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리티랩스타' 종영] 기 센 女 래퍼들이 남긴 건 '욕설 뿐?'
입력: 2015.03.27 06:00 / 수정: 2015.03.26 18:06

언프리티 랩스타 굿바이  엠넷 언프리티랩스타가 숱한 화제를 남기고 26일 종영했다./ 엠넷 제공
'언프리티 랩스타' 굿바이 엠넷 '언프리티랩스타'가 숱한 화제를 남기고 26일 종영했다./ 엠넷 제공

"여자들이 랩을 한다 홍홍홍"

랩하는 여자들의 매콤한 맛을 알게 해 준 엠넷 '언프리티랩스타'가 26일 종영했다. 지난 1월 29일 1회부터 이번 8회까지 매회 '언프리티랩스타'는 화제를 모으며 여성 래퍼들의 진가를 안방에 전달했다. 프로그램은 시청자들 곁을 떠났지만 이들이 남긴 건 여러 가지다.

아이돌 래퍼의 위력  지민(위)과 육지담이 언프리티랩스타 초반 1등을 따냈다. /엠넷 언프리티랩스타 방송 캡처
아이돌 래퍼의 위력 지민(위)과 육지담이 '언프리티랩스타' 초반 1등을 따냈다. /엠넷 '언프리티랩스타' 방송 캡처

◆ 예쁜 아이돌 주제에?…여성 래퍼 편견 깨

'언프리티랩스타'에는 제시 타이미 졸리브이 릴샴 키썸 치타 등 언더그라운드에서 이름 깨나 알린 래퍼들 외에 걸그룹 AOA의 지민, 엠넷 '쇼미더머니3'의 '힙합밀당녀' 육지담이 출연했다. 릴샴의 탈락 이후 합류한 제이스까지 치면 모두 9명. 하지만 일부 출연자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신은 존재했다.

가장 큰 우려를 받은 이는 지민이다. 걸그룹 멤버인 까닭에 프로그램 초반 홍보 수단일 거라고 여겨졌던 게 사실. 하지만 지민은 보란 듯이 카운트 펀치를 날렸다. 1회 때 진행한 100초 사이퍼 영상 미션 1위의 주인공으로 뽑히며 '순둥이' 이미지를 벗었고 계속된 경연에서 기대 이상의 랩 실력으로 프로그램 후반까지 살아남았다.

여고생인 육지담은 지난해 '쇼미더머니3'에 나와 잦은 실수로 힙합 팬들의 실망을 안겼다. 그랬던 그가 절치부심하고 '언프리티랩스타'에 출격했다. 그리고는 블락비 지코가 프로듀싱한 1번 트랙 '밤샜지'를 단숨에 따냈다. 육지담은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쇼미더머니3' 때부터 계속 평가당하는 기분이었는데 노력한 결과를 칭찬받아 기쁘면서 슬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을 비롯해 제시 타이미 졸리브이 키썸 치타는 매회 수준 높은 실력으로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경연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성적으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졸였고 남성 래퍼들도 인정할 수준의 고품격 랩으로 음악 팬들의 귀를 풍족하게 했다. 여성 래퍼는 안 된다는 편견을 이들은 완전히 깨부쉈다.

언프리티랩스타 차트 성적 화려해  육지담의 밤샜지를 시작으로 지민의 시작이 좋아, 제시-치타의 마이 타입, 지민의 T4SA, 키썸의 슈퍼스타 등은 발표와 동시에 차트 지붕킥을 찍었다.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 공식 홈페이지
'언프리티랩스타' 차트 성적 화려해 육지담의 '밤샜지'를 시작으로 지민의 '시작이 좋아', 제시-치타의 '마이 타입', 지민의 'T4SA', 키썸의 '슈퍼스타' 등은 발표와 동시에 차트 '지붕킥'을 찍었다.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 공식 홈페이지

◆ 냈다 하면 '차트 대박'…화려한 음원 성적

'언프리티랩스타'는 국내 최초 여자 래퍼 컴플레이션 앨범에 수록될 트랙을 두고 출연자들이 매회 경쟁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제작진은 매주 목요일 방송이 끝난 직후 각종 음원 사이트에 프로듀서의 선택을 받은 트랙을 풀었다. 26일 방송에서 치타가 파이널 트랙을 따내며 총 10곡이 차트에 풀렸다.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지 않아서일까. '언프리티랩스타' 음원은 냈다 하면 음원 차트에서 단숨에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육지담의 '밤샜지'를 시작으로 지민의 '시작이 좋아', 제시-치타의 '마이 타입', 지민의 'T4SA', 키썸의 '슈퍼스타' 등은 발표와 동시에 차트 '지붕킥'을 찍었다.

