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 클로즈업] '프로듀사', 실속 없는 절반의 성공
입력: 2015.06.22 08:38 / 수정: 2015.06.22 09:14

마지막회 17.7%의 시청률로 해피 엔딩.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가능성을 열고 이를 입증해준 점은 긍정 평가를 받았다. /KBS 제공
마지막회 17.7%의 시청률로 해피 엔딩.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가능성을 열고 이를 입증해준 점은 긍정 평가를 받았다. /KBS 제공

'리얼 예능드라마'를 표방하면서 방송가 안팎으로 각별한 주목을 받은 '프로듀사'가 지난 주말 막을 내렸다. 20일인 마지막회 시청률은 17.7%를 기록했다. 간신히 10%에 턱걸이하며 조마조마하게 출발하던 방영 초반과 비교하면 기분 좋은 해피 엔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예능과 드라마를 접목해 KBS가 야심 차게 시도한 첫 예능드라마는 시작부터 위험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방영 직전 제작진도 "시청률 대박이 나도 본전이고, 보통이면 실패, 보통 이하로 떨어지면 쪽박 찬다"는 자체 전망을 한 바 있다. 그만큼 부담이 컸다.

의욕은 넘쳐흘렀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시끌벅적하게 소문도 났다. 12회 미니시리즈 형식으로 방영된 이 드라마는 그래서 시청자보다도 연기자와 방송관계자들의 관심과 기대가 교차했던 프로그램이다.

순수 드라마 형식의 평범한 출발을 거부한 '프로듀사'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이는 애초 드라마 작가와 예능 PD의 결합이라는 특이한 시도부터 예견된 일이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가능성을 열고 이를 입증해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모두가 예상했던 결말이잖아요 김수현-아이유, 차태현-공효진의 러브라인은 시청률 견인의 핵심이었다. /더팩트 DB
"모두가 예상했던 결말이잖아요" 김수현-아이유, 차태현-공효진의 러브라인은 시청률 견인의 핵심이었다. /더팩트 DB

◆ 보여줄 건 많았지만, 실속 없는 '절반의 성공'

하지만 '드라마적 요소와 예능의 재미까지' 짧은 방영 기간에 보여줄 게 워낙 많다 보니 산만한 분위기를 떨쳐내지 못했다. 예능국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장부터 경비까지 KBS 구성원이 두루 등장했다. 예능인지 드라마인지, 아니면 다큐인지, 도대체 뭘 보여주려고 하는지 궁금하게 했다.

성공은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속 없는 절반의 성공'이다. 무엇보다 김수현 아이유 차태현 공효진 등 화려한 라인업을 살리지 못했다. 거쳐 간 게스트만으로도 몇 개의 드라마를 히트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여기에 연속극이라는 특성을 최대한 도출해내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에피소드 중심이다 보니 시청자들을 다음 회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부족했다. 최소 시청률을 담보하기 위한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은 불가피한 설정으로 보였다.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관심을 끄는 요소는 공감대다. 재미 요소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불필요하게 과장하면 작위적으로 비치기 쉽다. 마지막회에 게스트 출연한 원로 방송인 송해의 'PD 길들이기'는 다소 억지스러웠다는 평가다.

파이팅 vs 파이팅 다양한 시도로 방영전부터 주목을 끈 프로듀사는 연속극이라는 특성을 최대한 도출해내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더팩트 DB
'파이팅 vs 파이팅' 다양한 시도로 방영전부터 주목을 끈 '프로듀사'는 연속극이라는 특성을 최대한 도출해내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더팩트 DB

◆ 신선한 기획 불구 중국시장 선점효과는 미지수

90살 나이에 여전히 현역으로 마이크를 잡고 있고, '전국노래자랑'을 붙박이로 진행하고 있는 '원로 방송인' 송해는 사실상 KBS 예능국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그가 예능 드라마의 마지막회를 장식한 것은 언뜻 보기에도 일리가 있다.

수십 명의 PD를 바꿔가며 30여 년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해오면서 신입 PD와 관련된 추억의 스토리가 왜 없었으랴. 그가 고령에도 여전히 술을 즐기는 애주가라는 점은 이미 알려진 얘기다.

국보급 방송인 송해를 통해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깊이와 철학을 언급한 것은 적절했다. 또 그의 입을 통해 "녹화할 때마다 긴장하고 두려움에 떤다"고 말한 대사도 신선했다. 다만 '다소 지루하다' 싶을 만큼 길게 늘어뜨린 이런저런 사족은 예능 PD 연출자의 한계로 보였다.

더 중요한 것은 결과다. 실속은 좀 챙겼을까. 어쩌면 KBS가 내심 가장 기대했을 법한 중국시장 바람몰이는 그야말로 미풍에 그쳤다. '프로듀사'는 중국 동영상 업체와 편당 20만 달러(약 2억 2000만원, 12부작 총액 26억4000만원)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기 드라마 한편의 PPL에 불과한 금액이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의 조회수는 상상초월. 중국의 인기드라마 무측천전기는 25억 조회수를 넘었고, 피노키오 상속자들 등 국내드라마도 10억 조회수를 넘겼다. /유우쿠 캡쳐
중국 동영상 사이트의 조회수는 상상초월. 중국의 인기드라마 '무측천전기'는 25억 조회수를 넘었고, '피노키오' '상속자들' 등 국내드라마도 10억 조회수를 넘겼다. /유우쿠 캡쳐

◆ 특급 한류스타 동원 폭발 예능 기대감도 불발

중국에서 다시 부는 신한류의 바람은 예능이고, 이미 '중국판 무한도전'을 비롯한 수많은 국내 예능프로그램이 선점하고 있다. 드라마에 이은 예능 폭발은 향후 중국 무대의 정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시청자를 상대로 한 대박 흥행은 곧바로 대륙으로 이어진다. 또 중국 시청자가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단번에 수억 명의 눈이 쏠린다. 히트 프로그램 한편에 십수억의 동영상 조회수가 발생한다.

'프로듀사'에는 김수현이라는 특급 한류스타가 있었고, 소녀시대 멤버 모두를 능가할 아이유의 대세인기가 있었다. 공효진 차태현이 있었고, KBS 예능국이 총력전을 펼친 화려한 게스트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중국 시청자를 겨냥한 최고의 출연진을 동원하고, 황금시간대 방송이란 점을 고려하면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KBS가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도 반색은커녕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다.

[더팩트|강일홍 기자 eel@tf.co.kr]
[연예팀 │ 연예팀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