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협녀, 칼의 기억'…무도 자르지 못한 아쉬움
입력: 2015.08.10 05:00 / 수정: 2015.08.08 00:22

오는 13일 개봉하는 협녀, 칼의 기억 지난해 개봉을 예정했던 협녀, 칼의 기억이 8월 대작들과 힘겨두기를 앞두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는 13일 개봉하는 '협녀, 칼의 기억' 지난해 개봉을 예정했던 '협녀, 칼의 기억'이 8월 대작들과 힘겨두기를 앞두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베일벗은 '협녀, 칼의 기억', 관객들 기대치 100% 채울까?

'발검참복'(拔劍斬蔔).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오는 13일 개봉하는 '협녀, 칼의 기억'은 100억이 넘는 제작비와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이란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무엇하나 속 시원하게 자르지 못한 모양새다.

지난해 개봉을 예정했던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 제작 티피에스컴퍼니,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은 주연배우 이병헌의 법정싸움으로 개봉일이 늦춰져 8월 극장대전에 합류했다. 개봉일이 다소 밀렸더라도 작품을 향한 기대감은 여전했기에 뚜껑을 연 작품을 본 뒤 실망스러움은 더할 수밖에 없다.

천민도 왕이 될 수 있던 고려말, 혼돈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협녀, 칼의 기억. 영화는 유백(이병헌 분) 월소(전도연 분) 홍이(김고은 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천민도 왕이 될 수 있던 고려말, 혼돈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협녀, 칼의 기억'. 영화는 유백(이병헌 분) 월소(전도연 분) 홍이(김고은 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고려 말, 칼이 곧 권력이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천민도 왕이 될 수 있던 혼돈의 시대로 당시 세상을 바꾸고자 뜻을 모아 민란을 일으킨 세 명의 검객 월소(전도연 분) 유백(이병헌 분) 풍천(배수빈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함께 뜻을 모았던 세 사람이지만, 유백의 배신으로 풍천은 죽고 월소는 눈을 잃은 채 풍천의 아이를 홀로 키우며 살아간다.

그리고 18년이 지난 뒤, 유백은 노비 자식이라는 멸시와 세도가의 계략에 맞서 최고의 권력자가 된다. 하지만 세상을 등진 채 살아가던 월소가 풍천의 딸 홍이(김고은 분)에게 숨겨왔던 진실을 고백하고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홍이는 유백과 월소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중국 무협 액션 장르 협녀, 칼의 기억 박흥식 감독의 각별한 애정으로 탄생했지만 영화는 시나리오의 흥미를 100%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 돋보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중국 무협 액션 장르 '협녀, 칼의 기억' 박흥식 감독의 각별한 애정으로 탄생했지만 영화는 시나리오의 흥미를 100%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 돋보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협녀, 칼의 기억'은 박흥식 감독이 11년간 영화화를 희망했던 작품으로 국내 관객들에겐 생소한 중국 무협 액션을 장르로 해 그 안에 로맨스를 담았다. 오랜 시간 고민했던 작품이라 주연배우 모두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만족스러운 마음에 바로 출연을 결심했지만, 시나리오의 흥미를 100% 구현하지 못한 면면이 돋보인다.

'고려를 탐한 검' 유백과 '대의를 지키는 검' 월소 그리고 '복수를 꿈꾸는 검' 홍이가 극의 중심인물이다. 이 중 유백과 월소는 과거 서로를 누구보다 애틋하게 생각하는 연인관계였지만, 유백의 배신으로 모든 것이 어긋난다. 영화는 무협 액션 외에 두 사람의 로맨스를 비중있게 다뤘지만, 과도한 설정이 액션과 멜로를 물과 기름처럼 분리하는 탓에 중심이 흔들리며 얼기설기 엮은 스토리가 도드라진다.

