지원을 받아 4등을 연출했다. /남윤호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의 남자 정지우. 정지우 감독은 국가인권위의 지원을 받아 '4등'을 연출했다. /남윤호 기자

그래서 출연진 중에 실제 선수들도 많았다. 항상 4등만 하는 준호 역에 유재상부터 수영 선수 출신이었다. 영화 기획 초반에는 준호의 나이대는 중학교 1, 2학년이었지만, 그 나이의 수영 선수는 이미 성인의 신체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주인공의 나이를 낮췄다. 유재상은 준호의 동생 기호 역으로 오디션까지 본 상황이었다.

준호가 부러워하는 수영 대회 1등 스피도캡의 최지혁 군 역시 서울체중의 유망 선수였다. 정지우 감독은 스피도캡에게 미장센으로 박태환이 착용해 유명해진 헤드폰을 씌웠다. 워낙 고가의 제품이라 빠듯한 제작비의 누수를 막기 위해 협찬을 받았다. 해당 헤드폰은 최지혁 군에게 선물했다.

"출연했던 꼬맹이 수영 선수들 모두 실제 선수들이에요. 대부분이 선의로 출연해줬어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수영하는 모습이 영화로 남을 수 있기도 했고요, 대부분 관습처럼 내려오는 체벌이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했습니다."

정 감독은,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이 참된 교육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는 "대부분의 부모는 우리 아이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면 강요를 하는 것 같다"며 "아이 입장에서는 그걸 '하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답을 구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부모 입장에서는 뭔가를 시작했다가 그만두면 끈기가 없다고 보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다.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하루라도 빨리 상급학교로 가기 전에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여유가 없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는 것만큼 행운은 없다. 한 아이의 아버지인 정지우 감독은 자식교육에도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남윤호 기자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는 것만큼 행운은 없다." 한 아이의 아버지인 정지우 감독은 자식교육에도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남윤호 기자

그런 정 감독이 영화감독을 꿈꾼 건 중학교 때였다. 우연히 방송반에 들어 교내에서 방송제를 경험하면서 감독에 대한 꿈을 키웠다. 라디오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흥미를 느낀 정 감독은 고등학교 때도 방송반을 했고 대학은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했다. 자연스레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이 길에 들어섰다. 그는 스스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걸 하는 게 복 받은 거죠. 제 아들한테 항상 이야기해요. '좋아하는 걸 하면서 밥 빌어먹고 사는 것만큼 행운이 없다'고요. 머리 좋은 사람은 체력이 좋은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운이 좋은 사람들은 체력이 좋은 사람들을 이긴다고 생각해요. '운칠기삼'이라고 하잖아요?(웃음)"

영화에서처럼 자신의 재능만 믿고 제멋대로인 유망주가 있을 수 있다. 정지우 감독은 "얘기를 들어보면 인성의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드는 학생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문제는 때려서 잠시 안 그런척하는 시늉을 하게 할 수는 있지만 마음까지 바뀐 걸로 생각되지 않는다. '맷정'이라는 게 있다고들 하지만 그런 방식이 진심으로 소통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면 과연 어떨까? 때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을 때 이는 대물림이 된다. 불운의 수영선수 광수(아역 정가람 분/박해준 분)가 체벌 때문에 대표팀을 박차고 나와 놓고도 준호를 매로 가르치고, 준호는 동생 기호(서환희 분)를 자로 때리는 것을 보라"고 말했다.

"여러 종목에 광수와 같은 선수가 있었어요. '재능'으로 기억되는 선수들이요. 대부분 대성하지 못했죠. 군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병들을 때려서 군기가 들게 한다는 건 옛날 군대 이야기지만, 체육뿐 아니라 미술, 음악 등 굉장히 반복적으로 훈련을 해야 하는 곳에서는 거의 체벌이 있어요. 저희 영화 음악 담당도 작업을 하면서 자기 이야기 같다고 하더라고요."

정지우 감독은 스스로 생각하는 참된 교육을 자기 자식에게도 하고 있었다. 이제 고등학생 1학년인 아들에 대해 "다른 부모들이 갖고 있는 고민들과 다르지는 않다"면서 "위대한 사람이 되길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영유했으면 좋겠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들은 어릴 때부터 곤충에 관심이 많아 지금도 곤충을 키우고 있다. 곤충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얼마 전에는 사마귀 먹이를 주려고 메뚜기를 잡으러 간다는데 조수로 따라갔다"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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