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사도' 송강호, "배우라는 직업도 굉장히 외롭다"
입력: 2015.09.28 05:00 / 수정: 2015.09.27 19:49

영화 사도로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송강호. <더팩트>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있는 카페에서 배우 송강호를 만났다. /이새롬 기자
영화 '사도'로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송강호. <더팩트>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있는 카페에서 배우 송강호를 만났다. /이새롬 기자

'사도' 송강호, '국민배우'도 외롭다

송강호는 '국민배우'란 수식어가 제 옷인 것 마냥 자연스러운 배우다. 그가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으로 관객을 만난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다시 관객을 만난 작품은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사도'다.

송강호는 '사도'(감독 이준익, 제작 타이거픽쳐스, 배급 쇼박스)에서 보여주고 있는 역할은 친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이는 모진 아버지이자 조선 시대 가장 오랜 재위 기간을 자랑하는 영조. 사람 좋은 웃음과 '변호인'에서 돼지국밥을 맛있게 먹던 그의 소박한 표정을 떠올리면 영조와는 다소 이질감이 들지만, 송강호 본인은 '영조와 닮은 구석이 매우 많다'고 말한다.

개봉 이후 보름 넘게 일일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 중인 영화 사도. 송강호는 사도에서 조선조 최장 재위를 자랑하는 영조를 연기했다. /쇼박스 제공
개봉 이후 보름 넘게 일일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 중인 영화 '사도'. 송강호는 '사도'에서 조선조 최장 재위를 자랑하는 영조를 연기했다. /쇼박스 제공

'사도'의 개봉 전날인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송강호를 만나 인터뷰했다. 홀가분한 표정에 인터뷰 내내 웃음을 터뜨리던 그는 스크린 속 송강호와 180도 다른 느낌이다. 그의 표정에서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여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의 이야기를 담았다.

평소 이준익 감독의 팬이었다고 밝힌 송강호. 그는 사도와 영조의 비극적인 스토리를 듣고 배우로서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없다면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평소 이준익 감독의 팬이었다고 밝힌 송강호. 그는 사도와 영조의 비극적인 스토리를 듣고 배우로서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없다면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2년 만이다. '사도'를 차기작으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왜라는 물음보다 '어떻게 사도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가 맞는 말 아닌가(웃음).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 견주는 비극이 있다면 아마 사도와 영조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배우라면 당연히 욕심날 배역이고 평소 이준익 감독 작품을 좋아해서 꼭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선택'이 아니라 '영조를 연기할 기회를 잡았다'가 맞는 표현이다."

-작품을 향한 애정이 상당한 것 같다. 영조를 연기하려 특별히 힘을 준 포인트가 있다면.

"영화 '사도'는 임오화변을 소재로 한다. 아마 중학교에 다니며 임오화변에 대해 배운 것 같다. 당시엔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삶에 대해 표피를 훑고 지나간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 영조 역을 제의받고 제 아들을 뒤주에 가둔 '아버지 영조'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더라. 책도 많이 보고 사료를 검토하기도 했다. 평생을 고통과 외로움에 살았던, 삭막한 인간을 표현하고 싶었다."

휘파람을 불며 즐거운 기분을 표현하던 배우 송강호. 그는 사도를 통해 왕은 이렇게 연기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휘파람을 불며 즐거운 기분을 표현하던 배우 송강호. 그는 '사도'를 통해 '왕은 이렇게 연기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그래서인지 송강호가 연기한 영조는 그동안 생각했던 왕의 이미지완 사뭇 다른데.

"그렇다. 평소 생각했던 위엄 가득한 왕이 아니라 미신도 믿고 화나면 신하에게 욕도 하는 왕이다(웃음). 하지만 역사에 기록된 사실을 기반으로 연기했다. 사실 '조선의 왕은 이래야 한다'는 역할기대는 그간 봐왔던 '왕 연기'로 비롯된 편견이다. 그걸 깨고 싶었다."

-젊은 시절 영조와 늙은 영조를 모두 표현해야 했다. 40년 세월의 진폭을 연기해야 하는데 상당히 까다로운 캐릭터 분석이 필요했을 듯하다.

"걸음걸이와 말투, 속도, 세심한 것 하나하나 신경 써야 했다. 어떤 과장도 없이 특수분장부터 모든 것들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사실 하나는 자부할 수 있다(웃음). 목소리도 바꿔야 했다."

사도의 유아인(왼쪽부터), 이준익 감독, 송강호. 평소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내성적인 성격의 송강호는 현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언제나 이준익 감독이라고 회상했다. /쇼박스 제공
'사도'의 유아인(왼쪽부터), 이준익 감독, 송강호. 평소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내성적인 성격의 송강호는 현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언제나 이준익 감독이라고 회상했다. /쇼박스 제공

-사도세자 역의 유아인과는 첫 호흡이다.

"유아인은 거짓 없이 연기하는 배우다. 이쯤 되면 후배들이 연기하는 방식이 대강 보이는데 간혹 테크닉과 기교로 연기하려는 후배 배우들이 있다. 그럴땐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는데 유아인은 절대 아니다. 자기감정에 100% 자신을 맡기고 어떤 기술도 없이 연기하더라. 정직한 연기. 유아인을 보면서 '나도 저 나이에 저렇게 연기했었나' 싶었다. 대견스럽다."

-유아인을 향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이제 와서 칭찬하지만, 사실 촬영장에선 유아인과 소통의 부재를 겪었다(웃음). 사실 내가 낯가림이 심해서 친하지 않은 사람과 말하는 게 가장 불편한 일이다. 그런데 유아인도 낯가림이 심하더라(웃음). 둘다 내심 안도했을 거다. 현장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은 언제나 이준익 감독의 몫이었고 유아인과 나는 여전히 어색하다(웃음).

연기는 자신있지만, 아들과 소통하는 건 어려워요 송강호는 자신의 외로움, 아들과 어색한 사이를 두고 영조와 닮았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연기는 자신있지만, 아들과 소통하는 건 어려워요" 송강호는 자신의 외로움, 아들과 어색한 사이를 두고 영조와 닮았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영조와 본인이 닮은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많이 닮았다. 우선 아들과 소통의 부재가 있다는 부분이 가장 닮았다(웃음). 아, 나는 공부나 생활태도에 대해 아들에게 윽박지르진 않는다. 외로운 자리에 있다는 점도 그렇다. 배우라는 직업도 굉장히 외롭다.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누구도 날 도와줄 수 없고 오롯이 홀로 책임져야 한다."

-이 자릴 빌어 아들에게 한 마디 건네는 것도 좋지 않을까.

"평소에도 말을 잘 안하는데(웃음). 아들아,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로록 아버지가 노력하마."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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