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주지훈 "배우로서 고민 많은 시기…간신에 머물 수 없다"
입력: 2015.06.12 06:00 / 수정: 2015.06.11 16:29

주지훈 간신 되다! 배우 주지훈이 지난달 개봉한 영화 간신에서 역사상 최악의 간신 임숭재를 연기했다. /이새롬 기자
주지훈 '간신' 되다! 배우 주지훈이 지난달 개봉한 영화 '간신'에서 역사상 최악의 간신 임숭재를 연기했다. /이새롬 기자

데뷔 10년 차, 모델 출신 꼬리표 떼고 진짜 배우로 거듭나다

배우 주지훈(33)은 출렁이며 흐르는 물결과 같다. 모델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해 MBC '궁'(2006)을 통해 연기자로 거듭났고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를 거쳐 배우로 변신했다.

이후 드라마 '마왕' '다섯 손가락' '메디컬 탑팀' '가면', 영화 영화 '키친' '나는 왕이로소다' '결혼전야' '애정용의자' '좋은 친구들'까지 다양한 필로그래피를 쌓으며 '간신'에 이르렀다.

그는 "제대로 된 연기자, 자신의 색을 가지고 대중과 긴밀히 호흡하는 배우"가 되고자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고뇌는 작품을 거듭할수록 커지고 갈증은 심해져만 간다. 그러한 마음은 스크린에서 더욱 짙은 색을 띤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간신'(감독 민규동, 제작 수필름,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은 조선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 임금 옆에서는 충신인 듯하지만 정사를 그르치는 주범이 되는 간신과 왕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이다.

주지훈은 '간신'에서 권력을 탐했던 역사상 최악의 간신 임숭재를 연기했다. 연산군 시대 실존 인물로 변신한 그는 아버지 임사홍(천호진 분)과 함께 1만 미녀를 징집해 궁으로 입궐하고 왕의 총애를 받는 후궁 장녹수(차지연 분)와 불꽃 튀는 권력 다툼을 벌인다.

주지훈은 이번 영화를 통해 업계 관계자들과 관객들로부터 한층 더 성장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의 변화와 발전 뒤엔 깊은 고뇌가 존재했다. 그는 '간신'을 촬영하며 "배우로서 발전을 위해 데뷔 후 가장 많은 고민을 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생각이 많다"는 주지훈을 만나 그 고민과 '간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간신 주인공들. 영화 간신의 주인공 주지훈 임지연 민규동 감독 이유영 김강우(왼쪽부터)가 영화 홍보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팩트DB
영화 '간신' 주인공들. 영화 간신의 주인공 주지훈 임지연 민규동 감독 이유영 김강우(왼쪽부터)가 영화 홍보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팩트DB

-'간신'은 어떤 영화인가.
"영화 안에 풀어낼 소스가 워낙 많다 보니 여러 가지 방향성을 고려하며 촬영했다. 원하는 방향성을 고르는 폭은 넓지만 의도와 다르게 대중에게 비칠 수도 있어 신경 썼다. 좋은 시나리오는 많지만 그걸 구현하려면 현실적인 자금과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 '간신'은 현실에 부딪혀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직접 연기한 임숭재는 단희를 정말 사랑했나.
"촬영할 때 경우의 수를 고려해 여러 버전으로 찍었다. 하지만 결국 과거 사내로서 여자를 지켜주지 못한 죄의식도 존재한다. 완성된 영화에서는 사랑과 죄의식 가운데 멜로를 빼며 캐릭터를 살리고자 했다."

-19금 장면이 강렬하다.
"대본에 없다가 리딩할 때 추가된 이야기다. 입체감 있는 그림처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하더라. 욕망을 관념화시키고자 아름답게 찍기 위해 노력했다."

-상반신 뒤태 노출만으로도 충분히 섹시했다.
"정말 운동 열심히 했다. 3개월 만에 만들었다는 말이 있는데 식이조절 만 18주, 운동은 7개월간 죽도록 했다."

-힘들게 만든 몸을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쉽지 않았나.
"노출이 적어 오히려 좋았다. 육체미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노출은 연출의 장치일 뿐이다. 더 상업적으로 가려고 했다면 적나라하게 드러냈겠지만 감독은 제삼자로 배우들을 바라보며 카메라에 담더라. 그래서 섹슈얼한데 퇴폐적이진 않다. 대중과의 소통과 영화 예술의 중간에서 줄다리기하는 감독의 고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민규동 감독 바라기? 주지훈은 민규동과 두 번째 작품을 같이하며 다음에는 함께하지 않을 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새롬 기자
민규동 감독 바라기? 주지훈은 민규동과 두 번째 작품을 같이하며 다음에는 함께하지 않을 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새롬 기자

-감독 칭찬을 하는데, 민 감독은 주지훈이라는 배우를 일컬어 '마음으로 낳은 못난이 자식'이라고 하더라.
"사실 내가 좀 들이댔다. 나를 자유롭지 않아 자유를 갈망하는 영혼으로 보더라."

