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류승룡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이 좋다"
입력: 2015.07.17 05:00 / 수정: 2015.07.16 23:59

손님의 약장수 우룡. 배우 류승룡이 영화 손님에서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시골 마을을 찾아온 손님으로 변신했다. /이새롬 기자
'손님'의 약장수 우룡. 배우 류승룡이 영화 '손님'에서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시골 마을을 찾아온 손님으로 변신했다. /이새롬 기자

11년 만에서 '무명'에서 '스타'로, 류승룡의 영화 인생

울림이 큰 목소리와 마초적인 수염, 더티 섹시미,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마스크, 믿고 보는 연기력.

배우 류승룡(45)을 지칭하는 키워드다. "노력과 열정은 배우로서 당연히 지녀야 할 기본 소양"이라는 그는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 '최종병기 활' '명량' '고지전' '7번방의 선물' 등에서 자신의 진가를 하나씩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연기를 위해 공부를 하고 체중을 불리고 새로운 습관을 몸에 들이는 것을 좋게 봐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부각 될 때면 민망하고 송구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동전을 앞뒤로 뒤집듯 얼굴에 장난기와 진지함이 교차했다.

피리 부는 사나이. 류승룡은 손님에서 피리를 불며 마을의 쥐를 쫒아 내는 약장수를 연기했다. /이새롬 기자
피리 부는 사나이. 류승룡은 '손님'에서 피리를 불며 마을의 쥐를 쫒아 내는 약장수를 연기했다. /이새롬 기자

1986년 고등학생 시절 연기를 시작해 2004년 장진 감독의 '소나기는 그쳤나요'를 통해 영화배우로 거듭난 그에게 이러한 과정은 습관이 됐다. 실제로 그는 20대와 30대에 연극과 난타 무대를 오가며 발레 현대무용 피아노 아크로바틱 등을 익혔고 생계를 위해 생업과 연기를 병행했다.

이름을 알린 배우가 된 후에도 매년 1~2개 작품을 꾸준히 촬영하며 계속해서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올여름에는 '손님'이 돼 관객들을 만난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여러 감정을 표현하고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출연작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들지만, 영화가 약속의 중요성 이외에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비유, 상징을 잘 표현한 것 같아 만족한다"고 자평했다.

더티 섹시남 류승룡은 거친 분위기의 외모와 수염, 수컷 향기 나는 목소리로 팬들에게 더티 섹시 배우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새롬 기자
'더티 섹시남' 류승룡은 거친 분위기의 외모와 수염, 수컷 향기 나는 목소리로 팬들에게 '더티 섹시 배우'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새롬 기자

'손님'은 독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모티브를 차용한 작품으로 1950년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산골 마을로 들어선 낯선 남자와 그의 아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했던 비밀과 쥐들이 기록하는 마을의 기억을 다룬다. 류승룡은 전쟁 중에 아내를 잃고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약장수 우룡을 연기했다.

극 초·중반에는 긍정적이고 따뜻하지만, 후반부에 광기 어린 인물로 진폭이 큰 캐릭터인 만큼 연기도 쉽지 않았다. 그는 "캐릭터를 연구하고 첫 장면을 찍기 전까지가 가장 힘들었고, 이후에는 감정 유지에 에너지 소비가 컸다"면서 "24시간 내내 나를 비추는 CCTV가 있는 것처럼 4개월간 계속된 우룡과의 동행이 강박처럼 어려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류승룡은 관객이 '손님'을 보고 사람 간의 관계와 자신을 되짚어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영화를 잘 따라가다 보면 수수께끼처럼 전달하고자 하는 미덕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집단 이기심, 거짓을 진실로 매도하는 사람의 욕심, 사람이 급변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통해 우리가 사는 현실을 여과 없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극적인 연기의 달인. 류승룡이 장르적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극적인 연기의 달인. 류승룡이 장르적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그는 '손님'에서 아들 영남을 연기한 아역 배우 구승현(11)과 호흡을 맞추며 진한 여운이 남는 부성애를 보여주기도 했다.

구승현의 표정과 습관을 익혔고 마치 자신의 친아들인 것처럼 뛰어난 호흡을 자랑했다. 그는 "아들을 가진 아버지 역할이 자연스러운 나이"라며 "실제로는 평범한 아버지이지만 영화를 찍으며 부자인 것처럼 서로에게 의지했다"고 설명했다.

류승룡은 '7번방의 선물'과 '시크릿'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모든 캐릭터를 자신의 한 부분에서 시작한다. 장르 연기를 철저히 장르 연기로 풀어내면서도 상황에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움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있다. 힘든 현장이지만 많은 배우, 스태프들과 소통하며 영화를 찍는 일이 언제나 떨리고 즐겁다. 몸이 힘들지언정 언제나 마음은 편안하다.

하반기 스크린도 예약. 류승룡은 손님에 이어 미쓰에이 수지와 호흡을 맞춘 도리화가로 관객들을 다시 만날 예정이다. /이새롬 기자
하반기 스크린도 예약. 류승룡은 '손님'에 이어 미쓰에이 수지와 호흡을 맞춘 '도리화가'로 관객들을 다시 만날 예정이다. /이새롬 기자

1986년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연기에 빠져 2004년 배우 데뷔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걸기까지 20년 가까운 무명의 시간을 보낸 그는 늘 현장을 꿈꾸고 또 바라왔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과 영화가 좋은 이유다.

그런 류승룡이 펼치는 '더티 섹시미'의 흡입력 강한 연기는 '손님'에 이어 올가을 개봉을 앞둔 '도리화가', 애니메이션 '서울역', 하반기 제작에 들어가는 영화 '7년의 밤'으로 이어진다.

"연기에 충실한, 그래서 신뢰가 밑바탕 되는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성실하게 작품 하겠습니다."

[더팩트ㅣ오세훈 기자 royzoh@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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