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문근영 "사이코패스 캐릭터, 어울릴 것 같지 않나요?"
입력: 2015.12.12 05:00 / 수정: 2015.12.11 15:03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한소윤 캐릭터를 연기한 문근영. 문근영은 작품성이 뛰어난 마을에 출연한 것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나무엑터스 제공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한소윤 캐릭터를 연기한 문근영. 문근영은 작품성이 뛰어난 '마을'에 출연한 것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나무엑터스 제공

"재미있고 호기심 가질 수 있는 작품에 매료돼"

[더팩트ㅣ김민지 기자] 배우가 작품을 선택할 때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문근영은 많은 요소들 가운데 작품을 우선적으로 보는 배우다. 작품이 탄탄하다면 이야기상 덜 돋보이는 배역이라도 과감하게 선택한다.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마을') 역시 이런 기준으로 고른 드라마다.

'마을'에서 문근영이 연기한 한소윤은 극을 장악하는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사건에서 한 발 물러서 이를 지켜보는 관찰자다. 어찌 보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캐릭터이기에 쉽게 출연을 결정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문근영이 과감하게 '마을'에 출연한 이유가 궁금했다.

"'마을' 자체에 크게 매력을 느꼈어요. 오랜만에 탄탄한 대본을 발견한 느낌이었죠. 개인적으로 장르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로맨스가 없는 장르물을 공중파에서 한다는 점이 신선했어요. 물론 한소윤이라는 인물이 심심할 수는 있지만 관찰자 캐릭터는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해 출연을 결정했죠."

문근영이 연기한 한소윤은 얼핏 보면 극에서 돋보이는 캐릭터가 아니라고 여길 수 있지만 사실 관찰자의 시선에서 극의 이해를 돕는 중요한 일을 한다. 배우 역시 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

"내레이터의 역할이 컸어요. 마을에서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고 사연을 듣고 진실을 파헤치고요. 이렇게 한소윤이 알아낸 정보들은 범인을 찾는 키포인트가 되잖아요. 제가 이걸 잘 전달해야 시청자들이 퍼즐 조각을 잘 맞춰서 따라올 수 있으니까 많이 노력했죠."

마을 속 아가씨 캐릭터를 매력 있게 본 문근영. 문근영은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나무엑터스 제공
'마을' 속 아가씨 캐릭터를 매력 있게 본 문근영. 문근영은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나무엑터스 제공

문근영의 선택은 옳았다. 그는 다소 복잡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마을'에서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할 수 있게 돕는 관찰자 캐릭터를 잘 소화해 작품도 인물도 살렸다. 시청률은 같은 시간대 방영되는 드라마 가운데 꼴찌의 기록이었지만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꾸준하게 언급되는 등 화제성은 높았다.

"만족스러워요.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좋은 평가도 많이 들었고 체감 시청률은 20~30% 나오는 드라마 같았으니까요.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감독님이 '소윤이 수고했어'라며 꽃을 주시는데 울컥하더라고요. 스태프들과 정도 많이 들고 애정도 많이 쏟은 드라마여서 종영하는 게 아쉬웠어요."

'마을'에서는 한소윤의 언니인 김혜진(장희진 분)을 죽인 진범이 누구인지를 두고 한소윤과 시청자들이 이를 함께 추적한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진짜 범인의 정체를 두고 각종 추측이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문근영 역시 추리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촬영을 할 때 오히려 범인을 모른 것이 연기에는 득이었다고 사견을 밝혔다.

"호기심에 감독님께 범인에 대해 물어봤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범인이 너는 아니니까 걱정 말라'며 몰라도 크게 상관없다고 하셨죠. 범인은 촬영하기 일주일 전에 알았어요. 다시 생각해보니까 오히려 처음부터 범인에 대해 알았으면 연기에 독이었을 수도 있다고 봐요. 몰랐던 게 다행이었죠."

문근영은 한소윤 외에 매력을 느낀 캐릭터로 최재웅이 연기한 아가씨를 꼽았다. 그는 "다른 캐릭터가 욕심이 나진 않았는데 아가씨는 한 번 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사이코패스를 연기해보고 싶다.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나? (내가 연기를) 잘할 것 같다"며 웃었다.

작품을 고를 때 작품성을 우선으로 고려한다는 문근영. 문근영은 시청자들이 다시 보고싶어 하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무엑터스 제공
작품을 고를 때 작품성을 우선으로 고려한다는 문근영. 문근영은 시청자들이 다시 보고싶어 하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무엑터스 제공

드라마에서 그는 비투비 육성재와 함께 연기했다. 데뷔 17년 차 배우가 본 3년 차 배우는 어땠을까. 문근영은 "초반에는 걱정을 했다. 그런데 성재가 대본 리딩을 할 때 너무 잘해서 이후로는 걱정이 안 되더라. 촬영을 할 때 성재의 긴장을 많이 풀어주려고 했는데 잘 따라와줘서 고마웠다. 성재와 (연기) 하니까 신선함과 풋풋함이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을'은 짜임새 있는 이야기, 몰입도를 높이는 연출, 배우들의 호연으로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들었다. 문근영은 '마을'의 작품성을 믿고 출연을 결정했으며 이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근영은 차기작들 역시 '마을'처럼 잘 만들어진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항상 작품성을 1번으로 생각해요. 재미있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어야 매료되죠. 물론 대중성도 중요하고 그 기준이 먼저 놓이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작품이 좋아야 대중성도 만들 수 있는 거니까요. '마을'은 사실 시청률이 잘 나올 거라고 크게 가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좋은 평가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마을'은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가 될 것 같아요. 앞으로도 한 번 보고 사라지는 것보다는 다시 보고 싶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그런 작품에 녹아드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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