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발칙하게 고고'로 주목받은 배우 지수. 지수는 드라마에서 서하준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새롬 기자 |
지수 "'발칙하게 고고', 노란 은행잎 같은 작품"
[더팩트ㅣ김민지 기자] 배우 지수는 유독 '방황하는 청춘'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동안 출연한 작품들이 그의 성장 이야기를 그린데다 이를 표현한 그의 연기가 유독 강렬해서일 것이다. 지수는 MBC '앵그리 맘'에 이어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발칙하게 고고'에서 성장통을 겪는 청소년 역할을 맡아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조금씩 구축했다. 이유를 궁금해하자 그는 유독 자신이 성장물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성장물을 좋아해요.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성장해서 나중에는 웃는 결말이 뻔하기는 하지만 뭉클하게 다가와요. '앵그리 맘'과 '발칙하게 고고'를 연속해서 하게 된 것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성장물을 좋아하는 영향도 있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 장르이기도 하고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둘 다 어두운 내면을 가지고 있는데 캐릭터가 비슷한 질감이었어요. 살짝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있어요. 그래도 만족해요."
'발칙하게 고고'의 서하준은 까칠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짠한 사연을 가졌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해 상처가 쌓인 서하준은 분노조절장애를 앓아 유독 어두운 감성을 가지고 있다. 이후 동아리 리얼킹과 백호 친구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지수는 이 입체적인 인물에 녹아들어 캐릭터에 대한 공감을 높였다. 지수는 서하준은 연기하면서 자신의 어두운 면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인간에게는 모든 면이 있지 않나요? 제게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어요. 서하준을 연기할 때는 내면에 어두운 부분에 집중해 연기를 했어요."
성장물을 좋아하는 지수. 지수는 자신이 출연했던 MBC '앵그리 맘'과 KBS2 '발칙하게 고고'의 캐릭터들이 모두 좋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
지수는 강연두(정은지 분)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받고 그녀를 짝사랑하게 되지만 친구 김열(이원근 분)을 위해 포기 아닌 포기를 하게 된다. 멋진 서하준의 캐릭터는 지수의 연기를 만나 날개를 달았고 덕분에 많은 시청자들이 '하준 앓이'를 했다. 지수는 자신의 인기에 대해 실감할까. 그는 "많이 실감하진 못했어요. 그냥 '좋아해주시더라'고 이야기를 전해 들었죠. 그래도 큰 사랑에 감사해요. 하준이를 멋지게 그려주신 감독님과 작가님께 감사하죠"라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지수는 '발칙하게 고고'를 하며 좋은 동료들을 얻었다며 활짝 웃었다. 드라마가 종영한 지금까지도 출연 배우들과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서로 사이가 돈독하다. 지수는 이들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말했다.
"드라마가 끝나면서 동고동락한 사람들과 못 보게 된 것이 아쉬워요.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해 정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드라마가 끝나고 난 후에 무척 공허했어요. 아직도 '발칙하게 고고' 배우들이랑은 연락해요.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여전히 활성화가 돼 있어요."
'발칙하게 고고' 종영을 아쉬워하는 지수. 지수는 '발칙하게 고고'에 출연하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
지수는 '발칙하게 고고'에서 '절친'으로 등장하는 김열과 실제로도 친하게 지냈다. 두 사람은 제작발표회 때도 유독 가까운 모습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SNS에 서로 사진을 올려 친분을 인증했다. 하지만 지수는 처음엔 이원근과 무척 어색했다고 털어놨다.
"형도 저도 낯을 가려서 처음에는 말 한마디 안 했어요. 우리가 단짝으로 나오니까 친해지라고 감독님이 자리도 마련해주셨는데 어색하더라고요. 근데 남자들은 뜬금없이 친해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친해졌어요. 제가 자해를 해 형이 데려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촬영을 하며 서로 몸이 닿고 하다 보니 경계심이 풀어져 가까워지더라고요. 나중에 형이랑 이야기를 했는데 저와 잘 맞는 면도 많고 해서 엄청 친해졌어요."
"학연이 형이나 은지랑도 친해요. 형은 정말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고 누가 봐도 선해서 좋아요. 은지도 쾌활하고 밝고 착해요. 제가 순수한 사람들을 잘 보는데 리얼킹 친구들이나 백호 친구들이나 다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힐링이 됐고요."
'발칙하게 고고'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것에 비해 시청률은 2~3% 대로 다소 낮았다. 시청률이 아쉽지 않냐고 묻자 지수는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근데 욕심을 내려놨어요. 그랬더니 조금씩 반응이 올라갈 때마다 힘도 나고 기분 좋더라고요. 또 즐겁게 봐주시는 시청자 분들이 있으니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현명하게 답했다.
'발칙하게 고고'는 지수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노란 은행잎 같은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은행잎이 깨끗하고 아름다운데 금방 떨어진 것처럼 정말 좋은 작품인데 빨리 끝났으니까요. 그런 작품이 아니었나 싶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