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뜨겁게 달궜던 오인혜의 레드카펫 드레스. 영화제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레드카펫 세리머니에서 보여줄 여배우들의 드레스 패션에 벌써부터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더팩트DB |
매년 반복되는 여배우 노출경쟁, 올해는?
"올해는 또 누가 화끈하게 벗고 나올까?"
얼마 전 영화기자들의 사적 모임에서 나온 얘기다. 바야흐로 영화제 시즌이 시작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레드카펫 쪽으로 화제가 흘렀고, 노출 의상으로까지 확대됐다. 16일, 그러니까 오늘 막을 올리는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시작으로 국내에선 굵직굵직한 영화제가 줄줄이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제 개막을 알리는 뉴스의 첫 머리가 레드카펫 노출로 장식된 지 오래다 보니 올해의 화제 대상 또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위험한 걸 뻔히 알지만, 충분히 매혹적인 제안을 받으면 흔들리게 되는 '여배우와 노출'.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은 여배우라면 이 '달콤한 유혹'을 떨쳐버리기 더 어렵지 않을까? 여배우들의 레드카펫 드레스는 어느새 영화제의 꽃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당연히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벗을수록 현장의 취재열기는 더 뜨겁게 달아오르게 된다.
'여배우 노출의 역사' 파격적인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거닌 서리슬 한수아 노수람(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더팩트DB |
시원하게 파인 가슴골, 매끈한 허벅지. 그렇다. 불과 몇 분 안 되는 시간 동안의 노출로 이름을 알리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고 생각될 수 있다. 특히 신인일수록, 이름이 덜 알려진 여배우일수록 파격적인 노출은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레드카펫의 필수 관문이다. 문제는 노출이 모두 달콤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름은 알릴 수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비난의 화살을 온 몸으로 맞아야되기 때문이다. 천 조각이 얼마 들어가지 않은 '쿨한' 드레스는 해당 주인에게 짜릿한 쾌감을 주지만 비난도 감수해야 하는 일종의 '독이 든 성배'나 마찬가지다. 독이 든 걸 알면서도 마실 수 밖에 없는 매혹의 성배 말이다.
'여배우 노출의 역사'가 애초부터 독이 든 성배로만 작용했던 건 아니다. 패션에 가까웠다. 상반신이 깊게 파인 드레스를 입고 당당히 레드카펫을 거닐었던 여배우는 김혜수가 거의 유일했고 김혜수라서 가능했던 때가 있었다. 보기에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천박하지 않고, 나름의 품격을 갖췄으며, 당당했기 때문에 환호를 받았다.
'품격높은 섹시함' 여배우 김혜수는 그간 파격적인 드레스 패션으로 주목받았으나 '노출 드레스'란 자극적인 수식어를 몰고 다닌 장본인은 아니었다./더팩트DB |
그런데 언젠가부터 레드카펫 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여배우들이 파격 드레스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갈수록 '노출 전쟁'은 상업적으로 변질되며 치열해졌다. 지난 2011년, 오인혜가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입었던 주황색 롱드레스가 시발점이 아니었나 싶다. 강렬한 다홍빛 드레스, 파격적인 상반신 디자인은 그 어떤 드레스보다 아찔했다.
당시 오인혜는 어떤 톱스타보다 수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았고, 여유로운 미소로 볼륨감을 뽐내며 사람들의 '뜨악'하는 시선을 맘껏 즐겼다. 그리고 모든 신인 여배우들한테는 드레스 하나로 화제의 주인공이 된 그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후 신인여배우들의 노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정도는 돼야 노출이지' 오인혜는 당시 가슴골이 깊게 파인 파격적인 드레스 패션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더팩트DB |
지난해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여배우의 드레스가 도마위에 올랐다. 영화제 측이 과도한 노출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생겼다. 그런데도 서리슬이라는 신인 여배우는 어머니가 만들어줬다는 파격적인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등장했다. 주최 측의 단속에도 노출 드레스는 막을 수 없었다.
'밧줄로 네 마음까지 꽁꽁' 제51회 대종상시상식에 밧줄로 온몸을 감싼 파격적인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한세아./더팩트DB |
지난해 '밧줄녀'와 '시스루녀'로 화제 모은 한세아나 노수람 역시 대중의 귀에 익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날 레드카펫을 한 번 밟음으로써 이들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는 '이슈메이커'가 됐다. 한세아는 당해년도에 데뷔한 완전한 신인이기에 그렇다고 쳐도 노수람은 지난 2004년 데뷔한 배우다. 하지만 연기보다는 노출 한 방에 이름을 알렸다.
여기서 짚어볼 대목이 있다. 노출 드레스를 입어 주목을 끌었던 여배우 중 현재까지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는 주인공은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노출 드레스가 가져다주는 단맛은 그저 일회성 홍보효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셈이다. 되레 영화제를 패션쇼장처럼 '뽐내기용'으로 사용했다는 비난이 레드카펫 세리머니 이후 꼬리표처럼 그들을 따라다닌다.
'시스루녀 노수람' 여배우 노수람은 제3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파격적인 노출로 반짝 화제를 모은 후 이렇다할 연기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더팩트DB |
그렇다면 올해 열리는 영화제 레드카펫은 우아한 디자인의 드레스만 가득할까? 대답은 단언컨대 '아니오'다. 노출 드레스란 '독이 든 성배'가 어떤 효과를 내는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덜컥 잔을 들이키는 여배우는 분명히 또 있다. 죽을 때 죽더라도 그 짜릿한 단맛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에라, 기왕 마실거라면, '원샷!'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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