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後] '의욕 없는 인터뷰' 박형식이 '진짜' 잃은 것은?
입력: 2015.08.11 05:00 / 수정: 2015.08.10 22:15

박형식, 무향이었던 이유. 가수 겸 배우 박형식과 무미건조한 인터뷰가 짐이자 상처로 남았다. /이새롬 기자
박형식, 무향이었던 이유. 가수 겸 배우 박형식과 무미건조한 인터뷰가 짐이자 상처로 남았다. /이새롬 기자

'러블리'한 박형식을 돌려달라

그룹 제국의아이들 멤버이자 배우가 된 박형식(24)을 만났다. 예능 프로그램 속 해맑은 '아기 병사'를 넘어 '상남자' 연기로 변신에 성공한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기대도 잠시, 몇 마디 대화 후 남은 건 실망과 걱정뿐이었다.

인터뷰는 기자가 다수의 독자를 대변해 그에게 궁금한 점을 묻는 자리이지만, 그에 앞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시간이다. 더욱이 박형식이 SBS 드라마 '상류사회'로 완연히 연기자로 거듭난 최근이기에 그와 나눌 이야깃거리라면 무궁무진했다. 대본 없는 공식 석상에서도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할 줄 아는 스타로 정평이 나 있기에 인터뷰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더욱 가벼웠다.

하지만 그를 대면하자마자 느낀 건 '피곤' 두 글자였다. 얼굴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한 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는데 이미 지쳐 보이는 그의 얼굴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압박이었다. 들떴던 어깨가 저절로 함께 축 처졌지만 드라마를 마치고 매체 인터뷰에 방송 녹화까지 소화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겠다고 이해했다. 더군다나 기자가 박형식과 만난 날은 매체 인터뷰 마지막 날이었으니 여러모로 그의 상태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찌 됐든 취재원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내는 것 또한 취재진의 재량이니 자연스럽게 일상적인 대화로 인터뷰를 시작하려고 했다. 그래도 그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인터뷰를 시작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맞닥뜨린 더 큰 문제는 정작 체력이 아니었다. 바로 의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태도였다.

어색한 공백이 가득찬 인터뷰. 박형식은 인터뷰에 집중하지 못하는 태도로 취재진을 불안하게 했다. /이새롬 기자
어색한 공백이 가득찬 인터뷰. 박형식은 인터뷰에 집중하지 못하는 태도로 취재진을 불안하게 했다. /이새롬 기자

그가 연기한 유창수의 매력이나 캐릭터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전작 KBS2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알콩달콩하고 귀여운 로맨스를 보여주다가 '상류사회'에서 절절한 사랑 연기를 한 소감이나 실제로 원하는 사랑 스타일을 물어도 공백만 이어졌다. 나름대로 '흔한' 질문은 피하겠다고 야심 차게 준비한 질문들에도 돌아오는 건 대부분 단답형이었다. 그걸 가지고 이리저리 굴려 다시 질문을 만들기 바빴다.

실제 박형식과 '상류사회'에서 연기한 유창수의 차이점을 묻자 그는 "창수가 나다"고 간결하게 답했다. 구체적인 답을 얻고자 질문을 조금 바꿔 던졌더니 "창수는 재벌2세인 것부터 나와 환경이 다르니 사람도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류사회' 결말에 대해선 "내가 창수인데 마음에 안 들면 어쩌겠느냐"고 헛웃음을 지었다.

이 답변들을 가지고 어떻게 인터뷰 기사를 꾸려야 할지 아득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막막했다. 몇 마디라도 더 이어나가고자 어쩔 수 없이 여러 매체를 거쳤던 흔한 현장 분위기를 질문하자,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 그의 '준비된' 대답이 치고 나왔다. 인터뷰는 실패였다. 취재진의 능력 부족 면에서도, 박형식의 인터뷰 활용도 면에서도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양측 모두 값진 시간을 내놓고 마주했지만 즐겁지 않은 상실과 상심의 시간이었다.

누가 고민을 옮겼을까. 박형식은 고민에 휩싸이 무너질 듯한 심리 상태를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새롬 기자
누가 고민을 옮겼을까. 박형식은 고민에 휩싸이 무너질 듯한 심리 상태를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새롬 기자

물론 말솜씨가 부족한 스타도 많고 그들이 표현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 역시 취재진의 임무다. 그렇지만 며칠 전 인터뷰에서도 청산유수였던 그였기에 돌연 입을 닫고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인터뷰 진행 마지막 날에 낙점된 것이 불운했던 거라고 넘기기엔 그의 태도는 '프로'가 아니었다. 그에겐 여러 매체 가운데 하나였을지 몰라도 취재진에겐 처음이자 유일한 시간이었는데 그에 대한 배려가 엿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보통 1시간여 이어지는 인터뷰 시간에서 20분밖에 쓰지 않았는데 계속 인터뷰를 이어나가는 게 맞나 싶은 회의감이 밀려왔다. 이 인터뷰가 박형식을 괴롭힐 뿐이라면 멈추는 게 맞겠단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인터뷰 진행 25분 만에 노트북을 덮었다.

연예인도 사람이다. 몸 상태나 기분이 마냥 최고일 순 없다. 정확히 그 무게가 얼만큼인지 모르겠지만 이토록 그가 흔들릴 만큼 많은 고민을 품고 있다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떠밀리듯 마무리해 30분도 진행되지 않은 인터뷰는 기자에게도 참 당혹스런 시간이었다. 배우로도 합격점을 받은 그를 누구보다 진심으로 응원했던 터라 지금 이 기사를 쓰면서도, 그리고 아직 작성할 엄두를 내지 않은 '박형식 인터뷰' 메모장 파일을 보면서도 답답하기만 하다. 이미 취재진 사이에 퍼진 그의 인터뷰 태도와 잃어버린 이미지가 안타깝다.

박형식은 간혹 나온 대답마다 연신 부족함에 대해 토로했다.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내면에 무언갈 채워야 한다는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소화했던 SBS '힐링캠프' 녹화를 마치고 난 뒤에는 "인터뷰를 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해 계속 혼란스럽다. 이렇게 생각했다가 다음 날 또 아닌 것 같다. 그런 시기"라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인터뷰가 끝난 뒤 박형식을 대신해 사과했다. "요즘 (박형식이) 고민이 많다. 일정이 많아 힘들어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 말이 박형식을 무조건 이해할 변명이 될까. 무더위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인터뷰 장소로 향한 기자도, 박형식을 대신해 고개를 숙인 소속사 직원도 고민이 많고 일정이 많아 힘들긴 마찬가진데 말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그를 흔들고 침체시키는 머릿속 고민들은 언젠가 지나가겠지만, 그 때문에 속상하게 남은, 지워지지 않을 인터뷰 대화록이 씁쓸하기만 하다.

[더팩트 | 김경민 기자 shine@tf.co.kr]
[연예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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