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의 펜질팬질] 에일리를 'ailee'로 기억하는 8년 전 시그니처
입력: 2015.06.05 11:11 / 수정: 2015.06.05 11:11

지난 2012년 데뷔해 국내를 대표하는 여성 디바로 성장한 에일리. 기자는 2008년부터 에일리를 알고 있었다. /김슬기 기자
지난 2012년 데뷔해 국내를 대표하는 여성 디바로 성장한 에일리. 기자는 2008년부터 에일리를 알고 있었다. /김슬기 기자

에일리는 모르는 나와 에일리, '7년의 역사'

7년 전인 지난 2008년 6월 팝스타 리한나가 새 앨범 '굿 걸 곤 배드'를 발매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이 앨범은 리한나를 전 세계적인 팝스타의 위치에 올려놨다. 지금까지도 그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엄브렐라' '디스터비아' '테이크 어 보' 모두 이 앨범 수록곡이다. 그리고 이 앨범은 뜻밖에도 기자가 에일리를 알게 된 계기가 됐다.

당시 기자는 이 앨범의 수록곡인 '셧 업 앤 드라이브'라는 노래에 빠져 있었다. 자동차 시동을 거는 듯한 사운드의 도입부도 좋았고 자신을 고급 자동차에 비유한 상징적인 가사도 마음에 들었다. 이 노래를 시작으로 리한나의 무대들을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ailee'란 사람을 알게 됐다. 그는 유튜브에 유명한 곡들을 커버한 영상을 올리고 있었고, 그 가운데 하나가 리한나의 '언페이스풀'을 부른 영상이었다. 처음 듣는 노래였는데 듣자마자 시쳇말로 귀에 꽂혔다. 바로 리한나가 부른 원곡과 라이브를 찾아봤고, 이후 적어도 이 노래에 한해서만큼은 리한나가 아닌 'ailee'의 버전만 듣게 됐다. 듣기 편안한 음색과 리듬을 가지고 노는 능력이 탁월했다.

기자의 눈과 귀를 단번에 사로잡았던 영상. 에일리는 리한나의 노래 언페이스풀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 많은 누리꾼들의 관심을 얻었다. /에일리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기자의 눈과 귀를 단번에 사로잡았던 영상. 에일리는 리한나의 노래 '언페이스풀'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 많은 누리꾼들의 관심을 얻었다. /에일리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ailee'가 한국계 미국인임을 알았을 때 반가움은 더 컸다. 수려한 노래 실력과 외모,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영어 실력을 보며 미래의 슈퍼스타 탄생을 예감했다. 친한 몇몇 친구들에게 그의 영상을 보여주고, "노래 진짜 잘하지? 한국계 미국인이래. 전 세계적인 팝스타가 됐으면 좋겠어"라며 영업(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좋은 점을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한다는 뜻)까지 했다.

'ailee' 덕에 '아이 해브 낫싱'이나 '그레이티스트 오브 올' 같은 명곡들을 다시 들었고, 이전까지 쳐다보지도 않았던 마일리 사이러스의 '더 클라임'도 처음으로 들었다. 미국 NBC 채널의 '머레이쇼'에 출연한 영상도 일찌감치 찾아봤고 'ailee'가 영상을 업로드하는 마이스페이스도 틈날 때마다 들어가 봤다.

그러다 한동안 'ailee'는 동영상을 올리지 않았다. 바쁜 일상 탓에 기자 역시 잠시 그를 잊고 지냈다.

데뷔 초기 에일리. 그는 데뷔곡 헤븐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더팩트DB
데뷔 초기 에일리. 그는 데뷔곡 '헤븐'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더팩트DB

몇 년 뒤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문득 그가 생각나 유튜브에서 'ailee'를 검색했다가 깜짝 놀랐다. 그가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데뷔를 했으며 '헤븐'이라는 곡으로 인기를 높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대학원 생활을 하며 연구실 일과 해외 학회 준비 등으로 잠시 TV와 멀리 지냈는데, 그 사이에 그는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정식 데뷔까지 한 것이다. 그 'ailee'가 바로 지금의 가수 에일리다.

세계적인 팝스타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에일리를 한국 음악 방송에서 보는 건 묘한 기분이었다. 반가운 마음과 될 싹을 먼저 알아봤다는 뿌듯함, 내 스타를 빼앗긴 것 같은 싫지 않은 섭섭함 등이 안에서 뒤섞였다. 물론 그 이후로 MP3 트랙 리스트에는 늘 에일리의 노래들이 빠지지 않았지만.

최근 에일리는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에 출연했다. 복면을 쓰고 노래를 하는 에일리를 본 이현도는 "(손) 제스처를 보고 내가 아는 그 친구가 맞는다는 확신을 했다. 오리지널리티를 숨길 수 없었다. 나는 에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 역시 그 손동작을 보고 에일리임을 확신했다.

에일리만의 손동작을 모른다면 그가 지난 2007년도에 유튜브에 게재한 앨리샤 키스의 '노 원' 영상을 보시라. 몸으로 노래를 하는 듯 화려하게 움직이는 손을 볼 수 있다. 현재는 댓글이 2000개 이상 달려 있지만 기자가 영상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모든 댓글을 금방 읽어볼 수 있는 정도였다. 어떤 누리꾼이 에일리의 손동작을 지적하자 또 다른 이가 "많은 디바들이 자신만의 제스처를 갖고 있다. 에일리가 리듬을 타는 방식을 지적하지 말라"는 댓글을 달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8년 뒤 정말 이는 에일리의 시그니처 제스처가 됐다.

에일리의 특유의 손동작에 대해 설명하는 가수 이현도. 그는 이 손동작으로 복면가왕에서 에일리의 정체를 바로 알아냈다. /MBC 방송 화면 캡처
에일리의 특유의 손동작에 대해 설명하는 가수 이현도. 그는 이 손동작으로 '복면가왕'에서 에일리의 정체를 바로 알아냈다. /MBC 방송 화면 캡처

앨리샤 키스의 노 원을 부르는 에일리. 특유의 손동작을 확인할 수 있다. /에일리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앨리샤 키스의 '노 원'을 부르는 에일리. 특유의 손동작을 확인할 수 있다. /에일리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친구들아, 그것 봐 내가 에일리는 스타가 될 거라고 했지?"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연예팀ㅣ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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