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대한민국에게 묻는 甲과 乙의 '소수의견'
입력: 2015.06.19 05:00 / 수정: 2015.06.18 22:43

소수의견 오는 24일 개봉. 영화 소수의견은 2009년 발생한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한 법정드라마다. /영화 포스터
'소수의견' 오는 24일 개봉. 영화 '소수의견'은 2009년 발생한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한 법정드라마다. /영화 포스터

배우들의 호연+차진 스토리 전개=웰메이드 법정드라마

"영화는 픽션(허구)이지만, '소수의견'을 보는 관객들이 현실을 되돌아봤으면 좋겠어요."

영화 '소수의견'(감독 김성제, 제작 ㈜하리마오픽쳐스, 배급사 ㈜시네마서비스)의 주인공 배우 윤계상이 영화를 보게 될 관객에게 전하는 말이다.

'소수의견'은 2년 만에 스크린에 올려졌다. 2013년 촬영을 마쳤지만, 이제야 힘겹게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2009년 1월 서울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인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영화 시작 전 검은 스크린에는 '이 사건은 실화가 아니며 인물은 실존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삽입된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용산 참사'를 비롯해 '부녀자 살인사건' '강호순 살인사건' 등이 변주돼 녹아 있어 '우리 사회에 빈번하게 일어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소수의견의 주인공들. 김성제 감독 이경영 유해진 김옥빈 윤계상 김의성(왼쪽부터)이 18일 열린 영화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를 재미있게 봐 달라고 부탁했다. /문병희 기자
영화 '소수의견'의 주인공들. 김성제 감독 이경영 유해진 김옥빈 윤계상 김의성(왼쪽부터)이 18일 열린 영화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를 재미있게 봐 달라"고 부탁했다. /문병희 기자

'소수의견'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두 젊은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대한민국 사상 최초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단과 검찰의 진실공방을 그린 법정드라마다.

소수의 편에서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국선 출신 마이너 변호사 윤진원은 윤계상이 연기했다. 그는 복잡한 감정 변화를 눈빛과 표정으로 전달하며, 자신이 신뢰하던 법 앞에서 흔들리고 갈등하는 캐릭터의 심리를 '리얼'하게 표현했다.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의 확실한 필모그라피가 필요한 그에게는 이번 작품이 가뭄의 단비가 될 만하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장르물에 '웃음과 휴식'을 불어넣은 역할은 배우 유해진이 전담해다. 이혼 전문 변호사 장대석으로 분한 그는 "억울하게 생겼다"는 외모로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를 하면서도 특유의 유머 감각을 마음껏 발휘했다. 그런 식의 유해진 표 연기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듯하다.

소수를 대변하는 3人. 김옥빈 유해진 윤계상(왼쪽부터)이 영화 소수의견에서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문병희 기자
소수를 대변하는 3人. 김옥빈 유해진 윤계상(왼쪽부터)이 영화 '소수의견'에서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문병희 기자

그런 두 사람이 강제철거 현장에서 열 여섯 살 아들을 잃고 의경을 죽인 철거 농성자 박재호(이경영 분)의 공판 변론을 맡게 된다. 박재호 사건에 대한 관심은 극히 적었지만, 열혈 여기자 공수경(김옥빈 분)을 만나며 잊고 살았던 '순수한 변호사의 피'가 들끓기 시작하고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렇게 세 사람은 국민을 대신해 피고인 대한민국, 청와대, 검찰과 대립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지만,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눈물겨우면서도 대견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통쾌한 맛이 더해지며 관객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줄 '사이다' 매력까지 첨가한다.

영화는 손아람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김 감독은 원작의 스토리를 충실히 따르지만 결말은 다르다. 또한 소설과는 달리 확실한 결과를 공개한다. 이미 내용을 알고 보는 영화지만 끝까지 흥미를 놓지 않고 스토리를 따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이와 관련해 "비극적인 상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밝히고 개인과 국가의 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왜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좀 더 집중하게 하려고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또한 배심원 9명의 평결이 판사 한 명의 판결보다 효력이 없는 국민 참여 재판의 현실을 빗대 힘 있는 소수의견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비틀어 이야기한다.

소수의 소수에 의한 소수를 위한! 영화 소수의견은 동명 소설 소수의견을 원작으로 하며 오는 24일 개봉한다. /영화 스틸
소수의 소수에 의한 소수를 위한! 영화 '소수의견'은 동명 소설 '소수의견'을 원작으로 하며 오는 24일 개봉한다. /영화 스틸

결국 윤계상의 말처럼 픽션을 통해 이 시대의 상을 사실적으로 투영하고 보는 이들에게 한 번 더 상기시키기 위한 노력이 영화 전반에 흐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극 중에서 아들의 죽음 앞에서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던 이경영은 힘겹게 개봉한 영화를 두고 "다락방에 나만 몰래 숨겨놓은 보석상자였다. 이젠 모두에게 이 영화가 보석상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쩌면 영화를 만든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소수의견'이 소수가 아닌 모두의 보석상자와 같은 영화가 될 수 있을지는 오는 24일 관객들에 의해 평가받는다. 다른 건 몰라도 출연진들의 일품 연기와 영화를 맛보기도 전에 감성적인 딜레마에 빠지게 해 입맛을 버리게 하는 누를 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빛날 만한 가치'를 지녔다고 할 수 있겠다.

[더팩트ㅣ오세훈 기자 royzoh@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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