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협녀' 이병헌, 남편 아닌 배우의 사과…진심 통할까
입력: 2015.07.24 15:46 / 수정: 2015.07.24 15:46

꾹 다문 눈과 입 배우 이병헌이 영화 협녀 제작 보고회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로 일관했다. /남윤호 기자
'꾹 다문 눈과 입' 배우 이병헌이 영화 '협녀' 제작 보고회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로 일관했다. /남윤호 기자

'협녀', 이병헌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

배우 이병헌(45)의 눈가도 입가도 쉽게 들썩이지 않았다. 그가 지난해 8월 모델 이지연과 걸그룹 글램 멤버 다희로부터 동영상 협박 사건에 휘말린 후 1년 만에 '배우'로 공식 석상에 섰다. 표정 없는 표정으로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논란 후 아내인 배우 이민정과 동반 귀국해 공항에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 제작 티피에스컴퍼니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이하 '협녀') 제작 보고회에서는 단순히 공인으로서 개인적인 사과가 아닌 한 작품을 이끄는 주역으로서 책임감까지 짊어져야 했다.

이날 제작 보고회는 이른 시간부터 많은 취재진의 발길이 이어졌다. '협녀'가 전도연 김고은 등 톱배우와 핫스타의 작품이었던 것도 이유지만, 역시 '이병헌의 첫 공식 석상'이라는 점은 행사 성격의 여느 제작 보고회와 다른 묘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이병헌 공식 사과. 배우 이병헌이 영화 협녀 제작 보고회 시작 전 먼저 나와 사과했다. /남윤호 기자
이병헌 공식 사과. 배우 이병헌이 영화 '협녀' 제작 보고회 시작 전 먼저 나와 사과했다. /남윤호 기자

이병헌은 먼저 제작 보고회가 시작하기 전 홀로 취재진 앞에 걸어 나와 말문을 열었다. 취재를 준비하던 사진기자들은 카메라를 바삐 챙겨 들었다. 이병헌 역시 이미 취재진의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예상했을 터,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마이크를 든 그는 첫 마디로 "죄송하다"는 사과를 건네며 따가운 시선을 정면돌파했다.

그는 "미국에서 촬영하는 동안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어떤 말을 드려야 할지 매일 고민했다"고 한 글자 한 글자 빠르지 않고 신중하게 읊었다. 이어 "나와 함께 영화 작업을 한 많은 스태프와 관계자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는 것이 책임이고, 그 어떤 비난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이 책임"이라고 말하며 정면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나 때문에 그들의 노고가 가려지지 않길 바란다"며 "이날 참석한 감독과 배우들 영화 관계자들에게도 불편함을 주지 않을까 죄송할 따름"이라고 영화가 아닌 개인사에 조명이 맞춰지는 것에 무거운 마음을 드러냈다. 또 "배우 이병헌으로 살 수 있던 건 관심 덕분"이라며 "큰 실망을 드린 뒤 뉘우치는 시간을 보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가치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반성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큰 실망감이 이런 몇 번의 사과나 시간으로 절대 채워지지 않을 것이란 것도 잘 알고 있다"고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을 의식했다. 그러면서도 "늘 죄송한 마음 갖고, 많은 사람에게 준 상처와 실망감 잊지 않고 갚아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겠다.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병헌은 본격적으로 제작 보고회가 시작된 후에도 좀처럼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평소 여유 있게 입가에 그리던 미소 대신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MC와 미리 준비했던 질의응답이었음에도 행여 어떤 말이나 단어가 오해로 번지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는 자세가 눈에 띄었다. 옆에 앉은 전도연과 김고은 역시 열심히 촬영한 작품의 베일을 처음 벗기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현장에 감도는 무거운 분위기에 어색한 미소를 띠기도 했다.

입담 터진 이병헌. 배우 이병헌(왼쪽)이 영화 협녀 제작 보고회에서 전도연(가운데)에게 농담을 건넸다. /남윤호 기자
입담 터진 이병헌. 배우 이병헌(왼쪽)이 영화 '협녀' 제작 보고회에서 전도연(가운데)에게 농담을 건넸다. /남윤호 기자

하지만 제작 보고회가 중반 이상 진행되자 이병헌에게서도 서서히 특유의 위트 감각이 나왔다. 여전히 밝은 표정을 자제했고, 즐거운 티를 내지 않으려는 덤덤한 어조가 느껴졌다. 그럼에도 두 여배우보다 액션 연기를 못할까 봐 걱정했던 뒷이야기를 꺼내 가라앉은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특히 그는 전도연과 영화 '내 마음의 풍금' 이후 16년 만에 재회한 소감에 대해 "이전과 느낌이 많이 다르지 않았다"며 "다만 (전도연의)목소리가 커지고 요구사항이 많아졌다"고 편안한 농담을 던져 전도연의 웃음을 터뜨렸다.

뿐만 아니라 "영화 끝나고 내 액션 연기를 대역했던 배우가 술에 취해 '사실 영화 '지아이조'에서도 칼을 두 개씩이나 들고나와 많이 기대했는데 실망했다'고 털어놔 상처를 받았다"고 재밌는 에피소드를 풀기도 했다.

그러나 곧 준비된 소개와 질의응답이 끝나고 취재진의 즉석 질문 시간이 이어지자 세 배우는 물론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다시 과묵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병헌은 개봉일 연기를 지적하는 질문에 말을 돌리지 않고 제 탓으로 돌렸다. 그는 "원래 일찍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여러 분위기와 상황 때문에 이제야 여러분 앞에 보여주게 됐다"고 언급하며 "배우나 감독 영화 관계자들에게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고개 숙인 이병헌 배우 이병헌이 영화 혐녀 제작 보고회에서 고개를 숙여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남윤호 기자
'고개 숙인 이병헌' 배우 이병헌이 영화 '혐녀' 제작 보고회에서 고개를 숙여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남윤호 기자

비록 자유로운 질의응답을 황급히 마무리짓는 감이 있었지만, 다행히 논란에 대한 상황을 회피하거나 자체적으로 관련 질문까지 차단하는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죄송하다는 사과도 아끼지 않았다. 다만 혼자 책임을 지겠다던 이병헌의 말과는 달리 아직 '협녀'를 향한 시선에는 이병헌의 논란이 크게 자리를 잡았다. '협녀'가 출연자 한 명의 이미지 고정관념을 딛고 온전히 좋은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흥미로운 '시너지 효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협녀'는 칼이 곧 권력이던 고려 말을 배경으로 고려를 탐한 검 유백(이병헌 분), 대의를 지키는 검 월소(전도연 분), 복수를 꿈꾸는 검 홍이(김고은 분) 세 검객의 숙명을 그린 작품이다. 다음 달 13일 개봉한다.

[더팩트 | 김경민 기자 shine@tf.co.kr]
[연예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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