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의 펜질팬질] 힙합이 대세? '다듀'는 원래 잘했어
입력: 2015.11.20 11:16 / 수정: 2015.11.20 11:16

다이나믹듀오가 정규 8집 그랜드 카니발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에는 자신들이 느끼는 솔직한 감정들을 담아냈다. /아메바컬쳐 제공
다이나믹듀오가 정규 8집 '그랜드 카니발'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에는 자신들이 느끼는 솔직한 감정들을 담아냈다. /아메바컬쳐 제공

공감 기반의 한국형 힙합…다이나믹듀오, 반가워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다이나믹듀오가 돌아왔다. 늘 그렇듯 주요 음원차트 정상에 도장을 찍었다. 산이X매드클라운부터 지코 아이콘 개리 등 힙합 뮤지션들이 차트 상위권을 점령한 현재 다이나믹듀오의 성공은 '힙합 대세' 물살에 휩쓸린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단순히 그렇게 단정짓기는 어렵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이나믹듀오는 원래 그랬다. 지난 2004년 발매한 정규 1집 '택시 드라이버'의 타이틀 곡 '링 마이 벨'과 '이력서'부터 시작이었다. 발표된 지 10년이 지난 2집 타이틀 곡 '고백'은 여전히 '서른즈음에'처럼 26살엔 한 번씩 노래방에서 불러 줘야하는 필수 곡이 됐다.

그 이후 발표한 곡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출첵', '불타는 금요일', '죽일 놈', '거기서거기'까지 인기를 끌지 않은 곡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음원만 냈다 하면 출석 체크를 하듯 1위를 찍는 비결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공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무척 일상적이고 솔직한 다이나믹듀오 노래들의 가사는 종종 마치 내 이야기를 알고 쓴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할 정도다.

다이나믹듀오 1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피규어 시리즈 아메바후드 1의 프라이머리 피규어. 최자 피규어를 사고 싶어서 수십 번 뽑기를 했다. /정진영 기자
다이나믹듀오 1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피규어 시리즈 아메바후드 1의 프라이머리 피규어. 최자 피규어를 사고 싶어서 수십 번 뽑기를 했다. /정진영 기자

몇 년 전 만났던 사람이 다이나믹듀오를 좋아했다. 소속사 아메바컬쳐에서 다이나믹듀오 10주년으로 제작한 랜덤 피규어 시리즈 아메바후드를 모두 모으겠다며 둘이 합쳐 몇 백만 원은 썼을 만큼 그 애정은 실로 대단했다. 마지막까지 최자 피규어가 안 나와서 결국 직원의 도움을 받았던 건 지금 생각해도 재밌는 에피소드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노래방에서 '고백'을 불렀다. 비록 수염은 안 나지만 '난 수염 난 피터팬 위드 마이 팅커벨'이라는 부분을 들려 주고 싶었다. 훨씬 연상이었는데 그 당시엔 그가 '팅커벨'처럼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였다.

시간이 지나가고 롤러코스터 같은 연애에 지쳐갈 무렵, 이번엔 그가 노래방에서 다이나믹듀오의 '죽일 놈'을 불렀다. '내가 죽일 놈이지 뭐 우리가 어긋날 때면. 전부 내 탓이지 뭐 마치 죄인인 것처럼. 난 한걸음 물러서서 아무 말도 안 해. 완벽한 너한테 난 항상 부족한 사람인 걸'이란 가사가 가슴에 콕콕 와 박혔다. 유키스의 '만만하니'를 부를 때까지만 해도 참았는데 '죽일 놈'을 연달아 부르니까 정말 화가 나서 '너 지금 나 들으라고 부르는 거냐'며 불쾌해 했던 기억이 난다.

다이나믹듀오의 개코(왼쪽)와 최자가 신나는 무대를 꾸미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정규 8집 그랜드 카니발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더팩트DB
다이나믹듀오의 개코(왼쪽)와 최자가 신나는 무대를 꾸미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정규 8집 '그랜드 카니발'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더팩트DB

아마 필자가 아닌 누구라도 이런 경험을 한 번쯤은 했을 것이다. 금요일에 '불타는 금요일'을 들으며 흥을 끌어올렸던 기억이나 나쁜 여자에게 된통 당하고 '그녀는 뱀 뱀 뱀 같은 여자'('뱀(BAAAM)' 가사 일부)라며 오열했던 기억, 상사에게 혼나고 후배에게 치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머니의 된장국'을 떠올렸던 기억. 일기장에 적을 법한 솔직하고 일상적인 가사들은 쉽게 생활에 스며들어 공감대를 만든다.

이런 매력을 다이나믹듀오 멤버들도 잘 알고 있다. 최근 열린 정규 8집 '그랜드 카니발' 발매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개코는 자신들의 음악 스타일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얘기하려고 하는 편이다. '나도 그런 감정을 느꼈는데'라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그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인기란 흐르게 마련이다. 지금 힙합이 인기라 해서 내년 이맘때에도 그러리란 보장이 없다. 의외로 이 열풍이 몇 년 간 이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한순간에 식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힙합이 아닌 록, R&B, 댄스 등 다른 어떤 장르가 득세한다고 해도 다이나믹듀오는 여전할 것이다. 자신들이 타고 다니는 차 '그랜드 카니발'을 앨범 명으로 정하는 이런 꾸밈 없이 솔직한 음악을 계속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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