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종영②] 쌍문동 5인, '백마 탄 왕자'보다 설레는 로망이죠
입력: 2016.01.18 05:00 / 수정: 2016.01.18 13:16
응답하라 1988의 매력.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현실적인 가족극과 캐릭터들 사이 비현실적인 장치로 사랑을 받았다. /응답하라 1988 공식 홈페이지
'응답하라 1988'의 매력.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현실적인 가족극과 캐릭터들 사이 비현실적인 장치로 사랑을 받았다. /'응답하라 1988' 공식 홈페이지

'시나브로', '첫눈에 반했다'보다 설레는 그 말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시나브로'('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이라는 뜻), 천천히."

지난 16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마지막 회에서 덕선(이미연 분)과 택(김주혁 분)이 "누가 먼저 사귀자고 했느냐"는 질문에 입을 모아 내놓은 대답이다.

극 전체를 살펴봐도 두 사람이 소꿉친구에서 평생을 함께할 친구가 되기까지 특별한 계기나 설명은 없다. 참 평범하고 편안한 로맨스로 보인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게 바로 '응답하라' 시리즈가 줄곧 내세우고 있는 가장 비현실적인 로망이다.

응답하라 1988 남사친이 남편으로. 응답하라 1988에서 혜리(아래 오른쪽)는 친구 류준열(위 왼쪽) 박보검과 삼각관계를 형성했다. /응답하라 1988 페이스북
'응답하라 1988' 남사친이 남편으로. '응답하라 1988'에서 혜리(아래 오른쪽)는 친구 류준열(위 왼쪽) 박보검과 삼각관계를 형성했다. /'응답하라 1988' 페이스북

'응답하라' 시리즈 역대 주인공 커플들은 태어날 때부터 눈을 뜨면 옆에 있는 가족 같은 사이였다가 어느새 사랑하게 되고 부부의 연을 맺는다. 우연한 일로 얽히고설키며 첫눈에 반하거나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보다 극적이지 않다. 그래서 시청자에게 설렘을 전달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눈을 뗄 수 없는 건 '시나브로' 스며드는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 변화 때문이다.

남녀주인공은 서로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이다. 이토록 편한 상대가 곁에 있다는 것도 드문 확률인데, 그와 사랑이란 감정까지 교류하며 인생의 동반자로 발돋움하는 일은 '백마 탄 왕자'보다 운명적이다.

'응답하라 1988' 속 쌍문동 5인도 그렇다. 겨우 5명인데 생각 바른 전교 회장,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반 1등 수재, 공부보다 인생을 잘 아는 춤꾼, 천재 바둑 기사, 사랑스러워서 예쁜 소녀까지 별의별 캐릭터가 다 있다. 열 발걸음도 되지 않는 거리에 맞닿아 있는 집, 방귀도 창피할 것 없는 동네 친구들, 아무렇지도 않게 주인 없는 방에 모여 라면을 끓여 먹는 일상은 정이 넘치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넘어 팍팍한 현대인들에겐 로망 그 자체다.

응답하라 1988 쌍문동 어디 없나요? 응답하라 1988 속 배경인 쌍문동과 골목 친구들은 향수를 넘어 로망을 자극한다. /응답하라 1988 페이스북
'응답하라 1988' 쌍문동 어디 없나요? '응답하라 1988' 속 배경인 쌍문동과 골목 친구들은 향수를 넘어 로망을 자극한다. /'응답하라 1988' 페이스북

쌍문동 친구들뿐만 아니라 그곳을 채우고 있는 가족 못지않은 이웃들 또한 '갖고 싶은' 존재로 꼽힌다. 받을 생각 하지 않고 그냥 퍼줄 수 있는 이웃은 드라마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의 메마른 마음을 달래는 위로다.

앞서 '응답하라' 시리즈의 관전 포인트는 시대적인 배경을 살린 에피소드,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한 관찰력, 따뜻한 가족 이야기였다. 특히 '응답하라 1988'은 '한 지붕 세 가족 이야기'를 줄거리로 내세웠고 '내 끝사랑은 가족입니다'를 외치며 유독 가족극의 특징을 살리는 데 힘쓰면서 로망은 더욱 살아났다.

가족 이야기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는 '응답하라' 시리즈가 가장 잘 표현해온 전유물이다. 비현실적인 로망이지만 더없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건 사람이라면 근본적으로 공감하는 가족애와 인간애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응답하라 1988'을 떠나보낸 후에도 쌍문동을 잊지 않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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