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아이돌 왕국 日②] 걸그룹 홍수? AKB48을 주목해
입력: 2015.04.20 06:00 / 수정: 2015.04.20 08:52

섹시한 무대를 꾸미고 있는 걸그룹들. EXID 레인보우 블랙 걸스데이(위부터 아래로) 등은 섹시한 매력을 어필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슬기·문병희 기자
섹시한 무대를 꾸미고 있는 걸그룹들. EXID 레인보우 블랙 걸스데이(위부터 아래로) 등은 섹시한 매력을 어필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슬기·문병희 기자

'걸그룹=섹시?'…무조건 공식을 깨라

걸그룹 홍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아래'로 '역주행의 아이콘'이 된 EXID는 신곡 '아예'로 다시 한 번 인기몰이에 나섰고 데뷔 5년차 그룹 달샤벳은 새 미니앨범 '조커 이즈 얼라이브'를 발매했다. 걸그룹 언니 격인 카라는 다음 달 컴백을 예고했고, 소녀시대는 지난 10일 신곡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깜짝 발표했다. 미쓰에이는 엑소와 같은 주에 컴백해 '다른 남자 말고 너'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비단 지금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뿐만 아니다. '텔 미' '쏘 핫' '노바디' 등으로 인기를 끌며 소녀시대와 걸그룹 양대 산맥을 이뤘던 원더걸스부터 '여자 빅뱅'으로 불리며 데뷔 초부터 주목받았던 투애니원 '청순돌' 에이핑크 '팝저씨'라는 신조어를 만든 크레용팝 등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걸그룹들이 국내 가요계엔 존재한다.

하지만 독자적 지위를 갖고 있는 몇몇 걸그룹을 제외하고는 콘셉트가 서로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부분의 걸그룹은 섹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안무나 의상 노래 가사 등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AKB48은 전용 극장에서 거의 매일 공연을 한다.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게 AKB48의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AKB48 싱글 앨범 아이타캇타 커버
AKB48은 전용 극장에서 거의 매일 공연을 한다.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게 AKB48의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AKB48 싱글 앨범 '아이타캇타' 커버

1980년대부터 여러 아이돌들이 활동해 아이돌 왕국이라고도 불리는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2015년 현재 일본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 아이돌 그룹을 꼽자면 AKB48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6년 싱글 앨범 '벚꽃의 꽃잎들'로 데뷔한 AKB48은 A K B 4 8 등 5팀으로 구성된 그룹이다. 그룹 이름 AKB는 일본에서 애니메이션과 아이돌 '오타쿠(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의 성지라 불리는 아키하바라의 줄임말 아키바의 영문 철자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 있는 전용 극장을 주 무대로 활동한다. 전용 극장은 티켓을 구입해 출입할 수 있으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악수회 등 이벤트가 잡혀 있다. 즉 팬들에게는 방송이 아닌 실물로 AKB48과 만날 기회가 열려 있는 셈이다.

AKB48의 자매 그룹 NMB48의 전용 극장이 위치한 남바 거리 풍경. 남바는 오사카의 번화가로 NMB는 남바의 알파벳 철자를 딴 것이다. /NMB48 공식 홈페이지, 정진영 기자
AKB48의 자매 그룹 NMB48의 전용 극장이 위치한 남바 거리 풍경. 남바는 오사카의 번화가로 NMB는 남바의 알파벳 철자를 딴 것이다. /NMB48 공식 홈페이지, 정진영 기자

'만날 수 있는 아이돌' 콘셉트는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왔다. 이에 힘입어 자매 그룹도 생겼다. NMB48 NGT48 HKT48 SKE48 등은 각각 오사카 남바, 니가타, 후쿠오카, 나고야 사카에에 전용 극장을 가지고 있다.

크레용팝이 '빠빠빠'로 인기를 끌 당시 비슷한 콘셉트의 그룹으로 지목됐던 모모이로클로버Z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의 캐치프레이즈는 '지금 만날 수 있는 아이돌. 주말의 히로인'이다. AKB48처럼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을 표방하는 셈이다. 2009년 데뷔 당시에만 해도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던 모모이로클로버Z는 악마부터 전대물 주인공, 만화 '드래곤볼'의 악당 프리저 등 독특한 콘셉트와 버스킹 등으로 쌓은 친근감으로 단숨에 AKB48을 위협하는 인기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키스와 협업 싱글을 발매했을 정도.

매 앨범마다 다양한 콘셉트로 활동하고 있는 모모이로클로버Z. 모모이로클로버Z는 지금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을 표방한다. /모모이로클로버Z 1집 2집 싱글 11집(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앨범 커버
매 앨범마다 다양한 콘셉트로 활동하고 있는 모모이로클로버Z. 모모이로클로버Z는 '지금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을 표방한다. /모모이로클로버Z 1집 2집 싱글 11집(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앨범 커버

수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거쳐 데뷔해 외모도 실력도 수준급인 국내 걸그룹만 봐온 사람들은 일본 인기 아이돌 그룹을 처음 봤을 때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명색이 아이돌인데 딱히 춤이나 노래 외모 등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 한국과 일본의 미의식 차이도 분명 있겠지만 이들이 정말 높은 인기를 얻게 된 건 언제든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친근감과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 팬들이 갖고 있는 높은 관여도 덕이 크다.

물론 일본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견뎌 데뷔하는 걸그룹 멤버들이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섹시한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건 아쉽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시구가 있다. 걸그룹 대란 속에서 자세히, 오래 볼 수 있는 그룹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더팩트ㅣ오사카=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