-임숭재가 주지훈이어야 했던 이유가 있을까.
"간신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 위해 필요했다. 기존의 간신이 임사홍이라면 나는 다른 간신이다. 에너지가 넘치고 신체조건도 우수하다. 우리는 다른 간신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김강우와 함께 인생 연기를 펼쳤다고 하더라.
"김강우는 최고의 연기를 했지만 주지훈은 고생했다. (웃음)"

-'다섯손가락'(2012) 작품이 연기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 이유가 궁금하다.
"그 작품을 통해 대중문화라는 장르를 새로 알게 됐다. 단순하고 쉬운 작품을 선호하지 않았는데 관객에게 사랑받는 걸 보고 작품을 대하는 시각이 변했다. 배우로서 삶에 약이자 독이 됐다. 하지만 언제나 변하지 않는 진리는 배우는 대중이 원하는 작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한국에는 참 세고 극단적인 작품이 많다. '간신'도 무난한 작품은 아니지 않은가.
"감정적으로 치닫는 역할만 생겨나는 듯하다. 대중은 멜로를 찾지 않고 제작자들도 멜로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다 세다. 임팩트 있는 작품이 주를 이루는 시장이다. 모든 게 시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센 것이 주를 이루는 때인 것 같다."

스크린-브라운관 접수. 주지훈은 영화 간신과 드라마 가면을 통해 팬들을 만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스크린-브라운관 접수. 주지훈은 영화 '간신'과 드라마 '가면'을 통해 팬들을 만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배우로서 바라본 민규동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 확실하다. 민 감독이 '앤티크' 때 나한테 어떻게 해는지 완벽하게 잊고 다시 계약했다. 그는 나를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런 면은 영화에 보이지 않는다.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냉철하게 전달하기 위한 장치로 쓰일 뿐이다. 엄청난 멘탈의 소유자로 고된 노동 뒤에 맛있는 맥주를 먹는 듯한 느낌을 배우에게 주는 감독이다."

-'간신'에는 중년 배우가 유독 망가지는 장면이 많더라.
"그게 민 감독의 능력이다. 훅 들어온다. 웃고 황당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카메라 앞에서 감독이 원하는 연기 하고 있다. 권력적인 사람이 아닌데 배우들이 거부하지 못한다. 아마도 자기 영화와 시나리오에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 같다."

-운평을 연기한 여배우들과 함께한 신이 강렬했다.
"한 겨울에 노출을 한 여배우 30명에 남자는 나 혼자였다. 그 분들을 쳐다보지도 못 했다. 정말 추웠는데 끝까지 연기하시더라. 대단했다. 저체온증으로 기절한 배우도 있었다. 나는 촬영 의상 안에 내복과 발열 조끼를 입고 핫팩 30개를 붙여도 추웠다. 그래서 운평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사실 현장에서는 미안하다는 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우리 영화의 주역은 바로 운평이다. 모든 배우는 그들로부터 열정 페이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배우 주지훈의 고민은? 주지훈이 자신이 원하는 영화와 대중이 그게에 바라는 것, 새로운 도전과 대중성을 지키는 것 등 한층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배우 주지훈의 고민은? 주지훈이 자신이 원하는 영화와 대중이 그게에 바라는 것, 새로운 도전과 대중성을 지키는 것 등 한층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영화가 19금 코드로 쏠리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나.
"아쉬운 것들, 더 표현할 수 있는 것, 더 했으면 좋겠는데 그걸 못하니까 아쉬울 뿐이다. 서구에 비교해 아직 금기가 많다. 배우들은 단순한 행위가 아닌 의미를 본다. 그리고 그 의미를 전달하고자 연기한다. 하지만 아직은 보여 지는 것이 더욱 화제가 되고 논란이 된다. 영화 속 어떤 이야기나 상황을 '그럴 수 있다' '영화일 뿐이다'라고만 할 수도 없는 게 바로 현실이다. 영화는 관객과 호흡하는 예술인데 제작하는 이들의 욕구만 채울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요즘 고민이 많다. 금기는 깨져야 한다. 그동안 그래 왔다. 시대에 따라 정말 빠르게 우리의 인식과 틀이 변화해 왔다. 현재 영화와 드라마 소재는 불과 몇 년 사이에 확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이다. 금기를 지키느냐 아니면 깨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하는 것인지에 관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결국엔 금기를 깨는 것도, 변화와 도전을 시도하는 것도 영화적 명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영화 속 장면은 영화상 필요한 감정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나뉘어 편집된다. 그런 부분은 감독을 믿고 달려야 하며 평가는 대중의 몫이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게 있다. 동성애를 다룬다고 다 '블루마운틴'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거다. 누가 뭐래도 대중이 공감하고 수긍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야 한다."

-임숭재의 어둠과 뇌쇄적인 매력도 그런 시도에서 오는 것인가.
"요즘 나는 배우로서 고민이 많다. 알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는 연기법과 성향이 정말 다르다고 하더라. 둘 다 외국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배우지만 다른 연기론을 가지고 살고 있다. 길이 다르지만 만나는 곳은 결국 똑같은 정상이다. 선배들의 조언은 모두 다르지만 듣고 보면 그들의 말은 다 맞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 하나의 말만 들을 수도 없고 모두 내 것으로 만들 수도 없다. 나만의 것을 찾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 영화를 찍으며 책임감도 커진다. 어느새 선배가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헷갈린다. 금기를 깨거나 기존의 내 모습을 관철하는 것 등 뭐가 정답인지 알 수 없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영화와 배우, 대중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더팩트ㅣ오세훈 기자 royzoh@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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