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나를 돌아봐', 혹시 이거 블랙 코미디인가요?
입력: 2015.08.20 15:02 / 수정: 2015.08.20 17:03

나를 돌아봐가 최민수의 PD 폭행 사건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최민수는 19일 촬영 중 PD와 의견 차이로 갈등하다 턱 부분을 가격했다. /KBS2 나를 돌아봐 공식 홈페이지 캡처
'나를 돌아봐'가 최민수의 PD 폭행 사건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최민수는 19일 촬영 중 PD와 의견 차이로 갈등하다 턱 부분을 가격했다. /KBS2 '나를 돌아봐' 공식 홈페이지 캡처

프로그램 기획 의도 '역지사지'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닐텐데?

이쯤되면 블랙 코미디 아닌가 싶다. KBS2에서 방송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나를 돌아봐' 이야기다. 정규 편성된 이후 고작 방송 한 달째에 접어들었을 뿐인데 잡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시작은 장동민이었다. 올해 초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전파를 탄 '나를 돌아봐'는 당시 욕설 파문에 휩싸였던 장동민의 출연을 강행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장동민은 지난해 인터넷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 여성 비하 발언과 욕설 등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비난의 화살을 받던 그는 '무한도전'의 여섯 번째 멤버를 뽑는 '식스맨 프로젝트'에서는 자진 하차했으나 '나를 돌아봐' 출연은 포기하지 않았다.

나를 돌아봐의 출연진은 센 캐릭터로 사랑받아온 스타들이었다. 하지만 나를 돌아봐는 수위 조절에 실패했고 결국 출연진 욕설로 방통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KBS2 방송 화면 캡처
'나를 돌아봐'의 출연진은 센 캐릭터로 사랑받아온 스타들이었다. 하지만 '나를 돌아봐'는 수위 조절에 실패했고 결국 출연진 욕설로 방통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KBS2 방송 화면 캡처

◆ 센 캐릭터가 만든 건 웃음 아닌 부작용

강한 캐릭터를 안고 가는 건 타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나를 돌아봐'의 제작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런 강한 캐릭터들은 단지 센 재미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은 파일럿 방송분에서 출연진이 한 욕설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아야 했다.

정규 편성된 이후에도 악재는 그치지 않았다. 제작 발표회에서 김수미와 조영남이 감정 싸움을 벌였고 조영남이 "이렇게 모욕적인 발언은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사퇴하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후 두 사람이 화해하고 촬영을 재개하며 큰 위기는 넘겼으나 찝찝함은 못내 남았다.

'나를 돌아봐' 측은 제작 발표회에서 일어난 일들이 모두 '실제 상황'이며 각본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은 현장에 자리한 이들에게 충분한 위로가 되지 못 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현장을 찾은 취재진이 기대한 건 질문에 대한 성실한 답변과 태도였지 출연자들 간의 감정 싸움이나 퇴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 상황'이란 해명은 공허했고, 이날 현장 상황이 2주 연속 방송에서 공개되는 걸 볼 때는 헛웃음이 나왔다.

맙소사 이건 특종이야! 라고요? 아수라장 같았던 나를 돌아봐 제작 발표회장. /KBS2 방송 화면 캡처
'맙소사 이건 특종이야! 라고요?' 아수라장 같았던 '나를 돌아봐' 제작 발표회장. /KBS2 방송 화면 캡처

이런 상황에서 또 일이 터졌다. 이번엔 폭행이다. 주인공은 최민수와 PD.

'나를 돌아봐' 측에 따르면 두 사람은 19일에 촬영을 진행하다 콘셉트에서 의견 차이를 보였고 감정이 격해져 싸움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최민수가 주먹으로 PD의 턱을 날렸다.

수습에 나선 제작진은 가벼운
신체적 접촉이라고 했다. 최민수가 이후 PD를 찾아가 사과했고 두 사람이 화해했다는 공식 입장도 내놨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의문이 남는다. 정말, 사과하고 화해하면 끝인 걸까.

나를 돌아봐 제작발표회 현장. 나를 돌아봐는 언제쯤 프로그램 제목처럼 정말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을까. /KBS2 제공
'나를 돌아봐' 제작발표회 현장. '나를 돌아봐'는 언제쯤 프로그램 제목처럼 정말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을까. /KBS2 제공

◆ '나를 돌아봐', 제발 '너 좀 돌아봐'

'나를 돌아봐'가 기획의도에서도 언급한 '역지사지'란 말은 자신에게 이롭게 생각하는 대신 다른 사람의 처지를 고려해 생각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나를 돌아봐' 출연진이 서로의 행동을 보며 그 동안 자신들이 남에게 했던 행동을 돌아보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심화되는 건 논란과 갈등 뿐이다. 출연진이 프로그램 안팎에서 보여주는 태도는 '나를 돌아보겠다'는게 아니라 '너나 돌아보라'는 것 같다. 욕설에 하차에 폭행까지, 이젠 보고 있는 시청자도 지칠 지경이다.

차라리 모든 게 '실제 상황'이 아닌 치밀하게 짜인 블랙 코미디 각본이었으면 좋겠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출연진들의 갈등은 '나를 돌아봐'라는 프로그램 이름을 마냥 씁쓸하고 역설적으로 보이게 하고 있다.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연예팀ㅣ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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