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세월호 참사 1년, 대중예술인들의 말 못할 '고통'
입력: 2015.04.16 11:27 / 수정: 2015.04.16 11:27

아픔을 잊고 다시 희망을 어두운 밤을 보내고 진도 앞바다에 태양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 문병희 기자
아픔을 잊고 다시 희망을 어두운 밤을 보내고 진도 앞바다에 태양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 문병희 기자

세월호 참사 1년, 대중문화예술 행사 반토막 생계막막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늘(16일)로 1년, 슬픔과 아픔을 함께 해온 국민들은 그 충격을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다. 아픔은 여전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유족들은 아직까지 아이들을 보내지 못했고 정치인들은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는 1년 동안 바다 깊숙이 가라앉아 있고 국민들의 마음 또한 갑갑하기만 하다. 이런 답답한 심정은 연예계 종사자들은 더하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에 더해 생계마저 타격을 받아 '벙어리 냉가슴'이 1년째 지속되고 있다.

"처음 6개월간은 행사 자체가 전무였고, 1년이 지난 지금도 겨우 예년의 30%~40% 선에 머물고 있어요. 무대가 생계수단인 연예계 종사자들의 고통은 생각보다도 심각합니다. 물론 저희들만의 문제만도 아닙니다. 서민경제가 연쇄적으로 마비됐으니까요."

방송보다는 지자체 행사나 지방 축제로 수익을 얻는 대다수 대중예술인들의 얘기다. 행사 관련 스케줄은 통상 2~3개월 전에 잡히는데 모든 게 올스톱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한 중견가수는 "미리 개런티를 받아 쓰고 나중에 되돌려주다 보니 고스란히 빚이 되고 말았다"고 한숨을 지었다.

매년 축제기간은 봄 가을에 몰려 있고, 이 때의 활동 여부가 연예인들의 연중 수익과 맞닿아 있다. 대중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정말 잘 나가는 상위 1%의 스타급 연예인들은 몰라도 대다수는 행사가 막히면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다"고 고충을 하소연한다.

리멤버 4.16 시간이 지나도 세월호 아픔은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맴돌 것이다. /팽목항=문병희 기자
'리멤버 4.16' 시간이 지나도 세월호 아픔은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맴돌 것이다. /팽목항=문병희 기자

'합리적 매뉴얼' 정해두고 애도기간 가진 뒤 생업 재개

문제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는 점이다. 시스템 부재는 여전하고 정부는 아무런 가이드라인도 없이 지자체에 '이벤트 행사를 자제해달라'는 지침을 통보하는 것이 고작이다. 대중예술 종사자들이 분통 터지는 이유다.

"국가적 재난 속에 유가족의 슬픔을 외면하고, 금방 웃고 떠드는 분위기로 가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국민 정서에 밀려 기약없이 이끌려가선 안 된다는 것이죠. 차제에 최소한의 대안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참사 직후 모든 활동을 중단한 채 릴레이 기부금 전달과 봉사활동 등 애도의 물결에 적극 앞장서온 그들의 속내는 그래서 복잡하고 착찹하다. 불행한 일이 터질 때마다 대중 문화행사부터 중단되는 일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다가오는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각종 행사가 많은 달이다. 연예인들한테는 사실상 1년 농사나 다름없는 기간이기도 하다.

"이젠 매뉴얼이 필요합니다. 연예인들은 매년 현충일 하루는 행사를 잡지 않고 쉬잖아요. 술도 마시지 않고 경건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죠. 일종의 암묵적인 매뉴얼인 셈입니다. 이번 같은 불행한 재난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애도기간을 정해두고 슬픔을 나누되 아무 대책도 없이 무기한 생업을 막는 분위기로 가지는 말자는 거죠."

국가적 불행한 사고가 날 때마다 보이지 않는 희생을 강요당하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이 그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유족들의 슬픔과 고통, 희생자들에 대한 미안함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남아있다. 그럼에도 '이제부터라도 매뉴얼을 정해 애도기간을 갖자'는 그들의 목소리는 또다른 설득력을 갖는다.

[더팩트|강일홍 기자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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