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차 아이돌 샤이니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
출근길에 마시는 커피, 기념일에 연인에게 받는 꽃 한 송이, 가족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 등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게 한두 가지는 있게 마련. 아이돌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겐 아이돌이 아메리카노 한 잔 보다 더 강한 모닝콜이고 꽃다발보다 로맨틱하며 여행보다 설렌다.
그런데 아이돌을 좋아하는 건 그냥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잘생긴 얼굴에 빠졌더라도, 저절로 리듬을 타게 하는 흥겨운 노래가 좋았더라도 '성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어느 순간 고개를 돌리게 돼 있다.
팬들의 사랑은 좋아하는 스타가 밟았던 모래까지 기념품이 될 정도로 터무니없고 때로 맹목적이다. 그런 사랑을 오랫동안 지속시키는 건 그래서 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웃는 얼굴로 사랑 받았던 그, 또는 그녀가 어느 순간 카메라 앞에서 자꾸 정색을 할 때, 팬을 '조련'하는 게 아닌 '이용'하려는 기미가 보일 때,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게 보일 때 팬들은 실망하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결국 '팬심'은 무섭게 돌아선다.

그런 면에서 샤이니만큼 팬들을 뿌듯하게 하는 아이돌 그룹을 찾긴 어렵다. 지난 2008년 데뷔, 어느덧 데뷔 8년차를 맞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샤이니가 정체되지 않았다는 건 최근 발매된 정규 4집 앨범 '오드'에서 느낄 수 있다. 멤버 종현이 작사 작곡을 한 1번 트랙 '오드아이'부터 풍성한 스케일과 은유적인 가사의 대비가 돋보이는 마지막 트랙 '재연'까지 '오드'는 시작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 없이 꽉 차있다.
특히 귀를 사로잡는 건 타이틀곡 '뷰'다. '에브리바디' '셜록' '루시퍼' 등의 히트곡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뷰'의 가볍고 청량한 사운드는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퍼포먼스 역시 직전 앨범들과 비교하면 많이 가벼워졌다. 샤이니 멤버들조차 컴백 전 가진 단독 콘서트에서 "타이틀곡을 조금 더 찾아봐야 되는 게 아닌가 고민했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샤이니는 원래 그런 그룹이었다. 깡마른 몸에 파스텔 톤의 스키니진을 입고 '누난 너무 예뻐서 남자들이 가만 안 둬'라며 투정을 부리던 귀여운 소년들이 샤이니의 처음이었다. 다만 우리가 잊고 있었을 뿐이다.
'누난 너무 예뻐' 이후 샤이니는 종현이 작사한 '줄리엣'으로 보다 사랑에 능한 남자로 변신했고, '링딩동'과 '루시퍼'로 강렬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한층 난이도가 올라간 안무와 치밀하게 짜인 스토리텔링, 상징과 복선으로 가득했던 '셜록'은 샤이니의 음악 인생에 2막을 열었다. 이렇게 매 앨범마다 성장이 계속되니 일반 대중이 샤이니의 바가지 머리 시절을 잊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샤이니는 '오드'를 통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속된 말로 '빡센' 안무와 라이브로 충격을 주는 대신 여유 있는 애티튜드를 탑재했다. 심오한 세계관 대신 사랑을 하며 느끼게 된 신기한 감각들을 노래하고, 쉬운 멜로디로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러브 식'으로 '누난 너무 예뻐'의 이후 이야기를 다룬다거나 '사랑의 길'과 대구되는 '이별의 길'을 수록하는 식으로 자신들의 역사를 아는 이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샤이니는 이렇게 또 뒤통수를 때렸다. 하지만 맞은 뒤통수가 아프지 않고 오히려 뿌듯하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웃음을 주는 것도 중요하고, 음악을 넘어 연기 등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반은 음악이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내 새끼'가 정체되지 않고 성장하는 걸 보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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