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스타들의 '스몰웨딩', 원조는 조용필 '산사 결혼'
입력: 2015.12.28 10:31 / 수정: 2015.12.28 10:37

조촐하고 조용한 결혼식을 원했다 이영애의 하와이 극비 결혼은 이례적으로 기획사를 통하지 않고 법무법인을 통해 결혼사실을 공표해 남편의 존재를 덮어야할 피치 못할 사연이 있었느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왼쪽부터 이영애 이효리 김정은. /더팩트 DB
"조촐하고 조용한 결혼식을 원했다" 이영애의 하와이 극비 결혼은 이례적으로 기획사를 통하지 않고 법무법인을 통해 결혼사실을 공표해 '남편의 존재를 덮어야할 피치 못할 사연이 있었느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왼쪽부터 이영애 이효리 김정은. /더팩트 DB

[더팩트|강일홍 기자] '이영애씨가 많은 팬들과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연기자로서 공식적인 기자 회견을 통해 결혼을 발표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족들이 조촐하고 조용한 결혼식을 원하였기에 공개 발표를 하지 못하였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6년 전인 2009년 8월 25일 난데없이 날아든 '대장금' 스타 이영애(44)의 하와이 극비 결혼 소식은 연예가 안팎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그의 남편은 '미국 교포로서 미국 일리노이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계 IT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정 씨'라고만 소개됐지만, 곧 연예계 주변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던 정호용 씨(61)로 밝혀졌다.

결혼사실 공표도 이례적으로 기획사가 아닌 법무법인을 통해 언론에 전달돼 호기심을 더했다. 이는 남편의 신분을 덮어주고 차후 원치않는 사생활 침해에 대한 적절한 대응 차원으로 보여졌지만, 이 때문에 '도대체 정씨가 누구냐'에 촉각이 모아질 수밖에 없었고, 남편의 존재를 덮어야할 피치 못할 사연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작품활동 외에 늘 신비주의를 고수해온 이영애는 이 일로 또다른 의미에서 '조촐한 결혼식', 이른바 '스몰 웨딩'의 상징이 됐다.

오랜 시간 꿈꿔온 둘만의 풍경을 일생에 한번 뿐인 결혼식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강원도 정선 밀밭에서 식을 올린 원빈 이나영 커플은 들판에 솥단지를 걸어 국수를 끓이고 부케는 들꽃으로 대신했다. /이든나인
"오랜 시간 꿈꿔온 둘만의 풍경을 일생에 한번 뿐인 결혼식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강원도 정선 밀밭에서 식을 올린 원빈 이나영 커플은 들판에 솥단지를 걸어 국수를 끓이고 부케는 들꽃으로 대신했다. /이든나인

◆ 작은 결혼식, 조용필 이후 이영애, 이효리, 원빈-이나영, 김정은까지

최근 배우 김정은(41)의 결혼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하는 '스몰웨딩'이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김정은은 결혼식 사실부터 철저히 감추고 진행한 이영애의 경우와 좀 다르지만 배우자의 신상 등 상당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더 궁금증을 자아낸다. 빠듯한 촬영 스케줄을 쪼개 동갑내기 남자친구의 집을 찾아 심야데이트를 즐겼다는 것과 내년 3월께 미국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린다는 게 전부다.

김정은은 팬들에게 비교적 열애설이나 스캔들이 거의 없는 여배우로 각인돼 있다. 배우 이서진과 결별 이후 매우 오랫동안 마음의 상처를 감내한 것으로 돼 있고, 그래서 선뜻 새로운 이성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 것이 그 이유일 수 있다. 외국계 금융사 펀드매니저인 예비신랑은 김정은의 이런 아픔을 보듬고 위로해준 '따뜻한 인품과 자상함'으로 백년가약이란 신뢰의 밑거름이 됐다는 후문이다.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작고 비밀스런 결혼식'은 평생의 한 번 뿐인 하루를 조용하고 특별하게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5월30일 원빈(38)-이나영(36) 커플이 강원도 정선의 밀밭에서 올린 결혼식은 그야말로 한폭의 풍경이었다. 들판에 솥단지를 걸어 국수를 끓이고 부케는 들꽃으로 대신했다. 하객도 양가 가족 및 친척 등 대략 40~50명 정도만 참석했다.

