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1943년 경성의 정서와 노래, 그 시대 사랑을 담다…'해어화'
입력: 2016.04.06 05:00 / 수정: 2016.04.05 20:05

영화 해어화 포스터. 1943년 경성의 정서와 노래, 사랑이 담긴 해어화는 오는 13일 개봉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해어화' 포스터. 1943년 경성의 정서와 노래, 사랑이 담긴 '해어화'는 오는 13일 개봉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더할 나위 없었던 배우들의 연기력+노래실력에 오감 만족

[더팩트|권혁기 기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살펴보면 '기생'은 '전통사회에서 잔치나 술자리에서 노래, 춤 및 풍류로 참석자들의 흥을 돋우는 일을 업으로 삼았던 여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요즘 대중들에겐 그다지 좋은 이미지로 비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제작 더램프)는 일제강점기였던 1943년을 배경으로, 마지막 경성 제일의 기생학교 '대성권번'을 배경으로 한다. 권번은 예인을 양성하는 기관이자 당시 기적에 오른 기생들을 총괄하던 기생학교를 일컫는다. 지금의 연예기획사 혹은 매니지먼트의 일종인 셈이다. 제목인 '해어화'는 '말을 이해하는 꽃'이란 뜻으로 기생이자 예인을 의미한다.

권번을 대표하는 예인으로 권번 선생 산월(장영남 분)의 총애를 받았던 소율(아역 김수안 분/한효주 분)은 어릴 적부터 권번에서 살아왔다. 권번 언니들과 또래들보다 정가(가곡, 가사, 시조 등)에 뛰어났던 소율은 아버지가 진 빚 때문에 권번으로 들어온 연희(아역 방유설 분/천우희 분)와 금세 제일 친한 동무가 된다.

연희와 더불어 권번 최고의 미인 소율을 사랑한 사람이 있으니 당대 최고의 작곡가 윤우(유연석 분). 일제강점기에 고통 받는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노래를 작곡하는 게 자신이 해야할 도리라고 생각한 윤우는 '조선의 마음'을 작곡해 이에 걸맞은 가수를 찾고 있었다. 국민 가수로 손꼽히던 이난영(차지연 분)이 있었지만 윤우는 연희의 목소리를 듣고 반해버리고 만다. 마침 이난영 역시 연희를 높게 평가하고 있던 상황.

영화 해어화 주연 삼인방. 천우희(왼쪽)와 한효주(오른쪽) 사이에서 갈등하는 유연석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에 빠져들게 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해어화' 주연 삼인방. 천우희(왼쪽)와 한효주(오른쪽) 사이에서 갈등하는 유연석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에 빠져들게 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윤우의 노래를 부르고 싶었던 소율은 연희에게 정인(情人)을 빼앗길 것만 같은 기분에 비를 맞으면서까지 윤우를 찾아 간다. 윤우는 소율에게 "내 마음 속에는 소율, 너뿐이다. 평생 그럴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러던 중 소율은 조선 최고의 권력자 경무국장 히라타 기요시(박성웅 분)가 주최한 중요한 놀음 자리에 권번 대표로 참석하게 되고, 기요시는 소율에게 수청을 들라고 한다. 하지만 소율은 윤우를 사랑하는 마음, '기생은 예인'이라는 사명감에 이를 거절한다.

이후 연희는 윤우와 함께 '조선의 마음'을 녹음하고 음반 발매를 진행한다. 점점 가까워지는 연희와 윤우의 모습을 바라보던 소율은 아픈 가슴에 눈물을 훔치는 일이 많아진다. 윤우 역시 연희를 향한 자신의 마음에 혼란스러워하지만 결국 마음이 가는대로 몸도 움직인다. 결국 소율은 '이대로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없다'는 생각에 히라타 기요시를 다시 찾아가게 된다.

박흥식 감독은 1943년 일제강점기 시절 경성의 정서를 잘 담아냈다. 기생이 그저 술자리에서 노래와 함께 춤을 추는 도우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면서, 그들과 윤우를 통해 당시 삶의 방식이 다양할 수밖에 없었음을 표현했다.

해어화로 연기변신한 한효주. 한효주는 당대 작곡가를 사랑했지만 친한 친구에게 빼앗긴 후 무너지는 감정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해어화'로 연기변신한 한효주. 한효주는 당대 작곡가를 사랑했지만 친한 친구에게 빼앗긴 후 무너지는 감정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효주는 '해어화'로 한층 깊어진 감정연기를 뽐냈다. '오직 그대만'에서 보여준 오열연기보다 더욱 애절했다. 표독스러운 악녀연기도 합격점을 훨씬 넘겼다.

이미 '한공주'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천우희 역시 자연스레 배역에 녹아들었다. 유연석도 빼지 않고 한효주·천우희와 함께 한 축을 담당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한효주와 천우희는 정가와 가요를 직접 소화해 귀를 즐겁게 했다. 특히 천우희는 '조선의 마음' 1절 가사를 직접 작사하는 열정을 보였다. 유연석은 일본군 앞에서 '아리랑'을 피아노로 표현하는 장면을 위해 2개월간 특훈을 받기도 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시대 사랑, 노래, 일제강점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집중하지 못한 흠이 보인다.

눈과 귀, 오감이 만족스러운 영화 '해어화'는 15세 이상 관람가로 오는 13일 개봉된다. 러닝타임은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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