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권상우·성동일, '우리 궁합은 찹쌀떡'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탐정: 더 비기닝'에서 권상우와 성동일은 좋은 연기 호흡을 보여주며 극의 재미를 살렸다.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
'코믹' 권상우-'액션' 성동일이 만들어낸 '추석용 버디 무비'
두 아이의 아빠이자 지질한 만화방 주인 대만은 코난이 되고 싶었다. 한때 잘나갔던 노형사 태수는 영원히 셜록이길 원했다. 권상우와 성동일은 각각 대만과 태수로 만나 볼 만한 추석용 버디 무비(남자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의 총칭)를 만들어냈다.
'탐정: 더 비기닝'(감독 김정훈, 제작 ㈜크리픽쳐스,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국내 최대 미제살인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강대만(권상우 분)과 광역수사대 출신으로 한 때 '식인상어'라 불렸지만 일개 형사로 좌천당한 노태수(성동일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은 만화방을 운영하는 대만은 아내 눈치를 먹어가며 아이들을 돌보는 '짠내 나는' 유부남이다. 한때 형사를 꿈꿨던 그는 자칭 '셜록급'의 추리력을 지녔지만 일상에 치여 이를 뽐낼 수가 없다.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친구 준수(박해순 분)가 강력계 형사로 있는 경찰서를 기웃거리며 수사에 간섭하는 것이다. 노형사 태수는 이런 대만을 못마땅히 여긴다. 그러던 도중 준수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되고 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두 사람이 합동 추리를 시작하며 극이 전개된다.
톰과 제리처럼 함께 하는 성동일과 권상우. 영화 '탐정: 더 비기닝'에서 성동일과 권상우는 합동추리작전을 함께하며 톰과 제리처럼 호흡한다. /영화 '탐정: 더 비기닝' 스틸 |
영화에서 성동일은 사뭇 진지하다. 코믹 연기를 기대하게 했던 성동일은 25년 연기 인생 최초 액션 연기에 도전하며 잔뜩 힘을 줬다. 그는 수족관 와이어 액션부터 자전거 추격신 등 50에 가까운 나이에 다양한 액션을 소화한다.
반면 영화 '말죽거리잔혹사' 등에서 화려한 액션 연기를 보여줬던 권상우는 유부남의 코믹 연기에 집중한다. 아이를 뒤엎고 똥 묻은 기저귀를 갈아 입히며 아내에게 흠칫 얻어맞는 등 권상우는 이전보다 힘을 뺀 면모를 보인다.
두 사람의 서로 상극된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면서 만들어낸 '브로맨스'(브러더와 로맨스를 합친 신조어로 남성 간의 애틋한 감정 또는 관계)는 극의 재미 절반 이상을 살려낸다.
'짠내 나는 유부남' 권상우의 유쾌한 변신. 영화 '탐정: 더 비기닝'에서 권상우는 아내와 두 아이에게 치이는 유부남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영화 '탐정: 더 비기닝' 스틸 |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사건을 파헤치면서 영화는 코믹에서 추리극이라는 장르로 전환해 나간다. 여성연쇄살인 사건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흐르터지지 않도록 촘촘한 구성을 만드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돋보인다.
아파트 살인사건으로 시작해 공방 살인 사건 등등 차례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 사이에는 모두 공톰점이 있다. 영화가 단순한 코믹물로 전락하지 안도록 '교환 살인'이라는 소재를 집어넣은 것이다. 이러한 치밀함은 관객들이 함께 생각에 빠질 수 있게 한다.
또 곳곳에 소소한 웃음 요소를 배치해 영화가 무겁게만 흘러가지 않도록 한다. 대만의 딸 대변이 뭍은 바바리 코트를 입고 다니며 있는 힘껏 '가오'를 잡는 태수와 뽀뽀로 수첩에 진지하게 추리 내용을 받아적는 대만 등이 이 영화가 선사하는 웃음 포인트다.
'탐정' 성동일-권상우, 추석 극장가 잡을까? 성동일과 권상우가 출연한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이 '서부전선' '사도'와 함께 추석 영화 반열에 올랐다. /배정한 기자 |
그러나 코믹과 추리를 모두 잡으려 했던 탓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연쇄살인사건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지루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극이 절정으로 갈수록 '유부녀' '불륜' '여인의 의문의 죽음' 등에 초점이 맞춰져 점차 치정극으로 치닫는 모양이다.
추석에 볼만한 영화로는 더할 나위 없으나 권상우와 성동일을 합친 것 그 이상을 기대하기에는 부족하다. 두 배우가 만들어낸 신선한 '케미'에 집중하는 것이 영화를 부담 없이 즐기는 방법이다. 함께 추석 영화 반열에 오른 '서부전선' '사도'를 이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20분. 15세 관람가. 개봉은 24일.
[더팩트ㅣ서다은 기자 wom9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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