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의 썰왕설Re:] 유아인, 흔들리는 '소년 남자'로 피어나다
입력: 2015.10.28 11:11 / 수정: 2015.10.28 11:11

흔들려도 여유롭게 대처하는 유아인. 배우 유아인은 연기파 배우로 인정을 받기까지 위기를 여유롭게 넘기는 자세로 눈길을 끈다. /SBS 제공
흔들려도 여유롭게 대처하는 유아인. 배우 유아인은 연기파 배우로 인정을 받기까지 위기를 여유롭게 넘기는 자세로 눈길을 끈다. /SBS 제공

설(레는) Re(플) : 유아인이 잔트가르다(pmj3****)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유아인(29·본명 엄홍식)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앞선다. '대세'로 자리매김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준 건 없어도 저절로 '잘 컸다'는 말이 입가에 맴도는 그런 배우다. 옥림이의 첫사랑 '아인 오빠'로 시작해 브라운관 최초로 '젊은 이방원'을 맡기까지 유아인은 참 많이 변화했지만 또 한결같다.

유아인이 천만 영화 '베테랑'이나 '배우 유아인'의 존재감을 세운 '사도'로 달군 대중적인 열기는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더욱 치솟고 있다. '연기 잘한다'는 칭찬은 더이상 립서비스가 아니다. 극 중 시대의 흐름을 이끌 영웅을 가리키는 '잔트가르'(몽골어로 '최강의 사내'를 뜻하는 단어)가 유아인의 수식어로 붙을 정도다.

매회 정도전 역의 김명민, 이성계 역의 천호진과 같은 대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균형을 이루고, 단지 대사를 주고 받는데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시너지 효과를 준다. 특히 그가 연기하는 젊은 이방원의 캐릭터 설정 자체가 유아인만이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와 맞물려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소년과 남자 사이. 유아인은 캐릭터에 따라 소년과 남자의 향기를 넘나들고 있다. /이새롬 기자 배정한 기자 SBS 제공
소년과 남자 사이. 유아인은 캐릭터에 따라 소년과 남자의 향기를 넘나들고 있다. /이새롬 기자 배정한 기자 SBS 제공

이방원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를 꿈꾼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운 과도기를 겪는다. 강인한 군주로 완성되기 전 젊은 이방원을 관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방원의 위태로운 감정선은 거친 남성미가 느껴지면서도 역설적으로 모성애를 자극한다.

'흔들리는 연기'는 물론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유독 소년과 남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아인에 잘 어울리는 옷이다. '베테랑'의 조태오나 '사도'의 사도세자도 가만히 보면 '위기의 남자'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필모그래피 속 유아인은 아직 사춘기 소년 같으면서도 어엿하게 성숙한 남자로 이중적인 매력을 품고 있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배우 유아인도 충분히 흔들리며 핀 꽃이라서 더욱 아름답다. 그가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드라마 '최강칠우' '결혼 못 하는 남자' '성균관 스캔들' '패션왕' '장옥정, 사랑에 살다' '밀회' 그리고 영화 '좋지 아니한가' '서양골동양과자점' '완득이' '깡철이' 등 배우로서 높낮이가 명확한 그래프를 그려왔다.

때에 따라 눈에 보이는 결과가 달랐다. 하지만 올라간 계단 높이의 차이일 뿐 결코 내려오거나 제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평을 받지는 않았다. 성패에 집착한 조바심보다는 새로운 발견을 위해 꾸준히 도전할 줄 아는 여유가 돋보였다.

반올림 속 아인 오빠. 유아인은 KBS2 반올림으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 꾸준히 한 계단씩 성장했다. /반올림 영상 캡처
'반올림' 속 '아인 오빠'. 유아인은 KBS2 '반올림'으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 꾸준히 한 계단씩 성장했다. /'반올림' 영상 캡처

KBS2 성장드라마 '반올림' 촬영 현장에서 유아인을 만난 적이 있다. 경기도 평촌의 한 미술학원, 유아인은 극 중 미술을 전공하는 고교생 유아인 역으로 촬영에 한창이었다. 또래 여학생들은 '반올림'을 보며 듬직하고 어른스러운 '아인 오빠'를 마음에 품었다. 실제 유아인도 서현석과 고아라를 놀리며 장난을 치다가도 촬영이 시작되면 분위기를 진지하게 이끄는 맏이 노릇을 했다. 특히 밤샘을 거듭하는 촬영 현장에서도 한쪽 입꼬리를 길게 올리고 '씨익' 미소 짓는 여유로운 표정이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간혹 화면이나 스크린에서 그때 본 특유의 느긋한 미소를 발견할 때면 소년이었던 '아인 오빠'가 떠오른다. 그런데 여느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주역이 되니 '아인 오빠'보다 훌쩍 커버린 느낌이다. 대신 이제는 대놓고 미소를 짓지 않아도 위기에 꺾이지 않을 여유가 묻어난다. 여태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흔들리면서도 그만의 길을 강직하게 걸어갈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반올림' 촬영장에 갔던 날, PD는 유아인과 기자의 사진을 찍어주며 "이 사진이 얼마나 큰 가치가 있을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천만 배우와 인증샷을 11년 전에 미리 찍은 셈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사진 몇 방 더 찍어둘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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