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PD들의 엑소더스, '위기의 지상파' 돌파구는?
입력: 2016.03.14 09:58 / 수정: 2016.03.14 12:52

PD들의 잇단 이탈로 위기감에 휩싸인 지상파. 태양의 후예 담당 PD까지 떠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데다 이들의 행선지가 하필이면 과거 예능국 PD들이 줄줄 빠져나간 종편채널이란 점 때문에 방송가에 더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사진은 태양의후예 제작발표에 출연배우들. /이새롬 기자
PD들의 잇단 이탈로 위기감에 휩싸인 지상파. '태양의 후예' 담당 PD까지 떠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데다 이들의 행선지가 하필이면 과거 예능국 PD들이 줄줄 빠져나간 종편채널이란 점 때문에 방송가에 더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사진은 '태양의후예' 제작발표에 출연배우들. /이새롬 기자

[더팩트|강일홍 기자] 케이블TV와 종편채널의 공세, 스마트폰과 IPTV의 활성화,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 기준 및 트렌드 변화 등 방송환경이 크게 달라지면서 지상파가 안팎으로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한때 시청률을 싹쓸이하며 독보적인 위상을 지킨 적이 있지만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어느새 무한 시청률 경쟁에 내몰리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요즘 같으면 공격적인 케이블과 종편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는 일조차 버거워 보인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경쟁력이다. 방송 콘텐츠 제작의 근간은 자본 싸움이고 효율적인 사람관리다. 그런데 지상파는 비효율적 인력구조가 누적돼 몸집이 무거워진 데다 과감한 투자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지상파의 현실이자 본모습이다. 이 때문에 경쟁력이 좀 있다 싶은 PD들은 미련없이 지상파를 떠난다. 최근 경험과 실력을 갖춘 인력이 잇달아 이탈하면서 다시금 이를 확인시켰다.

지난 주말 전창근 김진원 함영훈 등 KBS 드라마국 PD가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방송가를 흔들었다. 송중기 송혜교 주연의 '태양의 후예'가 방영초반부터 30%에 육박하며 모처럼 활력을 되찾은 KBS 드라마국은 말그대로 초상집이 됐다. '태양의 후예' 담당 PD까지 떠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데다 이들의 행선지가 하필이면 과거 예능국 PD들이 줄줄 빠져나간 종편채널이란 점 때문에 충격은 더 컸다. 방송사 차원에서 발끈해 대응책에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있는 것 같진 않다.

시청률 대박으로 행복한 송-송 신드롬의 주인공. KBS가 송중기 송혜교 주연의 태양의 후예가 방영초반부터 시청률 30%에 육박하며 모처럼 활력을 되찾은 가운데 PD들의 사표제출로 드라마국은 말그대로 초상집이 됐다. /이새롬 기자
시청률 대박으로 행복한 '송-송 신드롬'의 주인공. KBS가 송중기 송혜교 주연의 '태양의 후예'가 방영초반부터 시청률 30%에 육박하며 모처럼 활력을 되찾은 가운데 PD들의 사표제출로 드라마국은 말그대로 초상집이 됐다. /이새롬 기자

◆ 설 연휴 파일럿 SBS '신의 목소리', 편성과정에 PD 사의 표명 등 속앓이

비단 KBS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달말부터 방영될 SBS '신의 목소리'는 지난 설 연휴 파일럿으로 방영돼 호평을 받았지만 편성과정에서 심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애초 이 프로그램은 파일럿 방영 이후 내부 조율을 거쳐 '폐지 또는 보류한다'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이런 방송사 결정에 의욕적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던 담당 PD가 불만을 품고 사의를 표명했고, 속앓이 끝에 결국 편성번복으로 봉합됐다. 물론 이는 언제든 다시 재연될 소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 바람에 SBS는 엉뚱한 곳에 새로운 불씨를 남겼다.

