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극비수사' 김윤석, 그가 말하는 '진짜 어른'
입력: 2015.06.17 06:00 / 수정: 2015.06.17 00:32

극비수사 주연배우 김윤석. <더팩트> 취재진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배우 김윤석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새롬 기자

'극비수사' 주연배우 김윤석. <더팩트> 취재진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배우 김윤석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새롬 기자

"나이 많다고 모두 어른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배우 김윤석(48). 그의 눈빛은 인생의 허무를 모두 담은 듯 쓸쓸하지만, 그와 동시에 깊이가 있습니다. 볼 때마다 '배우를 하기 위해 태어났구나' 싶은 무심한 표정과 무뚝뚝한 말투 또한 '내공'을 느끼게 하죠.

영화 이야기를 하는 김윤석은 다소 날카롭고 서슬 퍼런 느낌을 줍니다. 묻는 이까지 긴장하게 하죠. 하지만 인생사는 이야기, 가족에 관해 말하는 김윤석은 더없이 푼수같습니다. 친근한 동네 아저씨로 변해 인생의 짠맛 단맛, 한바탕 수다를 떨죠.

만날수록 정드는 동네 아저씨, 국민 배우 김윤석을 지난 2월 영화 '쎄시봉'으로 인터뷰한 뒤 4개월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지난 작품에서 중년의 로맨스로 스크린 '여심'을 사로잡았던 그는 오는 18일 개봉하는 '극비수사'(감독 곽경택, 제작 제이콘컴퍼니, 배급 쇼박스)를 통해 촌스럽지만, 사람 냄새 풀풀 나는 형사 공길용으로 분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재회한 김윤석. 칼바람 불던 지난 겨울보다 더욱 푸근해진 미소로 <더팩트> 취재진을 반겼습니다.

"오셨는가."

이번엔 공길용 형사입니다. 김윤석이 출연한 극비수사는 지난 1978년 부산에서 실제로 일어난 어린이 납치사건을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이새롬 기자
'이번엔 공길용 형사입니다.' 김윤석이 출연한 '극비수사'는 지난 1978년 부산에서 실제로 일어난 어린이 납치사건을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이새롬 기자

김윤석이 출연한 '극비수사'는 '친구'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곽경태 감독의 신작으로 지난 1978년, 부산에서 일어난 실화를 소재로 했습니다. 사주를 통해 유괴된 어린아이를 찾는 공길용 형사(김윤석 분)와 김중산 도사(유해진 분)의 33일간의 고군분투를 담았죠.

'극비수사'는 실화를 다뤘기에 결말은 정해져있죠. 미리 아는 수사극은 포장지만 보면 '김빠진 콜라'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시사회 이후 작품을 향한 호평은 계속 이어집니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극비수사 영화는 친구 시리즈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곽경택 감독의 신작이다. /쇼박스 제공
18일 개봉하는 영화 '극비수사' 영화는 '친구' 시리즈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곽경택 감독의 신작이다. /쇼박스 제공

이유는 하나. '극비수사'는 포장지만 수사물일 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매의 눈'으로 작품을 고르기로 유명한 김윤석이 이를 놓칠리 없습니다.

"특정 시대를 배경으로 독특한 직업을 가진 두 남자가 호흡하는 '극비수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석 같은 작품이죠. 수사극이라는게 결말을 예상하기 힘들어서 재미있는 거잖아요. '극비수사'는 머리를 써야 하는 소름 끼치는 반전은 없어요. 하지만 오랜 시간 가슴에 남는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죠. 그 메시지의 힘을 믿고 출연을 결심했죠. 실화가 가진 무게도 무시 못 하고요."

극비수사 못잊어 김윤석은 결말이 뻔한 수사극 극비수사가 주는 메시지의 힘을 믿고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극비수사 못잊어' 김윤석은 결말이 뻔한 수사극 '극비수사'가 주는 메시지의 힘을 믿고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실화의 힘을 믿었다던 김윤석. 그런데 자신이 연기한 실존인물 공길용 형사는 영화 촬영을 모두 마친 뒤 최근에야 만났다고 합니다.

극 중 다른 일은 모두 제쳐놓고 아이의 생사에만 신경쓰는 독불장군, 그래서 조금은 미련해 보이는 공길용 형사. 작품에 들어가기 전 호기심에 만나고 싶을 법도 한데 말이죠.

"내가 실존인물을 흉내 낼까 봐 두려워서 일부러 만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극비수사'에서 제가 강조해야 부분은 직업이 아니라 '아버지'거든요. 아이의 생사에만 관심이 있는 한 아이의 아빠. 스스로 해석해야지 실존인물을 만나서 도움받을 일도 아니고요."

형사도 아빠다 김윤석은 극비수사 프로패셔널한 형사 공길용에 비중을 두기보다 아버지이자 형사인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다. /쇼박스 제공
'형사도 아빠다' 김윤석은 '극비수사' 프로패셔널한 형사 공길용에 비중을 두기보다 '아버지이자 형사'인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다. /쇼박스 제공

형사 전에 '아버지'라는 김윤석. 그도 여느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딸 이야기가 나오니 봇물 터지듯 자랑이 이어집니다. 휴대전화에 담긴 딸과 함께 만든 댄스 동영상을 깔깔 웃으며 보여줍니다.

"공길용 형사는 극 중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고집불통이고 큰소리를 떵떵 치는 사람이죠. 그런데 저는 그렇지가 못해요. 집이 가장 편한 사람이라고요(웃음). 애들이랑 뒹굴고 '한식 대첩'같은거 보면서 밥해먹고 마누라한테 잡혀서 살고요(웃음)."

연기파 김윤석도 알고보면 딸바보 김윤석은 극비수사의 공길용 형사만큼 가정적인 남자라고 자신의 평가정생활에 대해 밝혔다. /이새롬 기자
'연기파 김윤석도 알고보면 딸바보' 김윤석은 '극비수사'의 공길용 형사만큼 가정적인 남자라고 자신의 평가정생활에 대해 밝혔다. /이새롬 기자

집에서는 '딸바보' 아내에게 잡혀사는 불쌍한 가장 김윤석. 하지만 어떤 외압에도 소신을 지켰던 공길용 형사만큼이나 본인의 소신 또한 확고합니다. '소신'에 대해 묻자 어느새 날카로운 눈빛을 보입니다.

"제 소신은 단 하나, 필모그래피라고요. 배우는 작품으로 말해야지 흥행에 성공하고도 금방 잊혀지는 '팝콘무비'에 출연하면 누가 나를 기억할까요. 그리고 스스로에겐 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당신의 그릇은 종지입니까, 대접입니까? 김윤석은 어른의 의미에 대해 먼저 손내미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당신의 그릇은 종지입니까, 대접입니까?' 김윤석은 '어른'의 의미에 대해 먼저 손내미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이 시대에 필요한 어른, 자신의 이익보다 아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뒀던 그 시대의 '소신을 지킨 남자들'의 이야기 '극비수사'. 그리고 그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는 김윤석과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넌지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김윤석이 생각하는,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짜 어른'에 대해서요.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되는 건 절대 아니죠. 그러면 얼마나 좋아. 제 딸이 중학생인데요. 자식을 키우면서 더 많은 것을 반성하고 생각해요. 스스로 시대가 필요로 하는 어른처럼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는 또 이렇게 덧붙입니다.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어른'은 먼저 대화하자고 손 내밀줄 아는 넓은 마음의 그릇을 가진 사람 아닐까요?"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