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新한류, 중국은 지금②] in 베이징, 엑소 모르면 '간첩?'(르포)
입력: 2015.06.05 10:50 / 수정: 2015.06.05 10:50

중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그룹 엑소. 엑소가 중국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을 수 있던 비결에 대해 <더팩트> 취재진은 베이징을 직접 찾아 현지인들과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중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그룹 엑소. 엑소가 중국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을 수 있던 비결에 대해 <더팩트> 취재진은 베이징을 직접 찾아 현지인들과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중국에서 엑소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걸요?"

세계 1위에 빛나는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 그 안에서도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베이징 한복판에서 지난달 30일 만난 한 중국인에게 들은 말이다. 오히려 그걸 왜 묻느냐는 투다. 대부분 다 아는 내용을 새삼스럽게 질문한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마음 속 한편에서는 '서울에서 왔으니 당연히 모르지'란 생각이 들면서도 그 정도 반응이 나올 줄은 잘 몰랐다.

그리고 나서는 절로 눈이 크게 떠지는 장면을 발견했다. 베이징 시내 버스 광고판에 대문짝 만하게 붙은 엑소 사진이다. 항상 보던 얼굴들인데, 중국에서 보니 생경하다. 자국민을 우선시하는 중국에서 한국 아이돌 가수가, 아무리 '글로벌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엑소라지만, 현지 아이돌 가수보다 훨씬 큰 공간을 차지하는 일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만난 이들은 엑소를 '외국 가수'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그 이유는 뭘까?

베이징 공항 전면을 차지하고 있는 송혜교의 화장품 광고. 베이징에서 한국 스타들이 광고하는 제품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베이징=성지연 기자
베이징 공항 전면을 차지하고 있는 송혜교의 화장품 광고. 베이징에서 한국 스타들이 광고하는 제품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베이징=성지연 기자

◆ 중국 내 한류 시장, 생각만큼 '핫' 할까?

신(新)한류를 주도하는 곳, 한류의 '블루오션'이라 여겨지는 '대륙' 중국. 최근 국내 스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눈을 돌리고 뛰어드는 가운데 중국 내 한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한 걸까? 그 온도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더팩트> 취재진은 베이징 곳곳을 둘러봤다.

지난달 28일, 베이징 공항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송혜교의 얼굴이 새겨진 광고판이다. 중국의 관문에 들어서자마자 보게되는 송혜교의 모습이 이채롭다. 또 중국의 국영방송 CCTV에선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흘러나온다. 뿌듯한 마음에 베이징에서 30년을 거주했다는 현지 가이드에게 '한류'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돌아오는 답변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뜨겁진 않다"였다.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에서 인기몰이 중인 배우 김수현 박해진 전지현. 현지 가이드는 한국 스타들의 인기가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 만큼 대중적인 인기는 아니라고 못박았다. /이새롬 남윤호 기자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에서 인기몰이 중인 배우 김수현 박해진 전지현. 현지 가이드는 한국 스타들의 인기가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 만큼 '대중적인 인기'는 아니라고 못박았다. /이새롬 남윤호 기자

그의 말에 따르면 한국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스타들이 중국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한 '팬덤'이 있을 뿐 대중적인 인기, 혹은 전 국가적인 인지도를 얻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음, 공항에서부터 점점 게이지가 상승하던 '한류 자부심'에 찬물이 끼얹어지는 듯하다.

다만 세계 1위의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기에 '팬덤'에서 오는 수익이 국내에선 무시하지 못할 규모와 영향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해가 될 듯하면서도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SBS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전지현 김수현이 중국 내에서 엄청남 반향을 일으키고, CF 수익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반응이 별로라니 솔직히 실감이 나질 않는다.

엑소를 모델로 한 중국 패스트푸드 광고. 엑소의 중국 내 성공과 관련해 현지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멤버 중 중국 멤버가 속해있다는 것에 큰 비중을 뒀다. /KFC 웨이보
엑소를 모델로 한 중국 패스트푸드 광고. 엑소의 중국 내 성공과 관련해 현지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멤버 중 중국 멤버가 속해있다는 것에 큰 비중을 뒀다. /KFC 웨이보

◆ 중국에서 예외적인 '우대'를 받는 아이돌, 엑소

하지만 가이드는 한류스타로 엑소는 예외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입증하듯 베이징에서 만난 이들에게 "엑소를 아느냐"고 질문하면 대부분 시민이 "모를 수 없다" "당연히 안다"는 반응을 보였다. 베이징 버스 정류장부터 패스트푸드점, 편의점까지 엑소가 광고하는 제품이 눈에 띄게 많은 것 또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시민들은 입을 모아 "엑소는 중국인 멤버가 함께 있으므로 외국 가수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하지만,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이 중국인으로서 굉장히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엑소를 모델로 세운 중국 게임. 중국에서 엑소는 외국 아이돌이 아닌 현지 아이돌의 개념으로 통한다. /베이징=성지연 기자
엑소를 모델로 세운 중국 게임. 중국에서 엑소는 '외국 아이돌'이 아닌 '현지 아이돌'의 개념으로 통한다. /베이징=성지연 기자

베이징에서 열린 엑소 콘서트를 다녀온 후 한국관광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현지인은 "엑소는 한국 아이돌이지만, 중국 멤버가 함께한다는 부분에서 굉장히 친밀감을 느낀다"며 "중국 멤버를 통해 엑소를 알게 됐지만, 현재는 한국인 멤버 시우민을 좋아한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는 "엑소라는 팀으로 화합하는 멤버들을 보면서 나도 한국이 좋아졌고 그들이 중국 내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 또한 이 때문"이라고 말을 보탰다.

중국 멤버로 현지 시장을 노린 그룹 엑소(EXO).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엑소의 성공을 오랜시간 철저한 준비로 이뤄진 것이라고 자평했다. /김슬기 기자
중국 멤버로 현지 시장을 노린 그룹 엑소(EXO).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엑소의 성공을 오랜시간 철저한 준비로 이뤄진 것이라고 자평했다. /김슬기 기자

◆ 중국 내 한류 시장, 그냥 뛰어들면 '성공'이라고?

엑소의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중국 내 그룹의 대중적인 인기비결과 관련해 <더팩트>에 "오랜 시간 철저하게 준비해온 결과"라고 힘줘 말했다.

관계자는 "지난 2000년, H.O.T. 중국 콘서트를 열기 전부터 중국 시장이 '블루오션'이란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외국인 멤버가 중요하다는 필요성 또한 당시부터 염두에 뒀던 것"이라며 "자국민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중국에서 엑소가 예외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은 현지 멤버가 속해있는 이유가 크다"고 덧붙였다.

[더팩트ㅣ베이징=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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