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연의 무비무브] 돌아온 이병헌, '면죄부' 가능한가요?
입력: 2015.11.05 10:35 / 수정: 2015.11.05 10:40

50억 협박 사건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배우 이병헌. 영화 내부자들로 국내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과연 팬들의 면죄부를 받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50억 협박 사건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배우 이병헌. 영화 '내부자들'로 국내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과연 팬들의 면죄부를 받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배우 이병헌, 논란 딛고 2년 만에 팬들 품으로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야, 내가 다 긴장된다."

지난 3일, 필자의 취재일정을 살펴보던 동료 기자가 건넨 말입니다. 익숙한 장소에서 진행하는 인터뷰였지만, 동료들의 말을 듣고 나니 취재 나서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인터뷰 전부터 느껴야 하는 부담은 언제나 같지만, 그 정도가 배로 불어난 기분입니다. 그렇습니다. 필자의 인터뷰이(interviewee)는 영화 '내부자들'의 주연배우 이병헌입니다.

배우 이병헌(45). 이름 석 자로 묵직한 존재감을 자아내는 이가 몇이나 될까 싶지만, 그는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이들 중 빼놓을 수 없는 한 명입니다. 알 파치노와 같은 작품에 출연할 만큼 연기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니까요.

내가 바로 연기파 배우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한 이병헌은 데뷔 이후 영화, 드라마 등 장르를 막론하고 선굵은 연기로 대중에게 연기 잘 하는 배우란 수식어를 얻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공동경비구역 JSA 달콤한 인생 스틸
'내가 바로 연기파 배우'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한 이병헌은 데뷔 이후 영화, 드라마 등 장르를 막론하고 선굵은 연기로 대중에게 연기 잘 하는 배우란 수식어를 얻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공동경비구역 JSA' '달콤한 인생' 스틸

필자 또한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를 보며 성장했습니다. 15년 전, 교과서 대신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며 남북분단에 대해 배웠고 그해 개봉한 '번지점프를 하다'를 수없이 돌려보며 '사랑은 무엇인가'란 심오한 고민도 해봤습니다. 비단 필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배우 이병헌의 연기력에서 만큼은 대부분 높은 평가가 주를 이루니까요.

하지만 지난 2년간 우리는 배우 이병헌을 연기자로 수식하기보다 논란의 중심, 추문의 당사자로 대했습니다. 그를 조롱하는 '로맨틱, 성공적'이란 유행어는 광고 기사 간판을 막론하고 유행어처럼 쓰였습니다. 이병헌은 자신을 향한 비난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혹은 공식입장과 같이 할리우드 영화촬영 스케줄 탓에 '불가피하게' 대중 앞에 모습을 감췄습니다. 그래서 이병헌의 차기작과 공식일정은 사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제가 돌아왔어요 배우 이병헌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쇼박스 제공
'오랜만입니다, 제가 돌아왔어요' 배우 이병헌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쇼박스 제공

그리고 이날 오후 4시, 종로구 소격동 카페에서 마주한 이병헌은 생각보다 차분하게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8월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제작보고회에서 봤을 때보다 더 밝아진 표정과 깔끔하게 면도한 날카로운 턱선, 단정한 의상이 눈길을 끕니다.

이병헌은 짧은 질문에도 긴 호흡의 대답으로 성의있게 '내부자들'과 관련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놉니다. 극 중 정치깡패 안상구 캐릭터를 연기한 그는 배역의 성격을 재구성하는 것부터 의상까지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습니다. 옅은 미소를 띤 채 작품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병헌 눈에 생기가 돕니다. 그러더니 잠시 숨을 가다듬고는 "오랜만에 인터뷰하니 알던 기자분들도 있고 익숙한 분들도 있어서 반갑기도 하다"라며 "하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감정이 (마음에) 혼재돼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말미 이병헌에겐 불편하지만, 꼭 물어봐야 할 질문에 잠시 고개를 숙였습니다. '50억 협박사건 그 후 심경'에 대해서요.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대답을 이어갑니다.

스크린이 아닌 법정에서 자주 봐야했던 이병헌. 그는 그간의 논란을 통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스크린이 아닌 법정에서 자주 봐야했던 이병헌. 그는 그간의 논란을 통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그동안의 일을 통해 제 행동 하나하나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았어요.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절 향한 대중의 시선이 변화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지만, 열심히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다시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병헌, <더팩트>와 '내부자들' 인터뷰에서)

고개 숙인 이병헌을 뒤로하고 카페를 나섭니다. 카페 앞에는 오전부터 '뵨사마' 이병헌을 기다리는 일본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습니다. 누구보다 그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초겨울 추위에 발을 구르는 그들이 신기해 말을 걸어봅니다. "논란 후에도 '뵨사마'가 여전히 좋은가"라고요.

그런데 되려 일본 팬들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필자를 바라보며 짤막하게 대답합니다.

"이병헌의 개인적인 논란은 아내인 이민정과 그의 가족들 사이에서 풀어야할 문제니까요. 그가 명백하게 잘못한 사건이지만, 별개로 '배우 이병헌'의 연기를 계속 보고 싶어요."(40대 여성, 일본)

정치깡패 안상구, 내가 접수한다 이병헌은 영화 내부자들을 시작으로 국내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쇼박스 제공
'정치깡패 안상구, 내가 접수한다' 이병헌은 영화 '내부자들'을 시작으로 국내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쇼박스 제공

그에게 면죄부를 쥐어줄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습니다. '공인'이란 이병헌의 직업이 당연히 감내해야 할 사생활 노출은 어느 정도인지도 애매합니다. 확실한 것은 이병헌 사건을 향한 대중의 분노와 실망이 배가 된 이유는 그가 그동안 쌓았던 이미지와 행실, 스스로 공개했던 사생활 등이 높은 기대치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협녀'의 흥행실패 이후 이병헌의 현재는 예전보다 더 불안합니다. 하지만 이병헌은 반성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어쩌면 영화 '내부자들'이 그 실마리를 푸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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