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성매매 혐의 L양의 '깜짝 등장', 서울지검 취재진도 '아차'
입력: 2016.03.18 08:56 / 수정: 2016.03.18 17:35

여가수 여배우 C양 L양 검찰출두 007 작전 방불. 여가수 C양(사진 위)은 지난 15일 저녁 7시5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주차장으로, L양(사진 아래)은 이틑날인 16일 낮  1시 20분께 정문을 통과해 걸어서 출두했다. /그래픽=손해리 기자
여가수 여배우 C양 L양 검찰출두 007 작전 방불. 여가수 C양(사진 위)은 지난 15일 저녁 7시5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주차장으로, L양(사진 아래)은 이틑날인 16일 낮 1시 20분께 정문을 통과해 걸어서 출두했다. /그래픽=손해리 기자

[더팩트|강일홍 기자] 이름만 들으면 다 알만한 여자 연예인들이 잇달아 서울지검에 불려가 소환조사를 받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성매매 관련 연예인들이 실제로 조사를 받는다고 하니 긴가민가하면서도 현장 확인 취재에 나서기로 했다.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해온 여가수와 여배우의 검찰 출두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보였다. 또한 증권가 지라시나 소문으로만 나돈 연예인 성매매자 리스트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도 '뻗치기'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이들의 움직임이 처음 포착된 것은 지난 15일 저녁 7시5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주차장이다. 멀리서 봐도 알 만한 가수 C양이 변호사와 매니저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당초 이날 오후 7시까지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결과 밝혀졌지만 실제로는 50분 늦게 도착했다.

오후 6시부터 현장에 나가있던 취재진으로서는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혹시 소환일정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쯤 검은색 카니발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왔고, 검은 마스크에 모자를 푹 눌러쓴 젊은 여자가 내렸다. 주변 시선을 의식한듯 꽁꽁 싸맨 모습이 한눈에 봐도 C양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테이크 아웃 커피를 마시며 유유자적 강심장 출두.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해온 여가수와 여배우의 검찰 출두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보였다. /서울지검=문병희 이덕인 기자
테이크 아웃 커피를 마시며 유유자적 강심장 출두.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해온 여가수와 여배우의 검찰 출두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보였다. /서울지검=문병희 이덕인 기자

사전에 약속이 된듯 도착 10분 전 미리 주차장과 연결된 출구쪽에 나와있던 두명의 검찰관계자가 C양을 에스코트해 전용 출입문을 통해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조사실로 올라갔다. 가방을 든 변호사가 동행했고 매니저로 보이는 운전자는 다시 차를 타고 사라졌다.

L양이 검찰청에 등장한 것은 더욱 놀라웠다. 환한 대낮에, 그것도 민낯으로 정문을 통과해 유유히 청사로 들어왔다. 이후 1층 로비에서 신분증을 바꾼 뒤 매니저를 시켜 아이스 커피까지 손에 들고 조사실로 향했다. 혹시라도 누가 볼세라 얼굴을 가린 채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와 '007 작전' 하듯 비밀스럽게 출두한 C양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자연스런 행동과 표정 등 눈길. L양의  출두방식에 대해 한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 입장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입에 물고 여유롭게 출구를 통과하기는 보통의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지검=문병희 이덕인 기자
자연스런 행동과 표정 등 눈길. L양의 출두방식에 대해 한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 입장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입에 물고 여유롭게 출구를 통과하기는 보통의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지검=문병희 이덕인 기자

L양의 이런 출두방식은 애초 지하주차장만을 주시하고 있던 취재진의 눈에도 허를 찌르는 고도의 전략처럼 보였다. 사실 L양의 검찰청 도착 장면은 놓칠 뻔했다. 지하주차장 팀은 긴 시간 헛수고를 했고, 혹시 몰라 정문 쪽을 지키던 취재 기자 한 명이 카메라를 들 사이도 없이 휴대폰 영상으로 가까스로 촬영할 수 있었다. 지극히 자연스런 행동과 표정 등으로 봐서 마치 검찰직원이거나 민원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마침 L양이 출두한 시간은 점심 직후여서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에 대해 검찰수사관으로 오래 근무한 한 관계자는 "동선을 보면 의도된 움직임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피의자 입장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입에 물고 여유롭게 출구를 통과하기는 보통의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여가수 C양은 최근까지 유명 기획사에 몸담으며 활발하게 연예활동을 해온 인기 가수다. 지난 4일 브로커 강모씨가 구속되면서 자주 입에 오르내렸던 인물로 조사결과 지난해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교포 사업가 최모 씨로부터 3500만원을 받고 해외 원정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끊임없이 이어져온 성스폰서 논란이 발단. <더팩트>는 지난해 10월 연예인 성매매 스폰서 계약서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2015년 10월 26일 [단독] 연예인 성매매 계약서 존재, 계약 횟수 만큼 서비스 제공)을 탐사 보도한 이후 성매매관련 이슈를 발빠르게 취재해 연예계 주변에 존재하는 검은 그림자의 실체를 파헤쳤다. /더팩트 DB
끊임없이 이어져온 성스폰서 논란이 발단. <더팩트>는 지난해 10월 연예인 성매매 스폰서 계약서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2015년 10월 26일 [단독] 연예인 '성매매' 계약서 존재, '계약 횟수 만큼 서비스 제공')을 탐사 보도한 이후 성매매관련 이슈를 발빠르게 취재해 연예계 주변에 존재하는 검은 그림자의 실체를 파헤쳤다. /더팩트 DB

C양에 이어 <더팩트> 단독 취재로 검찰 소환조사 사실이 밝혀진 걸그룹 출신 여배우 L양은 연기자 변신 이후 음반활동을 겸해 케이블 드라마에 출연해왔으며, C양과 마찬가지로 역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에 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예인 성스폰서 논란에 휩싸였다.

<더팩트>는 지난해 10월 연예인 성매매 스폰서 계약서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2015년 10월 26일 [단독] 연예인 '성매매' 계약서 존재, '계약 횟수 만큼 서비스 제공')을 탐사 보도한 데 이어 지난 3일 '[TF이슈] 이번엔 여가수? 또 연예인 섹스 스캔들, 연예가 '술렁'', 4일 '[속보] 경찰, 유명 현직 가수 포함 성매매 알선 기획사 대표 재구속 발표'란 제하의 기사를 연속 보도하며 연예계 주변에 존재하는 검은 그림자의 실체를 파헤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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