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아역의 명암①] ★로 가는 지름길 vs 벗을 수 없는 꼬리표
입력: 2015.08.07 11:37 / 수정: 2015.08.07 16:29

성인 연기자로 정상 발돋움한 아역 스타들. 왼쪽부터 유승호 여진구 김유정 김소현. /더팩트DB
성인 연기자로 정상 발돋움한 아역 스타들. 왼쪽부터 유승호 여진구 김유정 김소현. /더팩트DB

아역→성인…잘 자란 아역 스타의 조건

바야흐로 아역스타 전성시대다. 과거 극의 감초로만 생각됐던 아역스타들이 점점 성인 연기자보다 맛깔나는 연기로 극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성인 연기자가 되기 위해 '섹시'나 '노출' 이미지를 입어야 했던 과거에 비해 상황도 많이 나아졌다. 남다른 발육과 '폭풍 성장'은 아역스타들이 미성년자일 때부터 이미 그들을 성인처럼 보이게 한다. '제 2의 OO'이나 '차세대 OO스타'라는 말은 이미 대중에게 친숙하다.

하지만 아역이라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통과의례처럼 섹시해지지 않아도 된다 해도 여전히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 SNS의 발달로 어릴 때부터 지나친 관심이나 악플에 노출돼 심리적 불안을 겪기도 한다.

◆ 성공한 아역들, 아역이라면 이들처럼

때로는 벗을 수 없는 꼬리표로, 때로는 고정관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아역 출신이란 수식어. 이런 어려움 속에서 성공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스타들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국민 남동생으로 불렸던 배우 유승호. 그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이른 시기에 군대에 다녀오며 확실히 남자로 성장했다. /더팩트DB
'국민 남동생'으로 불렸던 배우 유승호. 그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이른 시기에 군대에 다녀오며 확실히 남자로 성장했다. /더팩트DB

'폭풍 성장'의 아이콘, '잘 자란 아역'을 대표하는 스타를 꼽자면 유승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0년 MBC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한 유승호는 2002년 영화 '집으로…'에서 주목을 받고 큰 인지도를 얻었다. 이후 영화 '돈 텔 파파' '마음이…' 등에 출연하며 국내를 대표하는 아역 스타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KBS2 드라마 '공부의 신'을 끝으로 학생 역에서 벗어났다. 치아 교정을 통한 한층 성숙해진 외모를 바탕으로 영화 '블라인드'와 SBS '무사 백동수'에 출연하며 자신이 성인 연기자가 될 준비가 됐음을 알렸다. MBC '보고싶다'에서 윤은혜와 맞춘 멜로 호흡은 약 3년이 지난 현재까지 회자될 정도다.

'보고싶다'를 끝으로 입대를 택한 건 신의 한 수 였다. 지난해 12월 제대한 그는 영화 '조선마술사'와 '김선달' 라인업에 연달아 이름을 올리며 성인 연기자로서의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여진구(왼쪽)와 김소현은 일찍부터 성숙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두 사람은 해를 품은 달에서 아역 답지 않은 감정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더팩트DB
여진구(왼쪽)와 김소현은 일찍부터 성숙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두 사람은 '해를 품은 달'에서 아역 답지 않은 감정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더팩트DB

아역이지만 성숙한 이미지로 사랑받은 스타들도 있다. 지난 2005년 영화 '새드 무비'로 데뷔한 여진구는 만 18세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진구 오빠'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작품에서 놀라운 무게감을 뿜어낸다.

지난 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김수현 아역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이후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와 '내 심장을 쏴라' 등에서 성인 연기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 2008년 KBS2 드라마 '전설의 고향-아가야 청산가자'로 데뷔한 김소현도 비슷한 케이스다. 여진구와 마찬가지로 '해를 품은 달'로 큰 인기를 끈 그는 만 16세라는 나이에 벌써부터 천정명 육성재 디오 등 성인들과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배우 문근영(왼쪽)과 김유정의 아역 시절. 두 사람은 연기력으로 대중에게 인정받았다. /더팩트DB
배우 문근영(왼쪽)과 김유정의 아역 시절. 두 사람은 연기력으로 대중에게 인정받았다. /더팩트DB

◆ '꼼수'는 없다…연기력으로 승부

오랜 시간 소비된 아역 이미지를 연기력으로 벗어낸 스타들도 있다. 1999년 영화 '길 위에서'로 데뷔한 문근영은 이듬해인 2000년 KBS2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 아역을 맡으며 '국민 여동생'에 등극했다. 이후 출연한 영화 '장화, 홍련' '어린 신부' '댄서의 순정' 등은 '국민 여동생'이라는 문근영의 이미지를 한층 더 강화시켰다.

그런 문근영에게 전환점을 마련한 작품은 지난 2008년 방송된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다. 신윤복이 사실 여자였다는 가상의 설정을 가지고 시작한 이 드라마에서 문근영은 주인공 신윤복 역을 맡아 남장여자 역을 훌륭히 소화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그해 SBS 연기대상을 거머쥐며 더 이상 자신이 국민 '여동생'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후 KBS2 '신데렐라 언니' SBS '청담동 앨리스'에 출연하며 성인 이미지를 확고히 한 그는 지난 2013년 MBC '불의 여신 정이'에서 타이틀롤 정이 역을 맡으며 원톱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남다른 내공을 보여주기도 했다.

문근영에게 연기대상을 안긴 바람의 화원(위)과 김유정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볼 수 있는 곡비의 한 장면. 둘을 아역 출신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게 한 건 연기력이었다. /SBS, KBS2 방송 화면 캡처
문근영에게 연기대상을 안긴 '바람의 화원'(위)과 김유정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볼 수 있는 '곡비'의 한 장면. 둘을 아역 출신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게 한 건 연기력이었다. /SBS, KBS2 방송 화면 캡처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아역 때부터 이미 스타 대열에 오른 김유정 역시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브라운관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했다. 16세라는 어린 나이지만 그의 연기력이 어리지 않음을 보여주는 작품이 지난해 방송된 KBS2 '드라마 스페셜-곡비'다. 양반가에 상을 당했을 때 곡을 해야 했던 조선시대 노비인 곡비를 주제로 한 이 작품에서 그는 곡비의 딸 연심 역을 맡았다.

울음을 팔기보다는 차라리 웃음을 팔겠다며 기생이 되고자 했던 연심은 결국 한 양반가로 끌려와 곡을 할 것을 강요받는다. 자신의 아픔에 공감해줬던 양반가 서자 윤수(서준영 분)의 변심과 남 대신 울어주다 피를 토하고 쓰러진 엄마를 생각하며 울음을 토하는 연심의 감정선을 김유정은 섬세하게 표현했다.

아역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것은 마치 하나의 알을 깨는 과정처럼 쉽지 않다. 여전히 많은 아역 스타들이 고비를 넘기지 못 하고 연예계를 떠나거나 만년 어린 이미지에 갇혀 지내기도 한다. 아역에서 성인이 되는 지름길이나 정답은 없을지 모르지만 위의 스타들이 걸어온 길은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아역들에게 좋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연예팀ㅣ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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