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 등의 청소년 문제, 기성세대 책임 있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세상이 참 무섭다. 꿈과 사랑이 꽃피어야 할 교정에 폭력의 그림자가 드리운 지 오래고, 학교폭력 증가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성폭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해마다 늘고 있다.
송창의는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에서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던 아들을 둔 강진우 역을 맡았다. 학교폭력이란 단어를 들으면 흔히 피해자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그 반대편엔 가해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아들이 그 가해자란 걸 안 부모 역시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가족들이나 회사 동료들이나 온 세상 사람들을 잃어도 덕인 씨하고는 안 바꿔요. 하지만 자식은 좀 다르네요. 내 아들에 대해 들으면 화낼 지도 몰라요.
내 자식 때문에 고통 받는 아이들 보면서 막상 내 아들을 내 손으로 처벌할 수 없었던 심정. 난 선생 자격이 없는지도 모릅니다.'

'여자를 울려' 15회에서 강진우는 사랑하는 사람인 정덕인(김정은 분)에게 자신의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임을 고백했다. 선생과 부모라는 신분 사이에서 느끼는 갈등과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분노 등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감정을 강진우는 어렵게 풀어냈다. 세상 모두 가해자를 비난하지만 자신만큼은 차마 자식을 처벌할 수 없음을 힘들게 고백했던 장면이었다.
"지금 학교에 있는 아이들 가운데 많은 친구들이 극 중 제 아들이었던 윤서(한종영 분)처럼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전 그런 문제들에는 기성세대의 잘못된 점과 책임이 분명히 있다고 봐요. 그런 입장에서 작품에 들어갔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도 학교폭력에 대해 입체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특히 전 가해자 아빠 역이었기 때문에 진짜 부모의 입장으로, 아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면서 연기를 했죠."

결혼도 안 한 입장에서 18살이나 되는 아들을 가진 아빠 역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여기에 그 아이가 학교폭력 가해자이기까지 하니 연기를 하는 입장이 마냥 편했을 리 없다. 그는 "초반엔 걱정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래도 다행인 게 아들 역을 맡은 종영이랑 호흡이 좋았어요. 저는 드라마 시작 전부터 진우의 로맨스보다는 아들과 만들어내는 '케미'에 더 관심을 갖고 있었거든요. 종영이한테도 '우리가 부자 케미를 잘 보여줘야 해'라는 얘기를 했었고요. 이야기 흐름 상 그런 부분들이 부족하게 표현되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종영이가 끝까지 그런 부분을 놓치지 않고 가 줘서 고맙게 생각해요."
40회에 달하는 드라마를 하며 학교폭력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그는 "(시작 전에는) 막연했는데 끝날 때쯤엔 (학교폭력에 대해) 많은 이해와 관심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얘기나 사건들이 나오면 정말 난리가 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도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막연했어요. '우리 때하고는 다르구나'라는 정도로만 생각했죠.
'여자를 울려'를 하면서 학교폭력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하게 됐어요. 많은 부분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요. 학교폭력의 피해자나 가해자, 그리고 그 부모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촬영을 했고요. 그런 부분이 조금이라도 안방극장에 전달됐다면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주말드라마=막장'이라는 공식을 깨고 10대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그리고 그런 고통을 만드는 데 어느 정도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어른들에 대해 다루며 '여자를 울려'는 의미 있는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우리 드라마는 상처 입고 비틀려 있던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진우도 윤서도 덕인이도 그리고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죠. 마지막까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모두 열심히 했기에 가능한 작품이었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제 아들을 연기한 종영이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합격했어요. 입학하기 힘든 곳인데 합격을 해서 정말 축하한다고 얘길 해줬고 이 자리를 빌려 한 번 더 축하한다고 해주고 싶어요. 종영이는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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