덕분에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는 '언프리티랩스타'의 힙합 분위기로 물들었다. 가장 오래도록 1위에 올라 있는 지민-아이언의 'PUSS'를 비롯해 치타의 'coma07', 지민-슬옹의 '시작이 좋아2015', 키썸-산이-태완의 '슈퍼스타', 제시-치타-강남의 '마이 타입', 제시의 '언프리티 드림즈' 등이 쟁쟁한 음원 강자들 사이에서 힙합의 위엄을 뽐내고 있다.

언프리티랩스타 지민 아이돌의 과감한 행동   언프리티랩스타 지민이 방송에서 손가락 욕을 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엠넷 언프리티랩스타 방송화면 캡처
'언프리티랩스타' 지민 아이돌의 과감한 행동 '언프리티랩스타' 지민이 방송에서 손가락 욕을 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엠넷 '언프리티랩스타' 방송화면 캡처

◆ 욕설 표절 갑질…씁쓸한 점도 있어

하지만 이러한 음원 '대박' 행진의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잘나가는 방송국의 '갑의 횡포'가 은연중에 아티스트들을 옥죄고 있는 것. 각 트랙에는 심사위원 격의 프로듀서와 래퍼 출연자들 외에 보컬 라인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어떤 래퍼가 이 트랙을 확보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보컬이 힘을 보탤 것인가도 핵심 요소다.

그런데 제작진이 한 트랙을 두고 여러 기성가수들을 저울질하며 불편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실제로 치타가 거머쥔 마지막 트랙의 보컬은 원래 다른 여성 가수에게 의뢰가 들어왔는데 조율하는 과정에서 돌연 에일리에게 넘어갔다. 좋은 취지로 피처링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두 여성 가수 쪽은 의도치 않게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버벌진트가 프로듀싱한 '마이 타입'은 표절 논란에도 휩싸였다. 이 곡이 미국 가수 오마리온의 '섹시 플레이리스트' 타이틀 곡 '포스트 투 비'와 유사하다는 의견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쏟아진 것. 초반 입을 다물고 있던 버벌진트와 소속사 브랜뉴뮤직 측은 '장르의 유사성'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마이 타입'과 오마리온의 '포스트 투 비'는 둘다 최근 미국 음악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흑인음악 장르 '래칫'이다. 같은 장르의 노래로 두 곡을 비교해 보면 전체적인 멜로디와 구성, 코드 진행, 악기 편성 등은 서로 완전히 다른 별개의 노래"라며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욕설은 기본  손가락 욕까지   언프리티랩스타는 출연자들의 강도 높은 디스전으로 논란이 됐다. /언프리티랩스타 방송 캡처
욕설은 기본 손가락 욕까지 '언프리티랩스타'는 출연자들의 강도 높은 '디스전'으로 논란이 됐다. /'언프리티랩스타' 방송 캡처

가장 큰 문제는 욕설이었다. 힙합이라는 자유분방한 음악의 특성상 래퍼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욕설은 허용되는 부분이었지만 이를 고스란히 듣는 안방 시청자들로서는 불쾌한 순간이 많았다. 비록 제작진이 모자이크에 '삐' 처리를 하긴 했지만 '언프리티랩스타'의 욕설은 징계 대상이었다.

제시는 타이미에게 초반 욕설 섞인 랩으로 기선제압을 했고, 졸리브이 역시 타이미에게 성적비하 랩을 퍼부었다. 타이미도 제시와 졸리브이에게 감정적인 욕설 랩으로 응수했다. 특히 지민은 아이돌 멤버로서는 힘든 손가락 욕을 '엿 먹어'라는 랩과 함께 치타에게 날려 화제를 모았다. 이들 외에 대부분 출연자들이 과감한 욕설로 '디스전'을 펼쳤다.

이러한 과격한 디스전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의 징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방통심의위 연예오락채널팀은 "'언프리티 랩스타'를 심의회에 상정한다. 회의를 거쳐서 징계 결과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프리티랩스타'는 '쇼미더머니'의 스핀오프(기존의 작품에서 파생된 작품) 격으로 꾸려져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벌써 시즌2 이야기가 돌고 있을 정도. 이들이 8회 동안 남긴 것들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짚어 볼 때다.

[더팩트 │ 박소영 기자 comet568@tf.co.kr]
[연예팀 │ 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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