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영화인:生] "이젠 공룡이다"…외화에 밀린 韓영화 '눈치작전'
입력: 2015.06.17 10:21 / 수정: 2015.06.17 10:21

쥬라기 공원 네 번째 이야기. 14년 만에 다시 영화 팬들을 만나는 외화 쥬라기 월드가 지난 11일 개봉됐다. /영화 포스터
'쥬라기 공원' 네 번째 이야기. 14년 만에 다시 영화 팬들을 만나는 외화 '쥬라기 월드'가 지난 11일 개봉됐다. /영화 포스터

히어로부터 공룡까지…외화 공습은 진행 중

영국 남자와 히어로들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공룡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성들의 마음을 홀렸던 해외 스타들에 이어 막강한 힘을 가진 공룡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시 한 번 구애를 펼치고 있다. 반면 2015년 한국영화들은 그 힘이 많이 모자란 모양새다. 올해 초 '국제시장'이 1000만 관객을 넘긴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외화에 박스오피스 선두권 자리를 내주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감독 콜린 트레보로우, 배급 UPI 코리아)는 지난 11일에 개봉해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첫 주 151만 관객을 끌어들였고 계속해서 박스오피스 정상을 꿰차고 있다.

'쥬라기 월드'는 공룡을 부활 스토리를 담은 '쥬라기 공원'의 네 번째 시리즈다. 쥬라기 공원 테마파크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22년 만에 새롭게 개장하지만,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난 공룡들의 위협이 시작되면서 펼쳐지는 인간과 공룡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박스오피스 1위. 쥬라기월드가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가운데 경쟁작을 제치고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UPI코리아 제공
박스오피스 1위. '쥬라기월드'가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가운데 경쟁작을 제치고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UPI코리아 제공

영화는 1975년 '죠스'로 스타덤에 오른 뒤 1982년 '인디아나 존스', 1990년대 '쥬라기 월드'로 거장 반열에 오른 스티븐 스필버그(69)의 대표작이다. 그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영화에 쏟아 부어 그 이상의 시너지와 수익을 올리며 전 세계 관객을 상대로 하는 감독으로 인기를 얻었다.

'쥬라기 공원'(1993)은 700억 원가량을 투자해 약 1조 1100억 원이 넘는 흥행 수익을 올렸다. 이후 스필버그는 '쥬라기 공원2:잃어버린 세계'(1997), '쥬라기 공원3'(2001)을 제작·기획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2편과 3편의 제작비(1840억 원)는 본편의 3배가 들어갔지만, 둘의 수익(1조 900억 원)은 합해도 본편의 그것을 넘지 못했다. 본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속설 그대로였다.

그렇게 14년 만에 쥬라기 '공원'이 아닌 '월드'가 탄생했다. 22년 전 개장도 하지 못한 공원을 개장해 공룡이 사는 '월드'를 완성했다. 또 친숙하면서도 판타지가 공존하는 공룡을 막대한 스케일과 기술력, 자본을 통해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냈다. 오래전 영화에 대한 향수도 한몫했다. 전 세계 첫 주 수익은 5720억 원을 넘겼다. 스토리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주요 설정이 과거 '쥬라기 공원'에 머물러 있는 것은 영화의 한계점으로 남아 있지만, 적어도 볼거리를 중심으로 하는 상업 영화로서의 강점은 살렸다는 평가다.

어벤져스2 1000만 돌파. 어벤져스2가 지난 4월 23일 개봉한 가운데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15년 최고 흥행작으로 박스오피스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포스터
'어벤져스2' 1000만 돌파. '어벤져스2'가 지난 4월 23일 개봉한 가운데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15년 최고 흥행작으로 박스오피스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포스터

그 결과 '킹스맨' '어벤져스2' '분노의질주7' '매드맥스' '스파이'로 이어지는 외화 강세의 바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들 외화는 개봉 후 관객들의 입소문과 화려한 볼거리를 바탕으로 한국 영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반면 한국영화는 막강한 외화 라인업 앞에서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눈치작전으로 개봉일을 바꾸며 무기력한 면모를 드러냈다. '어벤져스2'가 개봉할 당시 '차이나타운'을 제외한 영화들은 모두 앞뒤로 개봉을 바꾸며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흥행 실패로 이어지며 속수무책으로 안방을 내줘야 했다. 한국 영화의 위기설까지 불러일으켰지만 해결책은 어디에도 없었다.

안에서 내세울 경쟁작이 없으니 외화는 거침없이 스크린을 집어삼켰다. 2000개가 조금 넘는 국내 스크린 가운데 1800~1900개의 스크린을 한 영화가 잠식한 것은 단지 영화가 좋아서만은 아닐 듯하다. 수익을 노리는 극장과 대세에 따르는 배급사가 약속이라도 한 듯 흥행의 불을 지폈다.

'쥬라기월드' 역시 개봉 예매율 70%를 웃돌았고, 개봉 직전 예매율은 82%까지 치솟으며 흥행을 예고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바꾸느냐다. 언제까지나 외화에 밀려 주춤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터미네이터5 7월 개봉. 배우 이병헌이 출연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5가 다음 달 30일 개봉하는 가운데 주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내한을 확정했다. /영화 포스터
'터미네이터5' 7월 개봉. 배우 이병헌이 출연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5'가 다음 달 30일 개봉하는 가운데 주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내한을 확정했다. /영화 포스터

6월 박스오피스는 이미 외화에 잠식당했다. 7월과 8월도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블록버스터 '미션임파서블5' '터미네이터5'가 각각 다음 달 2일과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주연들의 내한 행사가 확정됐거나 기획되고 있고 홍보사와 배급사도 대대적인 홍보를 기획하고 있다.

이와 맞설 한국 영화는 최동훈 감독의 '암살'과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이다. 두 영화는 각각 전지현 이정재,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총출동시켰다. 흥행보증수표들이 똘똘 뭉쳤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하지만 최근 두 영화 제작진들은 자칫 뒤늦게 개봉했다가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최근 개봉일을 앞당기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현재로서는 외화 블록버스터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할 것으로 예측돼 해 올여름 한국과 미국의 블록버스터 결전이 예고되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외화가 막강하지만, 한국 영화와 관계자들의 소극적인 태도가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며 "다양한 장르와 관객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는 영화로 침체기에 빠진 영화시장 상황을 타개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팩트ㅣ오세훈 기자 royzoh@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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