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아내가 뿔났다' 이진민 PD "착해진 남편들 고민에 빠졌죠"
입력: 2015.09.24 05:00 / 수정: 2015.09.23 23:03
아내가 뿔났다 출발과 끝. 채널A 이진민 PD가 아내가 뿔났다의 시작점과 목표점을 이야기했다. /남윤호 기자
'아내가 뿔났다' 출발과 끝. 채널A 이진민 PD가 '아내가 뿔났다'의 시작점과 목표점을 이야기했다. /남윤호 기자

"'아내가 뿔났다' 시즌2? 남편이 드림맨 될 때"

채널A '아내가 뿔났다'는 '팩션' 예능 프로그램이다. 가장 현실적인 부분과 드라마에나 등장할 법한 비현실적인 설정이 공존한다. 지극히 일상적인 부부 관계에서 아내에게 이상적인 '드림맨'이 나타난다. 아내는 판타지 세상에 놓이고, 남편은 그 세상을 객관적인 렌즈로 바라봐야 한다. 가상 현실이지만 이는 거꾸로 다시 한번 현실을 되짚는 장을 마련한다.

'아내가 뿔났다'를 연출하는 이진민 PD는 최근 <더팩트>와 만나 "여자가 이상형의 남자와 새로 결혼하면 정말 행복할까 궁금했다"고 프로그램을 꾸린 원천 질문을 꺼내 들었다.

"여자들한테 물어보면 현재 남편과 다시 결혼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다시 태어났다고 치고 정말 원했던 이상형과 사는 기회가 생긴다면 진짜 좋을까요? 살아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일 수도 있고, 처음엔 좋았지만 남편이 더 좋을 수도 있고요. 판타지로 그리고만 있으면 현실이 비루하지만 판타지를 실제로 경험하면 현실이 소중할 수도 있잖아요."

특이하지 않은 평범한 부부들의 단면. 아내가 뿔났다에서 나온 부부 생활은 공감과 충격을 안겼지만 곧 그것이 평범한 부부의 모습이다. /남윤호 기자
특이하지 않은 평범한 부부들의 단면. '아내가 뿔났다'에서 나온 부부 생활은 공감과 충격을 안겼지만 곧 그것이 평범한 부부의 모습이다. /남윤호 기자

박미선, 이혜정, 박해미, 타니 루미코가 '드림맨'과 만날 기회를 얻은 뿔난 아내들이다. 방송 초반 그들의 리얼한 부부 생활은 아내들의 공감을 확보했다. 미혼자들로선 결혼에 대한 환상에 금이 가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게 평범한 우리들의 '부부'였다.

"정말 설정 하나 없이 리얼하게 촬영했는데 편집하면서 부부들이 생각보다 소통을 많이 안 한다는 것에 놀랐어요. 하지만 평범한 연령대 부부의 모습이죠. (박미선이 혼자 식사하는 장면이 슬프던데) 슬플 수 있죠. 그런데 보통 엄마들 보면 밥 혼자 먹어요. 결혼 생활이라는 게 할 말이 계속 있진 않잖아요. 말하지 않아도 아는 부분도 있고. 이봉원-박미선 부부도 그냥 시공간 하나만 떼어놓고 봐서 그렇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부부의 모습이에요."

실제 부부들로 라인업을 채우기도 쉽지 않았다. 또 아내에 어울리는 '드림맨'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박미선은 처음부터 이 기획을 하면서 아예 내정하고 있었어요. 이혜정도 남편과 함께 아이콘이 돼 있고요. 박해미는 다른 형태의 부부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김정민과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로 친분이 있어서 물어봤죠. 전혀 다른 사연들이 있더라고요. 박미선은 다정한 드림맨이 어울려서 최필립을 붙였어요. 최필립은 처음부터 염두에 뒀어요. 싱그러운 느낌이 딱 좋았고 소탈하고 까다롭지 않고 연예인이지만 사람을 굉장히 편안하게 해줘요. 루미코 드림맨인 노민우는 촬영 직전에 캐스팅 됐어요. 루미코가 일본인인데 노민우도 유년시절을 일본에서 보내 일본어도 잘하고 문화를 공유하면서 향수를 채워줄 수 있었죠. 이혜정 드림맨 김병세는 처음부터 캐스팅하고 싶었어요. 중년들의 로망이고 잘생겼잖아요?"

아내가 뿔났다가 가져온 변화. 아내가 뿔났다에 출연하는 남편들이 방송 후 변화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아내가 뿔났다'가 가져온 변화. '아내가 뿔났다'에 출연하는 남편들이 방송 후 변화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요즘 이 PD의 고민은 '착해진 남편들'이다. "기획의도로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했지만 연출자 입장에서는 부부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야 더 좋은데 진짜 (갈등의)해결책이 될 줄 몰랐다"고 남편들의 변화를 누구보다 자신 있게 자랑했다.

"남편들이 착해졌어요. 제가 고민에 빠졌죠. 다들 무심하게 하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는 계기가 생겼죠. 이봉원은 박미선이 밥 먹을 때 끝까지 있어 주고요. 김정민은 루미코의 불만을 알고 요즘 달걀부침도 해준대요.

최고의 남편은 이봉원이죠. 귀여우세요. 상남자 같아요. VCR에서 박미선이 좋아하는 드림맨 행동을 보면서 '저런 것 좋아했어? 해주지, 뭐'라고 하는 걸 보니까 멋있더라고요. 평소에 잘하면 그런가 보다 하는데 절대 안 할 것 같은 말을 하니까 의외성이 있었죠. 딱 그 세대가 부부 관계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세대잖아요. 곰살맞은 남편이 이상했던 시대의 사람들이죠. 질투를 많이 하는 남편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요. 의외로 고민환이 사전 인터뷰 때 가장 흔쾌히 응했는데 막상 아내 이혜정과 드림맨과 생활을 눈으로 보니 질투를 많이 하더라고요."

남편들이 드림맨이 되는 날, 시즌2 나온다 이진민 PD가 아내가 뿔났다의 목표점을 밝혔다. /남윤호 기자
"남편들이 드림맨이 되는 날, 시즌2 나온다" 이진민 PD가 '아내가 뿔났다'의 목표점을 밝혔다. /남윤호 기자

'아내가 뿔났다'를 함께 보는 부부들 사이에선 유독 남편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남편의 '드림우먼'은 나오지 않느냐는 바람의 목소리다. 하지만 이 PD는 아직 아내들의 불을 먼저 끄는 게 급하단다.

"'남편이 뿔났다'요?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아요. 저 남편 뿔날 만하다 공감이 되는 사람이 아직 없어서요. 남편들보다 아내들이 더 구체적인 불만이 많잖아요. 시즌2요? 12회 만에 사람이 어떻게 바뀌겠어요. 조금씩 변화는 있겠죠. 그렇지만 시작이 큰 의미니까요. 아내들이 드림맨을 바라지 않는 날, 남편들이 드림맨이 되는 날 시즌2를 생각해야죠."

"전 결혼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했는데 오히려 '아내가 뿔났다'로 결혼해야겠다고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어요. 부부관계라는 게 겉으로 건조하게 보여도 '내가 죽으면 저 사람 어떡하지'란 걱정을 하게 되는 관계잖아요.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깊은 관계가 형성돼 있죠. 부모나 형제와 달리 유일하게 내가 선택해서 관계를 맺는 가족이라는 점에서 책임감도 있고요. 결혼을 안 하면 인생에 대해서 논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팩트 | 김경민 기자 shi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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