홍이의 부모가 죽은 뒤 자신의 아이처럼 키운 월소. 홍이는 어릴적부터 남다른 무예실력을 뽐내며 어머니 월소로부터 무예를 연마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홍이의 부모가 죽은 뒤 자신의 아이처럼 키운 월소. 홍이는 어릴적부터 남다른 무예실력을 뽐내며 어머니 월소로부터 무예를 연마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협녀, 칼의 기억'은 또 홍이의 출생에 또 다른 반전이 있음을 암시해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 말고도 또 다른 흥미를 선사하려 했지만, '뻔한' 반전은 영화가 시작된 뒤 금세 눈치챌 수 있다. 남다른 무예 실력을 가진 홍이가 자신을 키워준 월소와 그의 연인이던 유백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것이나 홍이 캐릭터의 다소 과장된 설정 등이 그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력만 놓고 보자면 느슨한 전개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세 명의 배우 모두 제 몫을 100% 소화했기 때문. 특히 배우 이병헌은 출세의 야심에 눈이 먼 유백을 그간 보여준 안정적인 연기력과 카리스마로 소화한다. 그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관객들은 숨을 죽일 만큼 남다른 흡인력을 지닌다. 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와 훌륭한 연기를 했음에도 불구, 이병헌의 필모그래피만 놓고 보자면 차별화나 변신은 없었다.

권력의 야망에 사로잡힌 유백으로 분한 배우 이병헌. 이병헌은 자연스러운 연기력과 남다른 흡인력으로 협녀, 칼의 기억을 이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권력의 야망에 사로잡힌 유백으로 분한 배우 이병헌. 이병헌은 자연스러운 연기력과 남다른 흡인력으로 '협녀, 칼의 기억'을 이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맹인 검객 월소로 분한 전도연은 액션과 감정연기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소화했다. 맹인연기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며 눈 한번 깜짝하지 않는 장면 장면은 '협녀'의 볼거리다. 동시에 딸처럼 기른 홍이를 향한 절절한 모성이나 유백을 향한 변함없는 마음 또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연기했다.

복수를 꿈꾸는 홍이를 연기한 김고은은 선배들의 존재감 탓에 설익은 연기가 도드라진다. 와이어 액션부터 검술까지 모두 대역 없이 자연스럽게 소화한 부분은 높이 살 부분이지만, 대사처리나 감정 신의 과잉 등은 다소 아쉽다.

월소로 분한 전도연. 전도연은 안정적인 액션신과 세밀한 감정연기 모두 놓치지 않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월소로 분한 전도연. 전도연은 안정적인 액션신과 세밀한 감정연기 모두 놓치지 않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랜 시간 연습한 배우들의 검술 액션은 돋보이지만, 거기까지다. 화려한 세트와 웅장한 스케일이 '보는 맛'을 통해 공감하기 어려운 극의 내용을 가까스로 이끄는 모양새다. '협녀, 칼의 기억'은 무협액션물로 무협액션 장르를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국내 관객에겐 하늘을 가로지르고 공중돌기를 배우들의 액션이 생경하게 다가올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사건과 사건 사이의 개연성, 공감할 수 있는 서사가 더욱 탄탄하게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액션은 액션대로 로맨스는 로맨스대로, 홍이의 복수는 복수대로 모두 동떨어진 허술한 전개는 공감도, 무협물의 장르적 특성도 무엇하나 제대로 뽐내지 못했다. 이 탓에 배우들의 밀도 있는 감정연기와 노력으로 일궈낸 액션장면도 무용지물이다.

대역없이 모든 액션장면을 소화한 김고은. 협녀, 칼의 기억에서 홍이로 분한 김고은은 감정연기와 액션 장면 모두 제것으로 만들었지만, 이병헌 전도연의 흡인력에 비해 다소 부족한 면면이 돋보이는 아쉬움이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대역없이 모든 액션장면을 소화한 김고은. '협녀, 칼의 기억'에서 홍이로 분한 김고은은 감정연기와 액션 장면 모두 제것으로 만들었지만, 이병헌 전도연의 흡인력에 비해 다소 부족한 면면이 돋보이는 아쉬움이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더하면 덜 하느니만 못하다고 했다. 장르적 특성과 로맨스, 거기에 배우들의 면면까지 모두 강조하려 했던 영화는 결국 진부한 스토리에 그치는 우를 범하고 만다. 개봉이 1년 밀렸다 하지만, 1년을 넘어서는 진부함이다. '협녀, 칼의 기억'은 러닝타임 121분, 15세 관람가, 13일 개봉.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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