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나종찬이라 쓰고 '1004종찬2'라 읽는다
입력: 2015.05.06 07:00 / 수정: 2015.05.04 16:05

4차원 나종찬의 매력 속으로. 나종찬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 세원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슬기 기자
4차원 나종찬의 매력 속으로. 나종찬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 세원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슬기 기자

"누나 나 4차원 아니야."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종찬이 말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화가 1시간 여 오간 뒤 소속사 관계자가 "우리 종찬이가 좀 4차원이지"라고 하자 나온 말이었다. 결국 인터뷰는 큰 웃음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나종찬을 4차원이란 틀에 가두는 건 불가능하다. 굳이 차원으로 따지자면 그는 아마 14차원 쯤 될 것이다.

"제가 좀 올드해요. 옛날 노래도 많이 듣고 옛날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봐요. 또래에 비해 약간 올드해서 애늙은이라는 말도 종종 들어요."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 나종찬이 맡은 역은 황보여원(이하늬 분) 공주의 호위무사였다. 실제로 촬영장에서 나종찬은 가장 막내였지만 극 중에서는 중견 연기자들의 배역을 제외하고 가장 나이가 많은 역이었다. 이하늬보다 10살 연하인 그는 극에서 10살 연상 세원 캐릭터를 소화했다.

나종찬(왼쪽)은 빛미나에서 이하늬보다 10살 정도가 많은 캐릭터를 소화했다. 실제로는 그 반대다.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 공식 홈페이지
나종찬(왼쪽)은 '빛미나'에서 이하늬보다 10살 정도가 많은 캐릭터를 소화했다. 실제로는 그 반대다.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 공식 홈페이지

'실제보다 월등히 나이가 많은 인물을 어떻게 표현했느냐'는 질문에 나종찬은 스스로를 '올드한 스타일'이라고 답했다. 여기에 '어떤 옛날 노래를 듣느냐'고 되물었을 때만 해도 그가 14차원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

"음, 그냥 옛날 노래요. 제가 메탈을 좋아해서. 어? 메탈 좋아하신다고요? 제가 좋아하는 밴드는 슬립낫이에요. 어? 슬립낫을 아세요? 어떻게 아세요? 대박."

슬립낫은 지난 1995년 시작된 밴드로 메탈 팬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괴기한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하는 데다 사운드가 무겁고 폭력적인 가사가 많아 대중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그룹이다.

록을 좋아하는 사람끼리는 묘한 연대감이 있다. 아마 헤비메탈이든 펑크든 록 장르에 속한 음악들이 대중에 두루 사랑받는 주류는 아니어서 일 것이다. 이야기에 그때부터 불이 붙었다. 그는 펑크와 심포니 메탈 멜로딕 메탈, 그리고 아시아나에 대해 얘기했고 기자는 그린데이 RATM 나이트위시를 화두에 올렸다.

슬립낫을 아세요? 나종찬은 메탈을 즐겨 듣는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슬립낫을 아세요?" 나종찬은 메탈을 즐겨 듣는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반갑기 마련이다. 그가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물었다. 아쉽게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기에 "대신 자주 들어가 찾아보겠다"고 했다. 바로 포털 사이트에서 '나종찬 인스타그램'을 검색했더니 '1004종찬2'라는 주소가 나왔다.

"정말 이 주소가 맞느냐"며 들어가자 더 큰 웃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사진을 다 언급할 순 없지만 나종찬의 인스타그램에서는 그가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는 지점토 가면과 주꾸미 클로즈업 사진을 만날 수 있다.

발해의 마지막 왕자로 태어나 비극적으로 삶을 끝맺은 한 많은 캐릭터 세원을 맡아 처연한 눈빛 연기를 하던 그가, 인터뷰에서 누구보다 진지하게 헤비메탈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가 '1004종찬2'라는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다니. 그리고 거기에 올리는 사진이 순 '병맛 코드'라니.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 도대체 그 깊은 감정 연기를 어떻게 한 건가 싶었다.

"감정 연기는 오히려 일반 신보다 하기 수월했어요. 한 번에 쭉 가거든요. 초반에 캐릭터를 잡아갈 때는 어려운 점도 있었는데 점점 편해졌어요. 인물에 몰입도 하게 됐고요. 연기를 처음 배웠을 때는 표현하려고만 했어요. 예를 들면 슬픈 장면이면 울고 화내는 장면이면 소리지르고요. 그런데 이번에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하면서 몰입이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하고 몰입하면 감정은 저절로 나오는 거라고 여러 선배님들께서 말씀해주셨거든요."

진지와 엉뚱을 넘나든 나종찬. 그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김슬기 기자
진지와 엉뚱을 넘나든 나종찬. 그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김슬기 기자

진지하게 물어봤는데 농담이 튀어나오고 별 의도 없이 던진 질문을 물고 늘어지기도 하고 교과서 적으로 대답할 거라 생각했던 물음엔 허를 찌르듯 속마음을 다 꺼내놓는 나종찬은 엉뚱한, 더 좋게 말하면 참 다양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무엇이건 때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태어나면 죽을 때가 있을 것이고 만났으면 헤어질 때가 올 것이고 웃었으면 울 때가 있을 거다. 그러니 아들아 그저 살아 있음을 즐겨라.'

작품을 하며 가장 인상에 남은 대사를 물었더니 나온 대답이다. 자신이 오빠란 사실을 알지 못 하는 여동생 앞에서 차마 정체를 밝히지 못 한 세원이 한 대사였다.

그저 살아 있음을 즐겨라. 나종찬은 빛미나에서 동생 신율(오연서 분)에게 어머니가 생전 해줬던 말을 전하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MBC 방송 화면 캡처
"그저 살아 있음을 즐겨라." 나종찬은 '빛미나'에서 동생 신율(오연서 분)에게 어머니가 생전 해줬던 말을 전하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MBC 방송 화면 캡처

"굉장히 몰입해 있었어요. 동생을 동생이라 부르지 못하고 혼자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가 결국 죽잖아요. 멀리서만 봐야 했던 동생과 30년 만에 만나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는 설정이 제 감정을 깊게 건드렸어요."

물론 극 중 세원도 어머니의 말을 따르며 살려 애썼을 테지만, 나종찬 역시 그래 보였다. 실제 자신과 몇 살 나이 차이가 나든 주어진 배역은 충실히 연기하고, 작품이 끝나고 나서도 풀어지는 것 없이 연기 연습에 돌입하고, 또 그러면서도 멋있는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올리고 싶은 사진을 마음껏 SNS에 올리며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나종찬이야 말로 그저 살아 있음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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