예능국의 오랜 인기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던 '도전 1000곡'의 재편성이 MC까지 물색이 끝난 상황에서 불발됐고, 개국초기부터 무려 20여년간 지속해온 '한밤의 TV연예'가 폐지되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특히 '한밤'은 시청률과 무관하게 고정편성돼온 지상파의 필수 예능아이템이란 점에서 방송사 안팎에 충격파를 던졌다. SBS는 그동안 예능국과 교양국 등을 오가며 꾸준히 명맥을 유지해온 연예정보프로그램을 KBS, MBC, SBS 3사 중 유일하게 편성표에서 사라지는 아픔을 맛보게 됐다.

MBC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MBC 예능국 손창우 PD는 작년 추석 연휴에 방영된 파일럿프로그램을 끝으로 tvN으로 이적했다. 물의를 빚고 자숙중이던 노홍철을 오랫동안 설득한 끝에 전력투구했던 이 프로그램이 정규편성에서 사라지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해당 프로그램은 기획단계부터 윗선의 지시에 따라 성실히 만든데다 시청자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손 PD가 MBC를 떠난 뒤 뒤늦게 방송사 구조적인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MBC는 종편행을 선택한 여운혁 사단 외에도 중국행 이슈로 인해 신정수, 강궁, 문경태 PD를 앞서 중국에 발판을 마련한 김영희 사단에 내줬다. SBS에서 '짝'을 연출했던 남규홍 PD도 그 대열에 동참했다. 문제는 이런 PD들의 엑소더스가 일시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항간에서는 적지 않은 이적료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런 이유 때문만도 아니다. 나영석 PD가 KBS시절 요구했던 시즌제는 여전히 지상파의 한계로 남아있고, 그는 tvN에서 보란듯이 시즌제 제작을 통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상파의 철옹성 드라마 왕국은 이미 붕괴. 해를 품은 달 킬미 힐미 등 대본을 집필한 진수완 작가가 최근 CJ E&M과 드라마 계약을 하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드라마 킬미 힐미 제작발표회 당시와 별에서 온 그대 촬영 중 한 장면. /더팩트 DB
지상파의 '철옹성 드라마 왕국'은 이미 붕괴. '해를 품은 달' '킬미 힐미' 등 대본을 집필한 진수완 작가가 최근 CJ E&M과 드라마 계약을 하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드라마 '킬미 힐미' 제작발표회 당시와 '별에서 온 그대' 촬영 중 한 장면. /더팩트 DB

◆ tvN, 향후 작가진 100명 대거 영입 '드라마왕국 구축' 야심찬 프로젝트

더구나 이번 KBS 드라마 PD 이탈 파문은 또 다른 의미에서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전통적으로 시청자들이 인식하는 드라마 왕국 타이틀은 지상파 몫이었다. 드라마를 방송사가 자체 제작하던 시절 KBS와 MBC, SBS는 번갈아 가며 드라마의 자존심을 지켰다. 영원히 깨질 염려가 없을 것같던 이런 난공불락의 공식은 종편 채널과 케이블 채널의 꾸준한 반격으로 무너지고 있다. 지상파의 '철옹성 드라마 왕국' 울타리는 어느새 양쪽으로 쫒기는 사면초가의 형국이 됐다.

최근 '해를 품은 달' '킬미 힐미' 등 대본을 집필한 진수완 작가가 CJ E&M과 드라마 계약을 한 사실은 의미 심장하다. 소현경 작가의 '두번째 스무살'이 지난해 방영됐고, 지난주말까지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이 뜨거운 화제를 몰고왔다. 노희경 작가의 '디어마이프렌즈'가 5월에 방송될 예정인 가운데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태양의후예'의 김은숙 작가도 tvN과 신작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vN이 향후 100명에 가까운 작가진을 대거 영입한다는 프로젝트가 현실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예능에 이어 드라마 쪽으로 불고 있는 tvN의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다. 상대적으로 지상파가 체감하는 위기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쫓기는 처지에 있는 지상파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누수되는 인력공백이 가히 공포수준이다. 더이상 지상파의 매력을 언급할 상황도 아니다. 새로운 시도와 모험을 원하는 PD들일수록 상하 소통이 원사이디드하게 흘러가는 정형화된 조직을 싫어한다. 이런 답답한 제작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마도 이들의 이탈러시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지상파의 위기감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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