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 뿔났다', 부산시→ 이용관 집행위원장 고발에 맹비난(전문)
입력: 2015.12.16 17:28 / 수정: 2015.12.16 17:29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16일 영화단체연대회의가 공동성명을 내고 부산시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검찰고발한 것에 강력히 항의했다. /더팩트DB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16일 영화단체연대회의가 공동성명을 내고 부산시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검찰고발한 것에 강력히 항의했다. /더팩트DB

영화단체연대회의 "부산시, 이용관 집행위원장 고발은 민주주의 흔드는 행태" 맹비난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영화인들이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형사 고발한 부산시의 행태를 비난하며 공개 성명서를 배포했다.

16일 영화단체연대회의 측은 공식 성명서를 배포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부산시의 이번 행태에 분노한다며 부산시의 이번 조치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무너뜨리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특히 영화단체연대는 이번 고발건(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영화계 전체의 문제로 보고 영화계도 같이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것이라는 방침을 내놨다.

영화단체연대회의 측은 부산 시에 첫째 이용관 집행위원장 등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의 전·현직 간부에 대한 검찰 고발을 즉각 철회할 것, 둘째 부산시는 시민들의 소중한 자산인 부산국제영화제를 길들이려는 모든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영화 상영으로 시작된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사이의 갈등. 이용관 집행위원장 검찰 고발에 영화인들 또한 단체행동으로 응수할 것을 시사했다. /남윤호 기자
지난해 영화 상영으로 시작된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사이의 갈등. 이용관 집행위원장 검찰 고발에 영화인들 또한 단체행동으로 응수할 것을 시사했다. /남윤호 기자

이어 지난해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해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측의 갈등을 다시 한번 언급하며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정치적 외압으로 인해 촉발된 이용관 집행위원장 퇴진 압박 사태는 단순히 '다이빙벨'이란 영화 한 편의 상영 여부를 놓고 벌어진 부산국제영화제 측과 서병수 부산시장의 힘겨루기를 넘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대한민국 사회의 기본 이념인 민주주의가 심각히 위협받고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영화계 및 사회 전반의 커다란 저항을 불러왔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마지막으로 영화인들이 이용관 집행위원장 개인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고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집행위원장으로서 내린 결단으로 무리한 수사를 받게 된다면 이는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 11일, 부산시 감사원은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협찬금 중개 수수료의 증빙서류가 없이 업자에게 지급한 사실을 꼬집어 검찰 고발했다.

◆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정녕 부산시는 함께 만든 공든 탑을 독단적으로 무너뜨리려 하는가?

영화인들은 부산시의 행태에 분노한다. 지난 12월 11일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검찰 고발함으로써 다시 한번 영화인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무너뜨리려는 부산시의 이번 조치에 영화인들은 힘을 합쳐 강력히 맞서 싸울 것이다. 또한 이번 고발건을 영화계 전체의 문제로 보고 영화계도 같이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공동 대응해나갈 것이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이루 말할 수 없다. 1996년, 남포동에서 조촐하게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는 스무 해 동안,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문화의 불모지였던 부산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와 예술의 도시로 만들었고, 시민들의 가장 큰 축제이자 소중한 자부심이 되었다. 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넘어 세계 최대의 비경쟁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의 일류 브랜드일 뿐 아니라,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행사이며 한국 영화계의 발전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하지만, 세계의 주목 속에 자랑스러운 성년이 된 부산국제영화제의 20주년은 축복은커녕 처참한 비극으로 저물고 있다. 올해 초,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선정의 독립성을 뒤흔들려는 정치적 외압으로 인해 촉발된 이용관 집행위원장 퇴진 압박 사태는 단순히 <다이빙벨>이란 영화 한 편의 상영 여부를 놓고 벌어진 부산국제영화제 측과 서병수 부산시장의 힘겨루기를 넘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대한민국 사회의 기본 이념인 민주주의가 심각히 위협받고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영화계 및 사회 전반의 커다란 저항을 불러왔다.

다행히 부산국제영화제는 강수연 공동 집행위원장을 영입해 소통의 창구를 열었고, 이에 서병수 부산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서 영화제의 자율적 운영을 약속하며 사태는 진정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과를 토대로 부산시는 결국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전·현직 사무국장 등을 검찰 고발함으로써 이러한 기대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사태를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감사원은 부산국제영화제측이 협찬금 중개 수수료를 증빙서류 없이 업자에게 지급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는 협찬을 받아오는 업자에게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업무상 관행에서 비롯된 행정적 미비함이지 고의적인 횡령이나 회계 부정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이런 관례적 행정 전반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는 감독 기관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를 고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자신의 책임을 전가시키는 갑의 횡포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감사원에서 비슷한 지적을 받은 경우 시정요구나 관련자 징계 등의 행정처분이 일반적인 바, 이번의 검찰 고발은 명백히 도를 넘는 차별적 조치이며 이용관 집행위원장 퇴진을 겨냥한 노골적 압박의 연장선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지금 영화인들은 이용관 집행위원장 개인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집행위원장으로서 내린 결단으로 인해 그의 용퇴가 영향 받고, 심지어 강제적으로 쫓겨나거나 무리한 검찰 수사를 당하게 된다면 이는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란 문화 예술에 대한 기본적 상식을 망각하고, 작은 독립 영화 한 편의 상영을 트집 잡아 20년간 영화인들과 시민들의 땀방울과 애정으로 멋지게 성장한 세계적인 영화제의 목을 치고, 무릎을 꿇리려드는 모습을 보니 서글픔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자조적으로 제 나라를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 암울한 시대에 부산마저 문화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고 결국 헬부산으로 전락하려는가? 정녕 부산시는 함께 만든 공든 탑을 독단적으로 무너뜨리려 하는가? 우리 영화인들은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엔 부산의 스무 해 추억은 너무나 깊고 사랑은 여전히 뜨겁다.

-우리의 요구-

1. 부산시는 이용관 집행위원장 등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의 전·현직 간부에 대한 검찰 고발을 즉각 철회하라.
2. 부산시는 시민들의 소중한 자산인 부산국제영화제를 길들이려는 모든 시도를 즉각 중단 하고 자율적인 영화 선정과 운영을 보장하라.

영화단체연대회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여성영화인모임, 영화마케팅사협회, 독립예술영화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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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팀ㅣ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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