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투하트'로 연기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배우 천정명이 tvN '하트투하트'를 끝내고 '더팩트'와 인터뷰를 가졌다. / 최진석 기자 |
'베이글남' 천정명의 이윤정 감독 '무한 신뢰'
훤칠하고 건장하다. 동그란 눈망울에 천진한 미소는 아이같다. 배우 천정명(34)은 흔치 않은 '베이글남'이다.
원래 베이비 페이스(baby face)에 글래머러스한 몸매(glamour)를 지닌 여자들에게 주로 붙는 신조어지만 천정명에게도 딱 맞아 떨어졌다.
베이비 페이스에 평소 주짓수를 즐기는 등 '상남자'의 매력도 품고 있는 천정명을 최근 서울 중구 약수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가 만났다.
◆ "허세 넘치는 고이석의 빠른 말투, 어느날 방언 터졌다"
그는 지난 7일 종영한 tvN '하트투하트'에서 허세 가득한 정신과 의사 고이석 역으로 여심을 흔들었다. 특유의 맛깔나는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커피프린스 1호점' 이윤정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의 매력 발산은 이미 예견됐던 결과였다.
하지만 천정명은 집안에 학벌, 외모까지 완벽한 고이석을 연기하면서 부담감이 상당했다. 속사포 대사로 특유의 허세를 녹여야 했던 상황이 느릿느릿한 말투의 천정명에겐 넘어야할 산이나 다름없었다.
"고이석은 나쁜남자죠." 천정명이 고이석 역을 맡아 로맨틱코미디에 도전한 소감을 밝혔다. /tvN '하트투하트' 방송 캡처 |
"고이석이 나쁜 남자입니다. 자상한 면도 있지만 일단 재수 없어 보여야하는 게 관건이죠. 말을 빨리하는 캐릭터인데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원래 말투가 느리거든요. 촬영 전 대본 리딩 때만 해도 이윤정 감독은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속 터진다'고 할 정도로요. 근데 일단 촬영이 들어갔을 때는 미리 암기해 놓은 대사라 그런 지 방언 터지듯 대사가 터지더라고요. 저는 책도 느리게 읽는 편이라 고생했지만 대사를 빠르게 소화해서 다행이죠."
천정명은 '하트투하트' 촬영이 끝난 후 "아주 오랜 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촬영장에 왔다"며 "연기란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고 죽어있던 뇌세포까지 깨워준 이윤정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종영 소감을 남겼다. 실제 인터뷰 내내 그는 이윤정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일단 촬영 내내 재밌었어요. 분위기 자체가 밝아서 빈말이 아니라 진짜 촬영하러 갈 때는 놀러가는 기분으로 설렜어요. 물론 힘들긴 힘들죠. 하지만 (최)강희 누나도 재밌고 진희경 선생님은 정말 엄마처럼 대해주며 '우리 아들'이라고 해줬어요. 감독이라고 권력 행사하고 고압적인 감독님도 일부 있는데 이윤정 감독은 지시하는 것이 아닌 고민 후 연기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스타일입니다. 여자라서 그런지 섬세한 부분도 있었고요. 세트장이 약 80% 지어졌을 때 이윤정 감독이 놀러오라고 해서 가서 구경하는 데 집구경시키 듯 하나하나 다 설명해주더라고요. 이런 상황이니 촬영장 분위기가 좋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거죠."
"(최)강희 누나, 베드신 리드했다." 천정명이 배우 최강희와 호흡을 자랑했다. / CJ E&M 제공 |
불과 방송 4회만에 베드신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강희 천정명과 원더걸스 출신 소희를 비롯해 이윤정 감독의 MBC 퇴사 후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하트투하트'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시청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현장 분위기는 밝았지만 아쉬움이 남았을 터.
"4회만에 베드신이 얼마나 어색했던지요. 특히 뜬금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어요. 사랑이 싹트는 과정이 없이 확 끌어 당긴 후 키스하니까 '이 감정이 지금 어떻게 흘러가는 거지?' 흐름을 따라가기 쉽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뜬금없긴 하지만 판타지적인 부분에선 맞는거 같기도 해요. 우리도 가끔 어떤 사람이 갑자기 예뻐 보일 때가 있잖아요. 어색했지만 강희 누나가 노련하게 이끌어준 면도 있고요. 시청률은 연연하지 않아요. 촬영장에서도 서로 그러자고 얘기했었고요. 시청률이 높으면 좋겠지만 그걸 떠나서 서로 즐겁게 일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좋았거든요."
"소희, 실제 여동생 삼고 싶어." 천정명은 최강희-소희 등 여배우들과 호흡을 자랑했다. / 최진석 기자 |
◆ "곤조 없는 최강희-여동생 삼고 싶은 소희"
연신 싱글벙글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이어 러브라인을 그린 차홍도 역의 최강희와 여동생 고세로 역의 안소희에 대해 얘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여배우들 중에 간혹 곤조있는 분들이 있어요. 걱정을 엄청 많이 했는데 강희 누나가 실제로는 엄청 착하더라고요. 연기할 땐 배려의 아이콘이었죠. 자기는 등 한 쪽만 나오는 장면에서도 상대를 위해 실제 울면서 연기해줘요. 그러기 쉽지 않은데 상대가 열린 마음을 주니 감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소희는요. '딱 이런 동생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소희가 참 무뚝뚝하고 낯을 엄청 가려요. 말 걸어도 '네?'하고 깜짝 놀라고요. 처음엔 설정인가 싶었는데 일관된걸 보니 정말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인거 같더라고요. 근데 또 연기 들어가면 확 변해요. 굉장히 특이한 친구죠. 연기적인 면에서도 지적할게 하나도 없었어요. 모든 스태프들이 소희 칭찬을 많이 했어요. 사실 출연 분량이 많지 않았는데 소희 촬영이 있는 날이면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더라고요. '세로(안소희 분)온다'면서요.하하"
'하트투하트'를 통해 '로코남'으로 거듭난 그.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소망도 내비쳤다. 아이같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이제 액션에도 도전하고 싶단다.
"주짓수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블랙벨트를 딸 때까지 해보려고요. 한 10년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3년했는데 7년 정도 더 하면 되는거네요. 이제 뭔가 제대로된 액션을 하고 싶어요. 브래드 피트 주연의 '파이트클럽'이나 '스내치' 같은 스타일의 영화요. 한방에 다 쓰러지는 그런 액션이요! 근데 차기작은 로맨틱코미디로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이윤정 감독님이 '로코 다시 해보면 어떠겠느냐'고 추천해줬거든요."
[더팩트ㅣ김한나 기자 han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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