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연의 좌충우돌 칸 취재기] 레드카펫 '셀카'금지령, 왜죠?
입력: 2015.05.19 13:19 / 수정: 2015.05.19 16:04

오피스보러온 아저씨와 찰칵. 제68회 칸국제영화제에 레드카펫 셀카촬영 금지령이 생겼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칸=성지연 기자
'오피스'보러온 아저씨와 찰칵. 제68회 칸국제영화제에 레드카펫 '셀카'촬영 금지령이 생겼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칸=성지연 기자

제68회 칸국제영화제, 새롭게 생긴 규정 '셀카 금지령'

제68회 칸국제영화제에 특별한 규정이 하나 추가 됐습니다. 바로 '레드카펫 셀카 금지령'인데요. 권위 있는 칸 영화제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품위 없는 태도를 지양하고자 만들었다고 하네요.

개막작 '라 테트 오트'의 주연이자 프랑스의 대표 여배우로 불리는 까뜨린느 드뇌브는 개막에 앞서 공개적으로 '셀카'찍는 이들을 비난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전 찍었습니다. 영화제의 규정을 어겼다고요? 글쎄요, 아래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이없는 규정에 다들 콧방귀 끼는 분위기입니다.

너도 나도 셀카 삼매경 19일 새벽 오피스 상영 전, 뤼미에르 대극장으로 입장하는 시네필이 레드카펫에 선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위해 여념이 없다. /칸=성지연 기자
'너도 나도 셀카 삼매경' 19일 새벽 '오피스' 상영 전, 뤼미에르 대극장으로 입장하는 시네필이 레드카펫에 선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위해 여념이 없다. /칸=성지연 기자

매년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발.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곳으로 여겨지는 곳이 바로 뤼미에르 대극장입니다. 이 곳에서 레드카펫 페스티발이 진행되거든요.

극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강렬한 붉은색 레드카펫이 깔리고 웅장한 음악이 흐르면 화사한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가 음악에 맞춰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를 즐기는 곳입니다.

그런데 사실 알고보면 레드카펫은 배우들만 밟는 건 아닙니다. '세리머니'만 배우가 할 뿐이죠.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취재진과 시네필이 먼저 레드카펫을 밟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갑니다.

19일(이하 현지시각) 새벽 12시 30분,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고아성 배성우 주연의 '오피스'(감독 홍원찬)가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처음 공개됐습니다.

기자 또한 '오피스'를 보기위해 현장을 찾았고요. 더불어 레드카펫 규정에 맞추기위해 아침 일찍부터 쇼핑몰을 찾아 원피스도 구입했습니다.

드레스 업, 마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영화를 보기위해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 /칸=성지연 기자
'드레스 업, 마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영화를 보기위해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 /칸=성지연 기자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관람하기위해선(레드카펫을 통과하는 모든 이들은) 기본적인 에티켓으로 여성은 치마와 구두, 남성은 턱시도 차림을 요구하거든요. 남자 선배는 나비 넥타이를 하고 왔네요.

곧이어 굳게 닫힌 도도한 뤼미에르 극장의 철문이 열리고 취재진과 현장 관객들이 레드카펫을 밟기 시작합니다. 현장에 있는 사진기자들은 관심도 없다는 표정으로 '오피스' 배우들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오피스의 주역들. 제68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오피스의 감독과 주연배우 및 제작진. /칸=임영무 기자
'오피스'의 주역들. 제68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오피스'의 감독과 주연배우 및 제작진. /칸=임영무 기자

생애 처음으로 밟아보는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천천히 거닐고 싶었습니다. 모두 제 마음과 비슷하겠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꺼내든 것은 바로 휴대전화인데요. 한 장, 두 장, 선배와 '찰칵', 선배들도 '찰칵', 나 혼자 '찰칵'. 계단을 올라가는 내내 셀카를 통해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행복하구나' 다시금 확인합니다.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입은 노신사 한 분이 휴대전화를 제게 건네주네요. '내 사진을 찍어주면 고맙겠어'라고 수줍게 말하는데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성심성의껏, 무릎을 굽혀가며 사진을 찍어줍니다. 그에게 평생 간직할 소중한 추억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그리고 저도 노신사와 '찰칵'.

사진기자도 셀카! 레드카펫에서 스타들의 사진을 찍기에 바쁜 사진기자들도 스스로 셀카를 남겨 현장을 기념하곤 한다. /칸=임영무 기자
'사진기자도 셀카!' 레드카펫에서 스타들의 사진을 찍기에 바쁜 사진기자들도 스스로 '셀카'를 남겨 현장을 기념하곤 한다. /칸=임영무 기자

화려한 레드카펫을 걷는 시네필. 두 세시간을 넘게 뤼미에르 극장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렸던 그들에게 허락된 1분 남짓한 꿈같은 시간입니다. 영화제의 주인공은 감독도 배우도 기자도 아닌 관객들인데 말이죠.

감독과 배우가 레드카펫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스타에 대한 존중과 영예이겠죠. 그렇다고 해도 레드카펫 '셀카'의 자유까지 박탈하려는 지나친 처사가 아닐까요. 칸 영화제 측의 이상한 '권위 세우기' 규정이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영화팬들에게 오만과 편견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걸 깨달았으면 좋겠네요.

[더팩트ㅣ칸=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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