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연의 좌충우돌 칸 취재기] 작아요, 작아. 그래서 맵다구요
입력: 2015.05.14 11:08 / 수정: 2015.05.14 15:53

제68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발. 13일(이하 현지시각) 개막을 시작으로 칸영화제가 한창인 가운데 생경한 동양인을 향한 현지인들의 호기심 또한 현지에선 또 하나의 화젯거리다. /칸=임영무 기자
제68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발. 13일(이하 현지시각) 개막을 시작으로 칸영화제가 한창인 가운데 생경한 동양인을 향한 현지인들의 호기심 또한 현지에선 또 하나의 화젯거리다. /칸=임영무 기자

동양인을 바라보는 프랑스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

작아요. 작습니다. 뭐가 그렇게 작냐구요?

바로 저 멀리 한국에서 온 기자의 키 말입니다. 유럽기자들에 손, 발, 키, 눈 뭐 하나 큰게 없이 작기만 합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타이니 아시안'(tiny Asian: 아주작은 아시아인), '페티'(petit: 어린이) 라는 비아냥은 참고 넘기기 힘든 일입니다.

받았다, 프레스카드 취재기자와 사진기자가 나란히 걸어다니면 페티(작다)는 소리 또한 함께 따라옵니다. /칸=임영무 기자
'받았다, 프레스카드' 취재기자와 사진기자가 나란히 걸어다니면 '페티'(작다)는 소리 또한 함께 따라옵니다. /칸=임영무 기자

동양인을 바라보는 호기심어린 눈빛은 12일(이하 현지시각), 니스 공항을 밟은 뒤부터 계속됐습니다. 짐을 찾아 숙소로 넘어가기위해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스몰 아시안'이라며 깔깔 거리는 소리가 귀를 스칩니다.

수근대는 50대 중년 여성 두명에게 '투 팻'(too fat: 너무 뚱뚱해)이라고 받아치려다 '참을 인' 세 번을 마음에 새기며 입을 다물었습니다.

작은 동양인을 향한 불편한 호기심은 어딜가나 계속됩니다. 프랑스인들의 콧대높은 모국어 사랑은 국제영화제 개최지에 걸맞지 않게 영어사용에도 어려움이 있어 주문할 때 마다 손짓 발짓을 동원하게 합니다.

리고 매번 돌아오는 수근거림은 결국 '페티='작다'라는 말입니다. 프랑스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취재진에게 영화제 인근의 상점 주인은 어린이를 타이르듯 화를 내기도 합니다.

마음의 안식처, 따뜻하고 정많은 프레스센터 팔레 데 페스티벌 내부에는 전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영화라는 카테고리 안에 함께 어울리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칸=임영무 기자
'마음의 안식처, 따뜻하고 정많은 프레스센터' 팔레 데 페스티벌 내부에는 전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영화'라는 카테고리 안에 함께 어울리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칸=임영무 기자

그나마 작은 취재진을 편견없이 바라보는 곳은 팔레 데 페스티발 내부입니다. 파란 눈의 자원봉사자는 능숙하고 친절한 영어로 취재진을 도와주고 도움을 주는 이들의 전문분야 또한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어 신속하게 일처리가 가능하니까요.

팔레 데 페스티발이 아니면 '타이니 아시안'이 발뻗고 편하게 있을 자리는 어디에도 없어 보입니다. 가는 곳 마다 호기심어린 눈초리와 '아시안 걸'이란 꼬릿말이 들리니 말입니다.

개막식이 열리던 13일, 현장스케치를 하던 중국의 시나닷컴 리포터를 만났습니다. 그 또한 키가 작았기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앞선 상황을 설명하니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도 불편한 시선이 따라다닌다"며 하소연합니다.

시나닷컴 리포터는 "밥한끼를 편하게 먹기가 힘들다"며 "밥을 먹는 내내 신기하게 쳐다보는 눈빛이 스스로의 자격지심인지 착각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잉그리드 버그만 씨, 제 하소연 좀 들어주세요 콧대높은 칸국제영화제지만, 시네필을 맞이하는 현지인들의 태도는 아쉬움을 자아냈다. /칸=임영무 기자
'잉그리드 버그만 씨, 제 하소연 좀 들어주세요' 콧대높은 칸국제영화제지만, 시네필을 맞이하는 현지인들의 태도는 아쉬움을 자아냈다. /칸=임영무 기자

영화제의 자존심, 역사 뭐하나 낮은게 없는 칸국제 영화제지만, 관광객과 시네필을 맞이하는 현지인들의 '열린 마음'은 보완할 것이 많아 보였습니다.

'작은 서러움'을 뒤로하고 그간 칸 영화제를 빛냈던 한국영화를 생각하며 위안을 삼아 봅니다. 올해 또 한번 '무뢰한'으로 영화제를 찾는 '칸의 여왕' 전도연부터 칸이 사랑하는 홍상수 감독, 그리고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한 배두나, 멋진 언니 김부선까지. 그리고 올해 칸 영화제를 빛낼 '오피스'의 고아성 '마돈나'의 서영희 '차이나타운'의 김고은도 떠올립니다.

편견없는 영화인 향후 칸국제영화제가 위상에 걸맞는 문화적 소양 또한 보완해 더 나은 영화제로 발돋움하길 기대해 본다. 사진은 지난해 제 67회 칸영화제에 심사위원 전도연. /이새롬 기자
'편견없는 영화인' 향후 칸국제영화제가 위상에 걸맞는 문화적 소양 또한 보완해 더 나은 영화제로 발돋움하길 기대해 본다. 사진은 지난해 제 67회 칸영화제에 심사위원 전도연. /이새롬 기자

아시아,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서양인에 비해 체구가 작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작은 사람들이 만든 영화는 어느 나라보다 맵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마담?

[더팩트ㅣ칸=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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