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포커스] '어벤져스2'에 기죽은 한국영화, '슈퍼파워'가 필요해
입력: 2015.04.28 06:00 / 수정: 2015.04.27 18:27

지난 23일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영화는 개봉 4일 만에 누적 관객 300만 명을 넘어서며 무서운 기세로 국내 극장가를 집어삼켰다./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지난 23일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영화는 개봉 4일 만에 누적 관객 300만 명을 넘어서며 무서운 기세로 국내 극장가를 집어삼켰다./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미국판 히어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국내 스크린 장악

미국판 히어로가 무서운 기세로 한국 스크린을 집어삼켰다. 지난 23일 개봉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이 그 주인공이다.

개봉 전 96% 예매율로 기를 죽이더니 개봉 4일 만에 누적 관객 300만 명을 기록해 역대 최단기간, 최다 관객 동원의 기염을 토했다.

미국 히어로에겐 분명 좋은 일이지만, 비슷한 시기 개봉한 국내 작품들로선 당황스럽다. 물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개봉 시기를 비슷하게 두면서 '대박'을 바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쪽박'일줄 몰랐기 때문이다.

제작비 2억 5천만 달러, 전 세계 5개국, 23개 지역 로케이션을 자랑하는 '어벤져스2'. 헐크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도시를 마구 부수고 아이언맨은 그런 헐크를 때려잡는다. 2D를 봐도 4D를 보는 것 마냥 화려하다.

상암동에 등장한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2는 지난해 한국 로케이션 촬영으로 국내 팬들에게 관심을 모은 바 있다./더팩트DB
상암동에 등장한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2'는 지난해 한국 로케이션 촬영으로 국내 팬들에게 관심을 모은 바 있다./더팩트DB

하지만 이토록 뜨거운 티켓 파워는 놀랍기만 하다. 지난해 '인터스텔라'또한 신드롬 비슷한 기록을 세웠지만, 이렇게 빠르진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영화 수익자료 사이트인 박스오피스 모조는 '어벤져스2' 측이 한국에서 야무진 홍보 효과를 거뒀기에 흥행에 성공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어벤져스2'는 다음 달 1일 개봉을 앞둔 북미 지역을 제외하고 44개국에서 개봉한 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봤다. 이는 작품의 많은 부분을 한국에서 촬영하며 가장 적극적인 홍보를 펼쳐왔던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어벤져스2' 팀은 촬영 후 개봉 전에도 월드 프리미어 지역으로 한국을 찾았고 남다른 팬서비스를 보여줬다. 특히 한국 배우 수현을 앞세운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영화의 내용 차치하고서라도 호기심을 느낀 관객은 개봉 전부터 영화를 향한 궁금증을 보여왔다.

어벤져스2와 같은 날 개봉한 국내영화 약장수. 영화는 26일 누적 관객 2만 7천여 명을 동원했다./영화 약장수포스터
'어벤져스2'와 같은 날 개봉한 국내영화 '약장수'. 영화는 26일 누적 관객 2만 7천여 명을 동원했다./영화 '약장수'포스터

하지만 문제는 폭발적인 '어벤져스2'의 예매율 덕분에 갈 곳을 잃은 한국 영화다. 관객의 '니즈'를 확보하고자 개봉 3주차에 상영관을 400개 미만으로 줄인 강제규 감독의 '장수상회'는 현재 꾸역꾸역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은 상태다.

'어벤져스2'와 같은 날 개봉한 '약장수'는 더욱 참담하다. 개봉 4일째인 26일 고작 264개의 스크린만 확보했을 뿐. 누적 관객 또한 2만 7559명으로 초라하다. 반면 같은날 '어벤져스2'는 6배 가까운 1826개의 상영관을 확보했다.

이를 두고 뭇 사람들은 국내 영화계를 향해 자성의 목소리를 요구하거나 작품성을 두고 비판을 가하기도 하지만, 이는 문제가 있다. 카테고리가 전혀 다른 작품을 비교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

헬로, 코리아! 국내 영화팬 공략에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2/김슬기 기자
'헬로, 코리아!' 국내 영화팬 공략에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2'/김슬기 기자

한국 영화 산업의 발전을 꾀하는 스크린쿼터 제도가 축소된지 오래. '문화강국'이란 타이틀을 얻었지만, 날로 국내 관객들에게 외면받는 한국영화가 쓸쓸하기만 하다. 거기에 '너희도 어벤져스2같은 영화 만들면 우리도 본다'는 말은 가혹할 뿐이다.

이러다 독립영화 전용관이 '한국영화 전용관'으로 바뀌는건 아닐까. 관객들과 영화인 모두의 '슈퍼파워'가 필요한 때다.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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