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연예인 도박④] 연예인 해외원정도박 원조 황기순 직격인터뷰
입력: 2015.04.04 07:00 / 수정: 2015.04.03 17:55

태진아 논란 그후, 연예인 도박 현주소

도박은 늪이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가볍게 시작해도 그 끝은 파국이다. 연예인들도 마찬가지. 최근 가수 태진아의 도박논란으로 또다른 후유증을 남겼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오는 연예계 도박, 누가 빠져들고, 왜 헤어나오지 못하나? <더팩트>가 도박으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 도박 현주소를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주>

황기순이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도박과 관련된 자신의 비밀을 처음으로 털어놨다. /남윤호 기자
황기순이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도박과 관련된 자신의 비밀을 처음으로 털어놨다. /남윤호 기자


불편한 가정사가 만든 주홍글씨 "전처의 부적절한 관계가 화근이었다"

"하루에 1억 넘게 따봤다. 얼떨결에 많은 돈을 땄지만 그것은 돈이 아닌 플라스틱 칩이었다. 순식간에 돈을 따고 다시 순식간에 허공에 날렸다."

황기순이 도박과 관련해 다시 입을 열었다. 황기순은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알면서도 도박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내 자신이었다"면서 "결국 빚지고 알거지가 돼 자살을 결심했다"고 당시의 심경을 토로했다.

황기순은 "18년전 필리핀 도피생활을 끝내면서 도박은 더 이상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처음 난색을 했지만, 도박의 폐해와 심각성을 경고하고 알린다는 의미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1997년 필리핀에서 환치기 수법으로 카지노 도박을 벌이다 적발된 연예인 첫 사례로 꼽힌다. 빚에 쫒겨 해외에서 2년간 떠돌이 유랑생활을 했고 자진귀국해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후 '도박의 원죄'를 안고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재기의 발판을 다져 적지않은 빚을 10년만에 청산했다. 또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회에 봉사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장애인휠체어 기금마련 사이클모금'은 '황기순-박상민의 사랑더하기 국토대장정'이란 타이틀로 올해까지 14년째를 이어오고 있다.

-도박은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끊기가 어렵다고 한다. 도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한마디 조언한다면?

"중독성으로 말하면 도박은 마약 보다 고약합니다. 그만큼 유혹을 떨쳐내기가 힘들다는 얘기죠. 하지만 잃은 돈에 대한 미련만 버리면 끊을 수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어요. 내 경우는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서 도박을 포기했습니다. 의지가 중요하죠."

-도박으로 돈과 명예, 가족(이혼)까지 잃은 뒤 자살을 결심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다 끼칩니다. 오죽하면 죽음을 떠올렸겠어요. 빚쟁이가 무섭고 대중들의 시선이 두려웠습니다. 모든게 다 끝났다고 자포자기를 했고요. 국제 미아로 떠돌 때 지인들이 도움을 줬지만 살얼음판 같은 하루 하루가 고통이었습니다. 수도 없이 죽을 결심을 했지만 나 때문에 병석에 누운 노모를 생각하며 견뎠지요." (황기순의 어머니 고 최웅자여사는 그가 재기에 성공한 뒤인 2010년 타계했다.)

황기순은 전처 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고 나서 좌절했고, 도박으로 해소하려는 우를 범했다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황기순은 "전처 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고 나서 좌절했고, 도박으로 해소하려는 우를 범했다"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구체적 내용 "지금 말할 수 없는 미묘한 문제, 향후 자서전으로 밝히겠다"

-도박에 손을 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이제와서 핑계 같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연예계 모씨와 전처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고 좌절했습니다. 저는 원래 술은 입에도 못대는데 한심하게도 그 괴로움을 도박으로 해소하려 했던거 같습니다. 호기심에 시작한 바카라 에 한번 빠져드니 겉잡을 수가 없더라고요." (황기순은 도박에 처음 손을 댄 뒤 그가 당시 직접 운영하던 대형나이트클럽은 수억원의 채무가 발생했고, 그 돈을 만회하려 더 깊이 빠져들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됐다)

-전처의 부적절한 처신? 불륜이라는 건가? 좀더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있나?

"죄송하지만 더 이상은 얘기할 수 없어요. 지금 말할 수 없는 것은 매우 미묘한 문제가 얽혀 있거든요. 시간이 많이 지나고나서 이런 저런 내용을 정리해 글로 얘기 할 계획입니다. 속시원히 밝히지 못하는 입장을 이해해주세요."

-연예인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비단 연예인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은 도박으로 멍들고 지쳐가고 있습니다. 어린 청소년들이 모바일로 스스럼없이 배팅을 즐기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상처는 곪아 터지게 돼 있어요. 도박을 심각한 사회병으로 인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특히 연예인들의 도박문제는 더 큰 문제입니다. 하루아침에 인기가 치솟고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면 그게 되레 화근입니다. 스케줄이 없을 땐 무료한 시간을 무언가로 풀려고 합니다. 나도 어린나이에 스타덤에 올랐고 20대에 큰돈을 벌었는데 돈을 더 갖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재미와 유혹, 그리고 호기심에 손을 대는 것같아요. 그러다 잃으면 본전 생각에, 따면 짜릿한 스릴을 떠올리며 자꾸 빠져드는 거죠."

도박을 탈출해 모범연예인으로 돌아온 황기순은 10여년간 이웃사랑을 펼친 공로로 지난해 나눔국민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인터뷰 직후 그는 해외 장애인들에게 휠체어를 전달하기 위해 미얀마행 비행기를 탔다. /남윤호 기자
도박을 탈출해 모범연예인으로 돌아온 황기순은 10여년간 이웃사랑을 펼친 공로로 지난해 나눔국민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인터뷰 직후 그는 해외 장애인들에게 휠체어를 전달하기 위해 미얀마행 비행기를 탔다. /남윤호 기자

-연예계 대선배인 태진아의 도박논란은 어떻게 보나?

"누구보다 태진아 선배 본인의 고통이 가장 크다는 것을 압니다. 억울한 부분도 많고 민감한 부분이라 후배가 감히 이러쿵저러쿵 언급할 수는 없지만 모범적이고 영향력 있는 연예계 선배로서 자신을 되돌아볼 자성의 기회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봐요."

황기순은 <더팩트>와 인터뷰 직후인 4일 미얀마행 비행기를 탔다. 가수 박상민과 길거리 공연으로 모금한 성금(휠체어구입)을 미얀마 장애인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도박은 이길 수 없는 확률에 승부를 거는 세상에서 가장 무모한 게임이다. 도박의 끝은 죽음의 문턱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다시한번 강조 했다.

도박중독을 떨쳐내고 누구 보다 성실하고 건강한 연예인으로 복귀한 황기순은 10여년간의 따뜻한 이웃사랑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나눔국민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더팩트|강일홍 기자 eel@tf.co.kr]
[연예팀 │ 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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