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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 12월 16일 개봉하는 최민식 주연의 영화 '대호'는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와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의 이야기를 다뤘다. /NEW제공 |
최민식·박훈정 감독의 두 번째 만남 '대호', 우아하지만 날카로운 메시지의 힘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영화 '대호'는 지리산의 '산군'(山君)으로 불렸던 호랑이와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대적 배경이 일제강점기라 표면만 보면 항일영화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결국 '대호'를 통해 그리고자 한 것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대호'(감독 박훈정, 제작 사나이픽처스, 배급 NEW)는 1925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조선 최고의 명포수로 이름을 떨치던 천만덕(최민식 분). 그는 아내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뒤 더는 총을 들지 않은 채 지리산의 오두막에서 늦둥이 아들 석(성유빈 분)과 단둘이 산나물을 캐며 삶을 꾸려간다.
만덕의 어린 아들 석은 조선 최고의 명포수로 불렸던 아버지 천만덕을 존경하지만, 한편으론 총을 들지 않은 채 산속에서 단절돼 사는 아버지를 향한 원망 또한 깊게 자리해 있다. 결국 , 아들 석은 아버지의 뜻을 거스른 채 혼례를 치르고 싶은 마음으로 일본군 포수대에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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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만덕의 하나 뿐인 아들 석(성유빈 분). 천만덕의 아들 석은 조선 최고의 명포수로 불렸던 아버지를 존경하지만, 자신의 혼례가 힘들어 지자 남들과 달리 욕심없는 아버지에게 반항심을 느낀다. /NEW제공 |
그당시 지리산 마을에선 해수 구제사업(해로운 동물을 죽이는 일제강점기 정책)이 한창이다. 그 중심엔 조선 최고의 전리품인 호랑이 가죽에 매료된 일본 고관 마에조노(오스기 렌 분)가 있다. 마에조노는 귀국 전 지리산 '산군'으로 불리는 대호를 자신의 손에 넣고자 야욕을 보인다.
마에조노의 욕망은 '지리산 소탕작전'으로 이어진다. 마에조노의 야욕을 이뤄주고자 일본군 장교 류(정석원 분)와 지리산 포수대 구경(정만식 분)은 대대적인 사냥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무엇보다 간절한 것은 호랑이의 길목을 꿰고 있는 조선의 최고 명포수 천만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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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최고의 포수 천만덕으로 분한 배우 최민식. '대호' 속 최민식은 명포수 천만덕을 완벽에 가깝게 녹여내며 영화의 흡인력을 배가 시킨다. /NEW제공 |
영화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지리산 호랑이와 그와 공존하는 삶을 살던 포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대립할 것 같은 두 존재가 밟아가는 닮은꼴 운명에서 다양한 메시지를 제시한다.
전혀 다를 것 같은 명포수 천만덕과 지리산 산군 대호의 공통점은 산에 대한 예의와 자식을 향한 무한한 사랑이다. 누구보다 총을 잘 다루는 천만덕이지만, 자신이 취할 만큼만 취한 채 쓸데없는 살생을 금한다. 대호 또한 오로지 살기 위한 사냥 외에는 다른 동물의 목숨을 위협하지 않는다. 또 한 아이의 아버지인 천만덕과 목숨을 걸고 새끼들을 지키는 대호는 아이를 책임지는 아버지란 점에도 닮아있다.
조선의 명포수 천만덕으로 분한 배우 최민식은 극의 7할을 홀로 이끈다. 최민식은 이번 작품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인자한 아버지의 모습부터 총을 다루는 매서운 눈빛, 대호와 교감하는 최민식은 2시간이 훌쩍 넘는 영화를 지루할 틈없이 만드는 주된 이유다. 중간중간 그의 아들 석을 연기한 성유빈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웃음이란 양념을 더 한다. 천만덕과 대립하는 포수대 대장 구경(정만식 분), 포수대 칠구(김상호 분), 일본군 류(정석원 분) 또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제 몫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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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랑이 대호와 영화의 전반을 이끄는 최민식. 최민식과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호랑이 대호는 세련된 CG로 이질감없이 관객에게 스며든다. /NEW제공 |
영화 개봉을 앞두고 모든 이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무엇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된 호랑이 대호다. 하지만 우려를 민망하게 할 정도의 선전이다. 영화를 본 최민식이 감탄하며 "이번 영화에선 대호 씨가 가장 연기를 잘했다"라고 말한 것만 봐도 세련되고 자연스럽게 구현된 호랑이가 이질감 없이 장면 장면에 녹아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듬감 있는 카메라 워크와 과감한 박훈정 감독의 연출력은 '대호' 속 호랑이를 더욱 자연스레 만든 무기 중 하나다.
'대호'는 상징성이 짙은 영화다.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비롯해 그를 '산군님'으로 모셨던 우리 조상들, 그리고 욕심부리지 않고 취할 것만 취하며 살생을 금했던 포수들, 공존하는 모든 생명들이 공존할 수 없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먼저 건넨 부끄러운 손내밈과 같다. 묵직해서 불편하고 먹먹하지만, 지금쯤 생각해 봐야하는 것들을 담았기에 가치있다. '대호'는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9분, 1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