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대한민국은 과연 유승준을 용서할 수 있을까?
입력: 2015.05.20 06:00 / 수정: 2015.05.20 08:51

유승준 눈물로 사죄. 유승준이 19일 오후 10시 30분 홍콩 현지 온라인 생중계 아프리카TV를 통해 병역 문제에 관한 심경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아프리카TV 방송화면 캡처
유승준 눈물로 사죄. 유승준이 19일 오후 10시 30분 홍콩 현지 온라인 생중계 아프리카TV를 통해 병역 문제에 관한 심경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아프리카TV 방송화면 캡처

75분간의 사죄…해명 효과·신뢰도는 미지수

스타들의 병역 문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인공이 있다. 이제는 '외국인'이 돼 버린 유승준(39·미국명 스티브유)이다. 그가 13년 만에 처음으로 병역 기피 논란과 관련한 심경을 밝혔다. 유승준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하면서도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로잡고 눈물로 참회의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유승준은 19일 오후 10시 30분 홍콩 현지에서 '아프리카TV'를 통해 '13년 만의 최초고백 LIVE'를 진행했다. 어깨를 들썩이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등 눈물을 흘리며 등장한 그는 90도로 인사한 뒤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어떻게 해서든 모든 죗값을 치를 테니 가족들과 한국 땅을 밟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유승준은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사죄하는 마음으로 무릎을 꿇는다. 심경고백이나 변명의 자리가 아니다. 여러분께 잘못을 사죄하는 자리다. 또 어떤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국민과 법무부 장관, 병무청장, 병역 의무를 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사죄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하며 머리를 숙였다.

그가 13년 만에 이런 자리를 만든 것은 가족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내 자식이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대로는 살 수 없다. '유승준'으로서의 삶을 되찾고 싶다.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마음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그는 가족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 눈물을 쏟았다. 또한 지난해 시민권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나이 탓에 징집 대상에서 제외됐고 계획은 무산 됐다고 알렸다.

13년 소요된 대국민 사과의 시간. 유승준이 국민을 향해 한국 땅을 다시 밟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신현원 프로덕션 제공
13년 소요된 대국민 사과의 시간. 유승준이 국민을 향해 "한국 땅을 다시 밟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신현원 프로덕션 제공

그러면서 자신을 둘러싼 루머와 오해 등을 바로잡았다. 하지 않았지만 마치 한 것처럼 알려진 병무청·해병대 홍보대사 활동, 해병대 등 군입대 기사가 나게된 배경, 고의로 일본으로 출국해 미국으로 건너가 시민권을 땄다는 이야기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1년 중 6개월 미만의 시간 동안 한국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당시를 떠올리며 "'내가 왜 이렇게 혹사당하며 일을 해야 하나'라는 어른들을 향한 불만이 있었다.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오히려 당시엔 군대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군대에 가지 않는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가족들 때문에 시민권을 받았지만 귀국해서 해명한 뒤 군대에 가려고 했다. 나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려 했다"고 입대를 의도적으로 피해갔다는 의혹에 해명했다.

이어 그런 마음이 있었다면 즉각적으로 일을 해결하고 입대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초반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알지 못했다. 오로지 쉴 수 있다는 마음뿐이었다. 나중에는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교만했고 어리석었다"고 반성했다.

1시간 15분 가량 긴 사죄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는 눈물을 흘렸고 무릎을 꿇거나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런 유승준의 모습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는 미지수다. 그는 감정에 호소하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고 비판을 배제할 수 없는 해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특히 올해로 만 39세인 그가 징집 대상에서 벗어난 뒤 이러한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과 관련해 "우연처럼 시기가 그렇게 겹쳤다"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그런 면에서 이번 방송이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는 또 하나의 덧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유승준 한국 땅 밟을 수 있을까? 유승준이 자신과 둘러싼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유승준 한국 땅 밟을 수 있을까? 유승준이 자신과 둘러싼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방송 후 온라인에는 그를 가엾게 여기는 옹호론과 징집 대상을 벗어난 올해 이러한 자리를 마련한 것, 그는 스스로 한국을 버린 외국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강경론이 공존했다. 대립되는 의견 속에서도 "사과받지 못할지언정 이러한 자리를 마련한 것은 잘한 행동이며 진정한 사죄의 시작은 지금부터"라는 공통적인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한 번의 사죄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사건 발생 후 13년이 지난 뒤에야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부터다. 유승준이 한국인에게 특히나 민감한 병역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지, 용서는 받지 못하더라도 그의 진심이라도 제대로 전할 수 있게 될지 대중의 이목과 관심이 유승준이라는 이름 세 글자에 집중되고 있다.

유승준은 2002년 입대를 3개월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얻으며 병역 기피 의혹에 휩싸였다. 출입국 관리법 11조에 의거 입국 금지를 당했고, 아직도 그에 대한 법무부의 입국 금지 조치는 풀리지 않고 있다. 이후 유승준은 한국 국적을 포기한 채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 거주하고 있다.

한편 유승준 및 병역 기피 문제 등과 관련해 법무부는 이날 오후 "언론에서는 법무부(또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유승준에 대한 입국금지 해제와 한국 국적 회복이 가능하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는 위 사람에 대한 입국금지 해제나 국적회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이 전혀 없고, 현재로서는 위 사람에 대한 입국금지 해제나 국적회복을 고려하고 있지 아니함을 알린다"고 유승준에게 어떠한 법적 관용도 베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더팩트ㅣ오세훈 기자 royzoh@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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