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의 MSG] '부탁해요 엄마' 최태준씨, 채리·앵두 다음엔 버찌예요?
입력: 2016.01.05 11:35 / 수정: 2016.01.05 11:35
부탁해요 엄마에서 민아와 계속 엮이는 최태준. 그는 아내 조보아가 불안해하는 것을 알고도 민아를 끊어내지 못했다. /KBS2 부탁해요 엄마 방송화면 캡처
'부탁해요 엄마'에서 민아와 계속 엮이는 최태준. 그는 아내 조보아가 불안해하는 것을 알고도 민아를 끊어내지 못했다. /KBS2 '부탁해요 엄마' 방송화면 캡처

'부탁해요 엄마', 캐릭터 붕괴 일으키는 막장 러브라인으로 '눈살'

[더팩트 | 김민지 기자] 채리(조보아 분)와 앵두(민아 분)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형순(최태준)의 다음 사랑은 버찌일까? KBS2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연출 이건준, 극본 윤경아)의 복잡한 러브라인이 막장으로 흐르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삼각관계가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망치는 것은 물론 시청자들의 짜증까지 유발시키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KBS2 '부탁해요 엄마'에서 형순과 채리는 이별의 위기를 맞았다. 채리는 자신과 형순의 사이를 반대해온 아버지 장철웅(송승환 분)이 함께 식사를 하자고 제안하자 들떠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형순은 앵두(민아 분)의 꾐에 넘어가 그녀에게 달려갔고 앵두는 이를 이용해 채리에게 오해를 유발하는 문자를 보냈다. 채리는 분노해 형순과 다퉜고 두 사람은 결국 틀어지고 말았다.

그동안 이형순♥장채리 커플은 철이 없을지언정 서로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표현하며 예쁜 사랑을 해 '부탁해요 엄마'의 엔도르핀으로 자리매김했다. 진애(유진 분)와 산옥(고두심 분) 사이 모녀 갈등과 영선(김미숙 분)과 진애 사이 고부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드라마에서 형순과 채리는 유일하게 숨 쉴 틈을 주는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이들 사이는 앵두의 등장으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사기꾼인 앵두는 형순에게 반해 그와 채리의 사이를 뒤흔들어 놓으려 했다. 형순이 유부남임을 안 뒤에도 앵두의 행동은 변함이 없었다. 형순은 앵두의 여우 같은 행동을 알아채지 못했음은 물론 그녀가 소매치기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오히려 동정심을 가졌다. 앵두에게 휘둘리며 우유부단함의 끝을 보여주는 형순의 태도는 답답함을 유발했다. 그 사이 고통받는 것은 채리와 시청자였다.

부탁해요 엄마에서 최태준에게 상처받고 집으로 돌아간 조보아. 조보아는 최태준의 우유부단함에 눈물을 흘렸다. /KBS2 부탁해요 엄마 방송화면 캡처
'부탁해요 엄마'에서 최태준에게 상처받고 집으로 돌아간 조보아. 조보아는 최태준의 우유부단함에 눈물을 흘렸다. /KBS2 '부탁해요 엄마' 방송화면 캡처

더욱 문제인 것은 세 사람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형순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캔디형 백수'에 '해맑은 청춘'이라는 인물 설정과는 달리 실제 그의 모습은 우유부단하고 값싼 동정심으로 아내에게 상처를 주며 자격지심을 드러내는 못난 면모다. 그야말로 최악의 남자다. 이리 저리 휘둘리는 그가 채리와 앵두에 이어 또 새롭게 나타날 수 있는 인물 '버찌'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물론 형순이 초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그는 누나 진애와 산옥 사이의 갈등을 조절하고 무능력한 아버지마저 감싸는 인물이었다. 가장 살뜰하게 가족을 챙기는 면모 덕에 시청자들은 철이 없어보여도 형순을 사랑했다. 그러나 그는 결혼식까지 치른 아내 채리에게 상처를 줬다. 자신의 잘못으로 일을 망쳤음에도 아내를 감싸지 않았고 오히려 자존심을 건드린다는 이유로 본인이 더 화를 냈다. 더 이상 착하고 밝은 형순이가 아니게 된 것이다. 이제 그는 옹졸하고 못나고 철없는 남자일 뿐이다. 42회가 진행되는 동안 형순이라는 캐릭터는 점점 붕괴됐고 시청자들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부탁해요 엄마' 속 형순♥채리 커플은 극에서 트러블 메이커지만 동시에 활력을 주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자극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막장 러브라인이 커플의 본 매력을 망쳤다. 앵두 역시 형순이 유부남임을 알면서도 그를 적극적으로 유혹해 비호감 캐릭터의 끝을 보여줬다.

이별 위기를 맞은 최태준과 조보아. 조보아와 만난 최태준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키는 커녕 자격지심을 드러냈다. /KBS2 부탁해요 엄마 방송화면 캡처
이별 위기를 맞은 최태준과 조보아. 조보아와 만난 최태준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키는 커녕 자격지심을 드러냈다. /KBS2 '부탁해요 엄마' 방송화면 캡처

비단 형순이라는 캐릭터만 문제는 아니다. '부탁해요 엄마'는 가족 간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갈등을 유발시키며 극을 이끌더니 급기야 최근 방송분에서 산옥(고두심 분)이 시한부 판정을 받으며 막장의 요소를 모두 채웠다. 웃음과 감동이 포함된 따뜻한 이야기를 다루겠다던 기획의도는 애초에 빛을 바랐다. 이 드라마에는 더 강하고 더 자극적인 소재의 등장만이 남았을 뿐이다.

지난해 8월 '부탁해요 엄마' 제작발표회 당시 이건준 PD는 드라마에 밝고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이야기까지 담아내겠다고 밝혔다. 지금 '부탁해요 엄마' 제작진에게 묻고 싶다. 과연 의도한 만큼, 원하는 만큼 가족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냈는지를 말이다.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막장이란 비난의 반대급부는 당연히 시청률이다. 이날 방송된 '부탁해요 엄마'는 33.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것도 여태까지 방송된 회차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드라마가 작품성이 망가진 것과는 별개로 높은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이 시청률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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