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김구라 전현무의 '씁쓸한 예능 자화상'
입력: 2016.02.01 11:04 / 수정: 2016.02.01 11:04
TV 켜면 김구라 전현무만 보인다? 김구라와 전현무는 라디오와 설특집까지 평균 10여개의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갉아먹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팩트 DB
TV 켜면 김구라 전현무만 보인다? 김구라와 전현무는 라디오와 설특집까지 평균 10여개의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갉아먹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강일홍 기자] 스타의 인기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는 무엇일까? 통상 CF 섭외 우선순위와 개런티를 꼽는다. 몸값이야말로 직접 눈으로 보이는 인기의 가장 현실적 표상이다. 방송의 경우는 몇개의 작품에 동시에 출연하느냐도 그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인기가 많으면 그만큼 시청률에 도움이 될 것이고, 프로그램 경쟁력을 위해 앞다퉈 모셔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TV에서 자주 보이면 인기가 있는 것이고, 안 보이면 '한물간 연예인'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요즘 방송인 중 TV에 가장 자주 노출되는 주인공은 바로 김구라다. 김구라의 인기를 부정하거나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는 이미 인기예능인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대세 스타다. 김구라는 자신의 TV 노출 빈도를 통해 예능프로그램에서 차지하는 입지와 함께 '예능인 김구라'의 굳건한 위상을 증명하고 있다. 물론 시청자가 인식하는 진정한 인기인의 기준과는 별개다.

김구라에 버금가는 또 한명의 대세 예능인은 전현무다. 전현무는 지난달 27일과 28일 MBC FM4U '굿모닝FM 전현무입니다'를 펑크냈다. 프로그램 타이틀에 자신의 이름을 내 건 진행자가 생방송을 펑크내는 일은 흔치 않다. 여성 진행자라면 출산 등의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현무 경우 지나치게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쌓인 피로가 원인이 됐다.

많이 출연하는게 인기의 바로미터 아니다 시청자들이 인식하는 진정한 인기스타의 기준은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한 신선함이다. 사진은 무한도전의 한 장면(왼쪽부터 노홍철 유재석 하하 정준하). /더팩트 DB
"많이 출연하는게 인기의 바로미터 아니다" 시청자들이 인식하는 진정한 인기스타의 기준은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한 신선함이다. 사진은 무한도전의 한 장면(왼쪽부터 노홍철 유재석 하하 정준하). /더팩트 DB

진정한 프로예능인 "다작 아닌 줄임의 미덕과 자기 절제 먼저"

전현무는 의사로부터 "지금 당장 쉬지 않으면 평생 방송을 못할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막다른 길에 내몰리다 끝내는 방송 펑크라는 극단의 상황을 연출했다. 문제는 다작이다. 전현무는 JTBC '히든싱어'를 시작으로 '나 혼자 산다', '비정상회담', '헌집줄게 새집다오', tvN '수요미식회', '뇌섹시대-문제적남자', KBS2 '해피투게더3', MBN '전국제패', 그리고 라디오와 설 특집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무려 10여개에 이른다.

다작과 겹치기의 원조격인 예능 대표주자는 김구라다. 그 역시 MBC '라디오 스타' '마이 리틀 텔레비전' '복면가왕' '능력자들',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tvN '집밥 백선생', JTBC '썰전' '헌집줄게 새집다오', 그리고 설 특집까지 일일이 언급하기조차 벅차다. 이쯤되면 TV를 켜면 '채널마다 김구라가 보이고 전현무가 등장한다'는 말이 빈말은 아닌듯 싶다.

김구라는 김현동이란 이름으로 1993년 SBS 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지상파 데뷔 동기들에 비해 아주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하던 그는 인터넷 방송국에서 '김구라'로 이름을 바꿔 독한 멘트로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냈다.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 '김구라의 진실게임' 등을 진행하며 동료 연예인들 사이에 이단아 소리를 듣기도 했다. 거침없는 독설로 시청자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지금의 캐릭터는 사실 이때의 축적된 경험들이 쌓여 형성된 것이고, 그에게는 불명예의 과거이자 결실인 셈이다.

불편함과 씁쓸함은 결국 시청자 몫 일부 예능인들의 겹치기와 다작의 폐해는 색깔없는 프로그램을 강요하고, 시청자 짜증을 유발한다.  왼쪽부터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더팩트 DB
'불편함과 씁쓸함은 결국 시청자 몫' 일부 예능인들의 겹치기와 다작의 폐해는 색깔없는 프로그램을 강요하고, 시청자 짜증을 유발한다. 왼쪽부터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더팩트 DB

다작이 예능인의 대세? '그 나물에 그 밥' 시청자 피로도 증폭

김구라는 과거 스스로 내뱉었던 수많은 욕설과 음담패설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덕분에 이후 지상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대세 예능스타가 됐다. 길고 힘든 무명시절을 보상받기 위해 마치 분풀이라도 하듯 그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쓸어담듯 소화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싹쓸이 출연문제라면 전현무도 비켜갈 수 없다. 그는 2012년 KBS를 떠나 프리선언을 하면서 지금까지 라디오 포함 45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프리 선언 이후 평균 10개 이상의 겹치기를 한 셈이다.

김구라 전현무의 매력은 돌직구와 '깐족(비틈)개그'다, 둘 다 다소 거칠고 밉쌀스럽지만 재치있는 언변에 버무려내는 재능을 가졌다. 인기의 비결이자 시청자 관심의 원천인 셈이다. 하지만 이들이 진정한 프로예능인이라면 다작이 아니라 자기 절제를 통한 줄임의 미덕을 먼저 실천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맛잇는 반찬도 두 번만 연달아 먹으면 물린다. 시청자 피로도가 누적돼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인식이 와닿는 순간 이미 프로그램은 식상해지고 만다. 결국은 제살깎기다.

예능인들 중에는 여러 방송에 동시 출연하는 것이 '인기 연예인'이고 '대세 예능인의 자존심'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과연 다작만이 능사일까.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10여개에 이르니 많게는 하루에 2~3개 프로그램을 소화해야하고, 10시간 이상 스케줄에 쫓겨야 한다. 전현무처럼 쉰 목소리 또는 잠긴 목소리까지야 그렇다쳐도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로 인한 강박증과 불안증으로 이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승승장구하던 정형돈의 방송중단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고, 그 불편함과 씁쓸함은 고스란히 시청자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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