이런 스몰웨딩은 2년 전 이상순과 이효리가 제주도에서 하우스 웨딩식을 치른 이후, 봉태규와 하시시박, 김무열과 윤승아, 김나영 등이 뒤를 이었지만 알고보면 진짜 원조는 따로 있다. 1984년 '가왕' 조용필은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봉선사에서 8년 사귄 여자친구(박지숙)와 결혼식을 올렸다. 봉선사 주지 월운스님이 주례를 맡고 하객은 동행한 7~8명의 기자들이 전부였다. 이 결혼식은 훗날 '절에서 찬물 한그릇 떠놓고 결혼했다'는 일화로 기억돼 있다.

스타의 스몰웨딩의 원조는 가왕 조용필의 30년 전 산사결혼 1984년 조용필의 봉선사 결혼식 하객은 주례를 맡은 주지스님을 포함해 불과 10여명에 불과했다. 이곳은 뒷날 그룹 백두산의 리더 유현상(오른쪽)이 13살 연하의 수영선수 최윤희와 도둑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된 장소이기도 하다. /더팩트 DB
스타의 '스몰웨딩의 원조는 가왕 조용필의 30년 전 산사결혼' 1984년 조용필의 봉선사 결혼식 하객은 주례를 맡은 주지스님을 포함해 불과 10여명에 불과했다. 이곳은 뒷날 그룹 백두산의 리더 유현상(오른쪽)이 13살 연하의 수영선수 최윤희와 '도둑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된 장소이기도 하다. /더팩트 DB

◆ 허례허식 보다 특별한 의미 추구, 수억원짜리 호텔 결혼식과 대조

이곳은 90년대 초 그룹 백두산의 리더 유현상이 13살 연하의 유명 수영선수 최윤희와 '몰래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된 장소이기도 하다. 주례는 주지스님이 출타중이어서 혜등 스님이 했고 하객은 가수 이승철, 이호연(전 DSP 대표), 백민(전 BIG엔터테인먼트 대표), 작곡가 하광훈 등이 참석했다. 둘은 인근 인근 베어스타운 스키장 음식점에서 간단히 피로연을 가진 뒤 설악산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조용필 이후 30여 년간 여러 형태의 톱스타 연예인들의 웨딩 이벤트가 있었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결혼식의 주인공은 원빈-이나영 커플이다. 주례나 축가는 물론 결혼 행진도 없는 결혼식이 더 뜻깊고 아름다웠다는 평가를 남겼다. 식순이래봐야 두 사람이 밀밭 가운데 들어갔다가 다시 걸어나온 뒤 결혼서약문을 읽는 게 전부였다. 신부 친구 5명이 드레스를 입고 신부 들러리를 섰고, 사회도 신부 친구가 봤다.

결혼 직후 원빈 이나영 부부는 소속사를 통해 "긴 시간 그려왔던 둘 만의 결혼식 풍경이 있었다. 함께 예식이 열릴 들판을 찾고 테이블에 놓을 꽃 한송이까지 손수 결정하며 하나 하나 준비했다. 일생에 한 번뿐인 오늘에 대해 다른 이의 입이 아니라 저희가 직접 여러분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며 특별한 의미를 새기고 부여했다. 네티즌들은 즉각 "수십억 원을 버는 톱스타들이라서 더 아름답게 느껴진 결혼식이었다"고 긍정적 찬사로 화답했다.

화려함의 극치, 흔히 스타연예인 하면 수억원의 비용이 드는 호텔결혼식을 연상한다. 결혼 자체가 워낙 큰 관심사이다보니, 협찬과 광고가 붙어 더 요란한 특급 스타 결혼식에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많다. 반면 평범함 보다는 특별함을, 허례허식보다 의미를 추구하는 몇몇 연예인들의 성향이 새로운 형태의 '작고 소박한 예식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최근 2세 출산 소식을 알린 원빈 이나영 부부에게 팬들이 더 뜨거운 찬사를 보내는건 아마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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