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응팔' 박보검이 말하는 '우윳빛깔 최택' 뒷이야기①
입력: 2016.03.07 05:00 / 수정: 2016.03.07 08:10

박보검과 최택의 만남. 배우 박보검은 tvN 응답하라 1988의 최택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남윤호 기자
박보검과 최택의 만남. 배우 박보검은 tvN '응답하라 1988'의 최택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남윤호 기자

박보검, 투명해서 다 가질 수 있는 배우

[더팩트 | 김경민 기자] tvN '응답하라 1988'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드라마로 유명하다. 제작부터 캐스팅, 결말까지 007작전 못지않은 보안 속에 진행된다. 정작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간단한 설정 외에 백지 상태로 촬영을 시작한다. 그만큼 배우들이 캐릭터에 색깔을 입히는 과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응답하라 1988' 초반 최택은 어머니 없는 하늘 아래 겉으론 싱글벙글해도 마음은 텅 빈 '눈물 담당', 결핍의 아이콘이었다. 뭘 하려고 해도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의 손을 필요로 했다. 유일하게 주체적으로 선택한 바둑으론 천재 소리를 듣지만 친구들과 학교 생활도, 잠도, 건강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랑하는 여자 덕선을 품에 안은 '다 가진' 남자로 거듭난다. 덕선의 옆자리로 다가서고자 중요한 대국을 포기하는 결정은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든 장면이다. 보호 본능을 일으키던 소년이 무엇이 소중한지 스스로 판단하고 지킬 줄 아는 어른 남자로 성장한다.

최택의 사랑 완성한 박보검. 박보검은 최택에겐 전부였던 짝사랑을 오랜 시간 끝에 성공한 사랑으로 완성했다. /남윤호 기자
최택의 사랑 완성한 박보검. 박보검은 최택에겐 전부였던 짝사랑을 오랜 시간 끝에 성공한 사랑으로 완성했다. /남윤호 기자

이렇듯 남편 왕관을 쓴 주인공 최택은 처음과 끝이 가장 다른 인물이다. 여기엔 최택을 연기한 박보검의 힘이 빛을 발한다. 어떤 색깔을 들이밀어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는 투명함 덕분에 우윳빛깔 최택을 완성한다.

"초반에는 택이 분량이 많지 않았어요. 택이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었어요. 전개가 어떨지도 모르고. 오로지 대본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옆에 있는 관계자에게 '택이 시놉시스가 있었나요?'라고 확인한 뒤) 시놉시스가 없어서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택이 설명을 보고 연구했어요. 대본을 읽다 보니까 택이가 쌍문동에서 함께한 18년 동안 덕선이를 오랫동안 좋아했구나 깨달았어요."

최택에겐 박보검이 전작 '원더풀 마마'에서 깨방정 더하기 발랄함의 극치인 고영준, '참 좋은 시절'에서 마음의 문을 닫은 소년 강동석,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긍정미 넘치는 '훈남' 이윤후, '너를 기억해'에서 슬픔과 악을 함께 품고 있는 정선호 등으로 쌓았던 연기력이 응축돼 있다.

"'원더풀 마마'에서 영준이로 한 인물을 맡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연기하는 재미를 알았어요. 발랄한 막내니까 제 톤보다 높은 톤을 요구해서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지만 세트장 카메라를 처음 보고 눈을 보면서 연기하는 게 어떤 건지 아는 시발점이 됐죠.

최택은 연기하면서, 솔직하게 말하면 대사가 없어서 조금 좋기도 했고(웃음). 어렵다고 생각했던 건 대사가 없으니까 눈빛이나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속으로 감정을 잘 생각하고 떠올리려고 노력했어요. 모르는 감정이 나오면 바로 감독한테 물어보고요.

박보검, 응팔로 음주 도전? 박보검은 응답하라 1988에서 실제로 하지 않는 술, 담배, 욕을 연기했다. /남윤호 기자
박보검, '응팔'로 음주 도전? 박보검은 '응답하라 1988'에서 실제로 하지 않는 술, 담배, 욕을 연기했다. /남윤호 기자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제가 캐스팅되면서 최택 캐릭터가 조금 수정됐다는 것만 알았어요. 선배 배우들이 정말 잘하니까 편안하게 꾸미지 않는 연기를 배우려고 했어요. 생활 연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선배들과 호흡을 많이 맞추지 못한 거 아닐까요? 혼자 바둑 두고 약만 먹었잖아요(웃음)."

박보검은 술, 담배, 욕을 하지 않는다. 삼무(三無)인 그에게 '응답하라 1988'은 모든 걸 시킨다. 가장 실생활과 동떨어진 '발연기'인 셈이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악덕 업주(?)라는 농담 섞인 시청자평도 나왔다.

"하하하. 나중에 알고 보니까 정말 제가 안 하는 그 세 가질 (드라마에서)다 했더라고요. 감독이 계획한 건진 모르겠지만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었어요. 일상생활이나 드라마에서나 그렇게 욕한 건 처음이었어요. 이번엔 진짜 쌍욕, 아니 상욕이었잖아요(웃음). 쑥스럽고 부끄러웠어요. 집에서 연습했는데 입에도 잘 안 붙고 촬영할 때 다들 웃었어요.

(최택이 술을 마셔야 하는 장면에서 박보검은 자연스럽게 술이 아닌 콜라로 손이 가는 장면도 유명하던데?)하하. 그걸 어떻게 봤죠, 다들. 그때 진짜 다들 너무 피곤했어요. 대기 시간도 너무 길었고 밤샘촬영을 강행한 날이었어요. 해가 밝아지면 촬영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저도 모르게 술이 아닌 음료로 손이 갔어요. 전혀 인지를 못 하고 있다가 진짜 깜짝 놀랐어요."

감사하다 그리고 그립다 박보검은 인터뷰 내내 감사하다 만큼 그립다는 말을 덧붙였다. /남윤호 기자
'감사하다' 그리고 '그립다' 박보검은 인터뷰 내내 '감사하다' 만큼 '그립다'는 말을 덧붙였다. /남윤호 기자

박보검은 '응답하라 1988' 촬영장으로 돌아간 듯 웃음을 잃지 않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촬영장도 정말 쌍문동 골목처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선우가 보라와 다시 만나서 택이 방에서 털어놓는 장면에서 동룡이가 진짜 웃겼어요. 너무 다들 크게 계속 웃어서 NG가 났어요. 그때 다들 '현웃'(현실 웃음, 실제로 웃음이 터짐)이었어요. 택이는 다행히 '웃음을 못 참는다'는 지문이 있었지만 덕선이가 하도 웃음을 못 참으니까 나중엔 동룡이가 절제한 거예요."

이미 익히 알려진 박보검의 단골 멘트 '죄송'과 '감사'는 인터뷰 내용에서 생략했다. 그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한 말은 "다들 너무 보고 싶고 그립다"였다. 쌍문동의 기억은 시청자뿐 아니라 박보검에게도 그리고 최택에게도 두고두고 다시 꺼내볼 수 있는 그리운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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