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라니 억울해" 배우 라윤경이 '더팩트'를 찾아 집단 폭행 사건 전말을 상세히 털어놨다. /남윤호 기자

"나와 내 아인 다쳤고 그들이 두들겨 팼는데 왜 가해자가 됐을까."

개그우먼 출신 배우 라윤경(40)이 집단 폭행 피해자에서 '쌍방폭행 가해자'로 몰린 상황에 분통을 터뜨렸다. 라윤경은 지난 4월 21일 첫째 아들 초등학교의 학부모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며 끔찍한 기억을 짚어나갔다. 석 달 가까이 흘렀지만 그의 볼과 팔 안쪽 등에는 아직 그때의 상처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라윤경은 '피해자'가 아닌 폭행을 가한 학부모들과 '쌍방폭행'으로 묶여 현재 조정 기일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지난 8일 학부모 측은 SBS '한밤의 TV연예'에 상처 입은 얼굴과 발 사진을 제시하며 '쌍방폭행'이라는 근거를 내세웠다. 짧다면 짧은 석 달 동안 어떤 일이 있던 것일까.

"증거자료 다 있어요" 라윤경은 사건 정황을 담은 녹취록과 진단서 등을 보여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남윤호 기자

라윤경 "고소장에도 없는 사진 때문에 가해자로 몰려"

라윤경은 최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더팩트> 사옥을 방문해 그와 두 아이의 상해진단서, 사건 정황을 엿볼 수 있는 여러 상황이 담긴 녹취 자료를 들고 와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들이 제게 욕하고 폭행했던 정황을 녹취한 게 있어요. 권모 씨가 맥주잔을 던지고 때렸고, 정모 씨는 라윤경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권 씨의 폭행을 도왔어요. 권 씨는 '너 나 때려봐' '네 돈 좀 써보자'라면서 연예인 위치를 악용한 말도 했어요. 정 씨가 '딱 까놓고 나 이 언니(라윤경) 깔아뭉갰어'라고 스스로 말하는 내용도 있고요. 폭행이 일어나고 이웃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오니까 '고소하지 마라, 경찰서 가지 마라' 등 경찰관이 옆에 있는데도 계속 협박했어요."

"화장 두껍게 했는데 보이나요?" 라윤경이 폭행을 당해 남은 상처와 사건 발생 당시 몸 상태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남윤호 기자

라윤경은 이 일로 안면부열상과 좌상을 입었다. 8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아이들이었다. 다행히 첫째 아들이 깨진 유리 조각을 밟았던 상처는 아물었지만, 사건 당시 18개월을 넘겼던 둘째 딸은 아직도 깜짝 놀라는 증상을 보인다. 딸의 외래기록지에는 '어른의 다툼 중 어른 몸에 깔림. 밤새 토하고 놀라는 증상'이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학부모 측도 폭행을 당했다며 제출한 진단서 명목은 뇌진탕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그는 방송으로 공개된 학부모 측의 폭행 증거 사진들에 의구심을 가졌다.

"경찰이 먼저 집에 와서 상황을 다 봤을 것 아니에요? 저와 아이만 피를 흘리고 있고 그들은 멀쩡하니까 당연히 절 피해자로 생각했겠죠. 만약 경찰이 쌍방 폭행으로 판단했다면 다 같이 경찰서를 데리고 갔어야죠. 저만 가서 조서 작성하고 응급실에 갔단 말이에요. 또 병원에 가면 상해용 진단서를 끊을 때 다친 곳을 사진으로 찍어요. 경찰이 찍은 사진, 병원에서 찍은 사진, 제가 찍은 사진이 고소장에 모두 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한밤의 TV연예'에 나온 가해자 쪽 사진은 고소장에 없는 사진이에요. 병원에서 찍은 사진도 고소장에 없고요."

'딸 아이가 한달 째 밥도 못 먹더라고요' 라윤경의 둘째 딸은 폭행 사건에 휘말려 함께 다쳐 안정을 취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정작 라윤경도 사건이 '쌍방폭행'으로 검찰에 넘겨진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했다. 경찰을 믿고 기다렸다가 어느 순간 가해자로 몰려 있는 상황에 어이없어했다. 특히 아이들까지 다쳤는데 합의금을 뜯어내려고 했다는 학부모 측 주장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사건 당일 조서를 쓰고 나니 치료받고 집에 가 있으면 해결해준다고 했어요. 그 사이 권 씨가 '내가 변호사 선임하면 이 사건 처음으로 원상 복구된다' '너한테 사과 못 해' 등 협박 전화를 했어요. 그래도 법이 있는데 설마 그럴까하고 기다렸죠. 그런데 저도 모르게 이미 사건이 '쌍방 폭행'으로 검찰에 넘어갔더라고요. 게다가 경찰 신고 접수 녹취를 보면 알겠지만 제가 신고를 한 게 아니라 이웃이 한 거예요. 요즘에도 이웃들이 참고인을 해주겠다고 위로해요."

[더팩트 | 김경민 기자 shi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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